시
몰락한 가문의 서사가 좋다
여전한 기품이 저항처럼 처절하다
잉크가 사치품이 된 동네에선 침과 피를 쓴다
살기 위해 익힌 말들로 짓무른 입에서는 정말
침과 피가 튀었다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더니.
물질의 복을 받았다는 어느 부자의 말에
가난한 나는 두 번 더 아파야 했다
선의로 베풀어진 쌀에는 언제나 까만 바구미가 있었고
깐 마늘을 박아둔 대가로 벌레는 쌀통 대신 방바닥을 기었다
새 언어를 익혀도 억양이 남아 끈질기게
감춰둔 고향이 까발려질까 입을 다물지만
시끄럽게 달그락거리는 뚜껑을 확 열어버리면
잠잠할까 한동안
허리를 곧추 세우고 펜촉을 적셨다
여전히 처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