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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Mar 06. 2022

미국에서 코로나에 걸렸다 #3

지난 1월 10일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으니 이제 거의 8주가 다 되어 가는데도 나는 여전히 후유증으로 아직 고생하고 있다. 물론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증상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주요한 증상은 숨을 쉴 때 답답함과 가슴의 불편함, 기침, 그리고 피로감이다. 지난 글에 썼던 것처럼 가슴의 불편함과 감기 증상을 덜어 주기 위해 주치의가 inhaler를 처방해 주어 계속 사용하였고 도움은 되었으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비타민을 계속 먹어 주고 퇴근 후나 주말에는 대부분 축 쳐져 있는 것뿐이었다. 그 와중에 다른 주로 2박 3일 출장까지 다녀왔는데 그때 날씨가 매우 추워졌고 또 피로감 때문에 큰 고생을 하기도 했다. (비행기를 코로나 이후 처음 타보았다) 그러다가 날씨가 좀 따뜻해져서 좀 괜찮아 지나 했는데 최근에 회사에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가 갑자기 늘어나서 인지 목이 따끔하고 코도 막히고 기침도 심해지는 일이 일어났다. 일반적인 감기 증상이 코로나 후유증에 더해진 것뿐인 것 같았지만 조금은 겁이 났다. 


지난번 주치의를 만났을 때 딱히 약을 처방해 주지도 않고 '비타민 많이 먹고 운동을 하라'는 말에 나랑 잘 맞는 것 같지 않아 와이프의 주치의로 내 주치의를 바꾸려던 참이었다. 2월 중순쯤 주치의를 바꾸려고 와이프의 주치의한테 연락을 했는데 가장 빠른 예약 가능 일자가 3월 말이었다. 어차피 현재 주치의한테 전화를 하면 짧게는 3일 내지는 대부분 일주일 후 방문이 가능할 것이었고 아니면 온라인으로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었는데 그럴 바엔 비용도 저렴하고 아무 때나 예약이 가능한 Teladoc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Teladoc은 온라인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데 지난 화요일 밤에 앱으로 예약을 하고 다음날 퇴근 후 바로 앱을 통해 의사와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전에도 사용해 본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용에 큰 어려움은 없었고 10분 정도 상담 후 처방전을 받는데 $46가 청구되었는데 이 비용은 내가 내 주치의를 만나는 비용의 약 1/3 정도이다. 아무튼 의사에게 코로나에 걸렸던 일과 현재 상태를 설명했더니 바로 항생제를 일주일치 처방해 주고 기침약도 처방해 주었다. 또, 내 요청에 따라 inhaler도 하나 더 처방해 주었다. 처방전은 바로 내가 지정한 약국으로 전송되었고 약국에 처방전이 잘 도착했는지 (미국은 항상 확인이 필수...) 그리고 언제쯤 약의 준비가 끝날지 전화로 확인한 후 밤 9시가 조금 넘어서 약을 픽업했다. 보험 처리 후 항생제 1주일치, 기침약 열흘 치, 그리고 inhaler 하나에 $40 좀 넘게 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Teladoc 서비스 이용료와 약 값을 합해서 $90 (한화로 대략 10만원?) 정도 낸 것은 나의 형편 (내가 가진 의료보험) 내에서 가장 선방한 수준이다. 몇 년 전 내가 응급실에 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응급실에 다녀오고 그다음 내 주치의를 만나고 또 필요한 전문의를 만나야 해서 한화로 200만원은 족히 넘는 지출이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나는 의료보험이 있고 내가 지출한 비용은 보험이 적용된 후에 내가 지출해야만 했던 금액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따위 의료보험을 위해 내가 지출하는 비용은 한국 돈으로 매달 50만원이 족히 넘는다는 것)


Teladoc 의사가 처방해 준 약들


내가 거의 식사를 하루 한 끼 또는 두 끼만 하기 때문에 항생제를 의사의 처방대로 하루 두 번 꼬박 먹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적어도 악화되는 듯싶던 증상이 조금은 나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몸 안에 염증이 줄어들어서인지는 몰라도 피로감도 약간을 줄어들었다. 어쨌든 3월에 새 주치의를 만나고 주치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X-ray를 비롯한 검사를 할 것 같은데 주치의를 만난 날 바로 X-ray나 다른 검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4월 중순은 돼야 내 몸 어디가 문제이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전까지는 지금 먹고 있는 항생제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기침약이나 inhaler를 통한 대증 요법으로 버티며 비타민 같은 보조제로 컨디션 조절을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내 주변에는 거의 무증상으로 넘어간 지인들도 많은데 부스터 샷을 맞은 경우가 많은 것 같긴 하다. 나의 경우에는 부스터 샷을 맞지 않았다. 그러나 백신 접종 자체를 아예 하지 않은 회사 동료들이 대부분의 직원들이 코로나에 걸린 상황에서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도 집접 목격했다. 지금은 백신을 맹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나 같은 경우 더욱 안 좋은 상황을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까지 후유증이 남은 사람은 내 주위에서 거의 내가 유일하기 때문에 아마 내가 티비에 나오는 젊은 나이에 중증으로 가는 유독 코로나에 취약한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부스터 샷을 맞았다면 상황이 더 좋았었을까? 누구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 정도로 회복된 것에만도 감사한 생각이다. 자기 자신만이 느끼는 내 건강 상태, 몸에 대한 느낌이 있는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사실 나는 바로 와이프에게 연락하고 또 내 부모님께도 연락을 드렸다. 당시 '이거 심상치 않다'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증상이 그것보다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미국에 이민 와서 살고 있고 있는 특수 상황 (동생도 다른 나라에 이민 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염려할 것을 잘 알았지만 바로 정보를 오픈하고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해주어야 한다고 판단했었다. 


아무리 메신저로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화상 통화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가족들 간의 물리적인 거리는 때로 어렵고 슬픈 상황을 만들 수밖에 없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들이 아픈데 곁에 있어 주지조차 못할 경우, 도움을 줄 수 없는 경우이다. 결국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내가 먼 곳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가 될 터이다. 올해는 매 해초 결심하고 바로 포기하는 운동을 꼭 시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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