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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Dec 31. 2021

인종 차별

미국 vs 한국

주위의 미국인 동료, 이웃,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 피상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에 비해 일본이나 중국 (꼭 긍정적인 형태는 아니지만)에 대해서는 그래도 훨씬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최근에 대한민국이 문화적으로도 급부상하기 시작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미국 사회는 우리 생각처럼 빨리 반응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전에 비해 꽤 많은 수의 한국 문화에, 그리고 거기서 발전해 한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특별히 최근에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한국어를 배우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시간을 내어 한국에 대해 공부를 하는 등 진심을 가진 한류의 팬들이다. 그중 소위 advanced level이라고 할 수 있는 몇이 실제로 나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한국 사람들은 인종 차별 주의자야?

나와 굉장히 가까운 아프리카계 미국인 친구는 진지하게 한국인들에게 Racism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녀는 YouTube에 한국인의 인종 차별에 관련된 동영상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관련 동영상 하나를 확인해 보니 십 년도 전에 개그 콘서트에서 Blackface를 하고 개그를 한 코너 영상 등이 모아져 있었다. 물론 한류 컨텐츠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 지금의 한국 TV에서 그런 모습을 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과거에 그 정도의 흑인 분장은 흔히 우리 TV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많은 외국인에게 한국인들은 인종 차별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이제와 돌이켜 보니 나는 한국에서 막연하게 인종을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만 배웠지 실제로 어떤 것들이 인종 차별로 상대방에게 느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까지는 배우지 못했다. 그에 반해 미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그것을 지키던 지키지 않던 어떤 것이 인종 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굉장히 잘 교육이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학교에서건 직장에서건 인종 차별에 관련된 이슈는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다문화 가정도 적었고 한국인 특유의 순혈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에 한국인은 한국인만 사는 나라, 그래서 인종 이슈가 발생할 여지가 매우 적은 나라라 믿었고 따라서 그것을 굳이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할 때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었는데 왜였는지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수박'이 어떻게 미국 흑인들에게 인종 차별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내가 교수님께 설명드린 적이 있었다. 그분은 미국에서 오래 공부를 하시고 학위를 받은 분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인 특유의 무지함을 보여주셔서 매우 놀란 기억이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인종 갈등은 미국의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따라서 앞서 쓴 것처럼 인종 차별에 대한 교육이 매우 잘되어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물론 매일의 일상에서 나는 매우 자주 인종 차별을 당한다고 느끼고 있다. 유리 천장과 비슷하게 미국 주류 사회 진입을 위한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도 느낀다. (물론 이것을 단지 인종 차별로만 설명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나는 인종 차별 문제에 있어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곳에서 살고 있다. 흑인과 백인과의 갈등은 미국 사회의 역사와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적어도 계속해서 그것들을 해결해 나가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미국 사회는 향해 왔다. 다른 minority에 관한 문제, 예를 들어 Asian Hate에 관한 문제도 매우 비극적인 사건들이 최근에 많이 일어났지만 이것들이 공론화되며 나 개인적으로도 미국인 동료들에게 위로와 지지를 받기도 했다. 나는 적어도 미국에서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고 내가 피해자가 된 경우 그것에 대해 어필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의 경우에도 최근 한국 사회의 구성이 빠르게 변화되면서 인종 차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관점이 매우 빠르게 변화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업무로 인해 약 20여 개 국가를 방문했었고 그중 여러 나라에서 때로는 매우 불쾌한 인종 차별 경험을 하기도 했다. 폭행을 당한 적도 있으니 단순히 불쾌감을 넘어선 것이었다. 굉장한 모욕감을 느낀 적도 여러 번 있었는데 그 대부분은 유럽이었다. 폭행을 당한 경험은 다행히 미국에서는 아니었다. 미국에서 심한 모욕감을 느낄 정도의 인종 차별을 경험한 적은 당연히 있다. 그런데 그 인종 차별을 모두 특정 인종으로부터 경험했다. 선입견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당연히 나만의 데이터와 통계가 쌓이는 것까지 막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친구가 말한 것처럼 인종 차별주의자를 다시 혐오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고 모두에게 인종 차별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더욱 느끼게 된다. 상대방에 대해 많이 알 수록 상대방을 더욱 존중할 수 있다. 언젠가 휴대전화 매장에 방문한 적이 있다. 점원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고 있었는데 나이가 꽤 있으신 어떤 분이 나에게 '너희 나라에도 이런 스마트폰 서비스가 있니?'라고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곧바로 웃음이 나왔다. 왜냐하면 그분은 삼성 스마트폰을 사서 개통을 기다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웃으며 '나는 한국인이고 당신이 사고 있는 그 스마트폰을 우리나라 회사에서 만든 거다'라고 대답했는데 그 말을 듣고는 점원들도 웃음을 참지 못해다. 그분은 멋쩍어하며 엉뚱한 말들을 쏟아 냈는데 아마 그가 한국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 대해 조금의 정보라도 있었다면 차마 그런 질문을 하진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아이폰이라고 하더라도 조립과 내부 부품의 대부분은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것이니까.




사실 그는 한국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으나 다행히 자신을 한국인으로 생각하고 있음

우리 딸이 예전에 친구들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아프리카계 미국인 친구의 피부색을 그냥 본인이 좋아하는 색으로 칠한 것을 보고 왜 그렇게 칠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사람을 그릴 때 '살색'을 써야 한다고 배웠던 아빠다운 질문이었다. 딸은 그게 왜 이상하냐고 반문했다. 아마 피부색으로 친구들을 구분해 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질문일 거라고 그 당시 생각했다. 우리 딸과 아들은 그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유이한 머리가 검고 눈동자가 검은 동아시아인이다. 덕분에 모든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 좋은 점도 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딱히 피부색으로 인해 다른 아이들에게 차별을 당한 경험은 없었다. 딱 한 번 첫째가 다른 아이와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었고 당시 예민한 시기였기 때문에 내가 학교에 딸이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그 아이가 나쁘게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한 적이 있었는데 즉각 교장 선생님과 카운슬러 선생님이 개입해서 조사를 시작했다. (결론은 나의 기우였다) 물론 고학년이 될수록 인종간 그룹이 생길 여지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지금의 순수한 관점을 잃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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