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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Mar 20. 2022

미국에서 먹고 살기

4인 가족 생활비

나는 한국인이 없는 작은 미국 회사에서 평범한 일을 하고 그들과 비슷한 급여를 받아 생활하는 - 따로 한국에서 부동산 임대 소득이나 사업체로부터 소득이 있는 또는 한국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는 내가 보는 많은 한국 이민자 또는 체류자들과는 다른 - 평범한 (또는 평범하길 바라는) 삶을 살고 있다. 한국에서 지독한 흙수저였기 때문에 미국에 이민 와서도 생활비를 위해 바로 일을 시작해야만 했다. 현재 와이프도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으며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올라서 작은 소비에도 굉장히 신중을 기하고 여러 번 생각하는 편이 되었다. 어쩌면 한국에서보다 어떤 면에서는 생활 수준이 떨어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나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있고 기본적인 방과 후 과외 활동을 하고 있다. 와이프는 딱히 취미가 있는 편이 아니고 사치를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쓰는 돈 이래 봤자 소소하게 화분 정도를 사는 수준이고 나 역시 골프나 낚시, 사냥 같은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글을 쓰거나 집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정도라서 취미생활에는 부부 모두 특별히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 문화생활이라고 한다면 아이들 때문에 여행이나 어떤 액티비티를 하는 정도인데 코로나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절감이 있었었다. 딱히 패션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라 나는 몇 년 전에 산 옷이나 신발을 아직도 입고 신고 있는데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음식에도 큰 욕심이 없고 온라인 쇼핑 같은 건 거의 하지 않으니 어찌 보면 미니멀 라이프를 본의 아니게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우리 부부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전부터 이렇게 살아왔고 이런 부분이 미국 이민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큰 비용이 들 때는 주로 의료비 관련인데 이것은 미국의 의료 시스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리 4인 가족이 생활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한화로 환산하면 매달 최소 800만원 수준이다.


혹시 미국에서의 생활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위해 어떤 부분에 지출을 어느 정도 하고 있는지 공유해 보고자 한다. 다만 미국은 엄청 큰 나라이기 때문에 주마다 또는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엄청 클 수 있음을 감안하길 바란다.


1. 주거비

주거비 부분은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또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매우 차이가 크다. 본인의 자산이 있어서 또는 지원을 받아서 캐쉬로 집을 사게 된다면 주거비는 집 유지 비용과 세금 정도가 될 것이다. 집을 살 필요가 없거나 거주지를 옮길 가능성이 높아서 렌트를 해서 산다면 주택의 형태와 크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테지만 우리와 같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해서 아이들이 어리다면 최소 침실 2개 (아이들 두 명이 한 방에서 잔다고 가정)가 필요할 테고 그래도 괜찮은 학교가 있는 지역을 고려한다면 내가 사는 지역 기준으로 아무리 적게 잡아도 매달 $2,500은 예상해야 할 것 같다. 오늘 (3월 19일) 환율로 환산하면 300만원 정도 되는 비용이다. 만일 30년 상환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면 매달 상환하는 금액이 렌트 비용과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집을 구매하게 된다면 세금과 유지보수, 보험 비용이 발생하고 기타 유틸리티 비용이 올라가는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나의 주거비 지출도 앞에 예로 들은 렌트 비용 정도가 발생하는 것 같다.


2. 유틸리티

주거가 확보되면 생활을 위해 필요한 각종 유틸리티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나의 경우 지난달 (2월)에 지출한 공과금은 다음과 같다.


가스비: $247 (가스비가 갑자기 올라서 이번 달에는 $100을 더 내야 했다)

인터넷: $75

관리비: $205

전기세: $78

상하수도: $250 (3개월치)

수도세: $62

휴대전화: $80 (부부용 두 회선)


3. 문화생활(?)

생존에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필요한 비용들이 있는데 나의 경우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매달 지출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14

넷플릭스: $15

디즈니 플러스: $9

리디북스: $5

유튜브 프리미엄: $16


4. 교육비

실질적으로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특별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과외 활동 비용이 발생한다. 우리 집의 경우는 지난달 두 아이들을 위해 $700불 정도를 지출했으나 이 부분 역시 개인차가 큰 부분이라 생각된다.


5. 교통비

미국에서 자동차는 신발이기 때문에 차량은 필수고 4인 가족의 경우 차량 두 대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경우 차량 한 대는 할부로 구매를 했기 때문에 그 상환금과 보험료, 유류비 등으로 지난달에 $700불 정도를 지출했다.


6. 의료비

최근에 아이들이 치과 진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한 번 진료를 받을 때마다 보험이 있지만 $200 - $300은 지출하게 된다. 나는 처방약 때문에 두세 달에 한 번씩 주치의를 만나는데 한 번 방문할 때마다 이것저것 합쳐서 $150 정도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이 비용은 위에 말한 한 달 생활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7. 식비

식비는 매달마다 편차도 큰데 지난달의 경우 $1,500을 지출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180만원 정도인데 이것은 식비와 외식비를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외식의 경우 4인 가족이 밖에서 식사를 하면 팁을 포함 대부분 한화 10만원 정도는 발생하게 된다. 한국의 생활 물가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다만 외식의 경우에 개인적으로는 만족도가 비용 대비 한국보다 현저히 낮음을 매번 느낀다. (한식이 아니므로...)


8. 생필품

생필품 쇼핑으로 당연히 비용이 발생하는데 우리 집의 경우 대부분 $500 밑이다. 물론 가구나 가전제품 등을 구매해야 할 경우는 예외겠지만 말 그대로 생필품이나 옷 외에는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쇼핑은 자제하는 편이다. 요 근래에 가장 큰 비용이 발생한 부부는 10년 된 랩탑이 고물이 되어 바꾼 것 정도이다.


9. 기타

한국에 경조사가 있는 경우 이민 와서 타국에 살고 있더라도 도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경조사 비용도 발생한다. 물론 미국 내 한국인 모임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지는 않지만 집의 유지 보수 비용이나 자동차 수리비 등은 반드시 발생하는 생활비이고 한국보다 비용이 높은 경우가 많다. 겨울이 긴 북동부에 살다 보면 날씨가 따뜻한 늦봄에서부터 초겨울 반짝 놀아야 하기 때문에 여가 생활비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여행, 캠핑, 바닷가, 수영장, 놀이공원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보다는 여러 면에서 비싸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편이다. 물론 이 부분은 마음먹기에 따라 줄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동네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아이들을 만족시킬 수가 없기 마련이고 또 이런 부분들을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미국 이민 생활을 유지해야 할 만한 메리트를 느끼지는 못하기 때문에 이런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어쩌면 필수 생활비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여기서 나고 자란 아이들 때문이다. 언어도 문제이지만 한국 문화에 적응이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캠핑이나 바닷가는 한국에서 누릴 수 없는 한적함과 또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많이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최소 1년에 한 번은 1주일 정도 휴가를 다녀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큰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기타 비용 역시 위에 언급한 생활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위에 언급하지 않은 부분인데 의료보험 외에도 개인적으로 암보험과 아이들을 위한 상해 보험에 가입해서 매달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옵셔널 한 부분이기 때문에 비용은 명시하지 않았다.



어차피 월급쟁이의 삶이야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비슷비슷한 것 같다. 집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다면 한결 여유가 있겠지만 나 같은 흙수저는 결국 대출의 늪에서 허덕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민이란 도전을 하면서 그나마 모아 두었던 돈을 투자하고 뒤늦게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만 했던 나에게 두려움과 초조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으나 한국에 있었다고 해도 딱히 인생이 달라졌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이민을 위해 투자한 돈으로 아파트나 비트코인을 샀으면 그게 더 나았겠지만 -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한 사람이 많았다 - 그런 센스가 있었으면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살겠는가... (세종시에 살고 있는 선후배들이 최근 몇년 사이 최소 수억을 벌었다고 건너 들었다)

어학연수, 유학, 한 달 살기로 온 미국 생활은 동경에 넘치는 것일 수 있겠지만 나 같은 흙수저 가장은 이민 온 다음날부터가 현실이었다. 어차피 현실은 잔인한 것이고 그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것이 없겠지만 미국에서 맞닥 드리는 현실은 한국에서의 현실보다 더 잔인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 미국 이민의 문호가 얼마나 더 넓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상만으로 무턱대고 도전하기에는 미국이란 나라는 흙수저들이 생존하기가 만만치 않은 나라이다. 그렇지만 혹시 이 글을 읽는 흙수저들에게 포기를 권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나 같은 흙수저도 아직 생존해 나가고 있으니까, 흙수저들에게 어차피 어디든 삶은 시궁창이니까, 만일 미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에서 나를 시험해 보고 싶은 꿈이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기를. 흙수저에게는 흙수저만의 '생존력'이라는게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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