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 Feb 02. 2022

미국에서 코로나에 걸렸다 #2

지난 1월 10일 코로나 검사 후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날이 월요일이었는데 몸이 너무 좋지 않아 내리 이틀을 집에서 쉬었다. 그리고 수요일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몸이 그만큼 회복되어서는 아니었고 너무 많은 코로나 확진자 수 때문에 코로나 확진 시 회사에서 주어지던 휴가가 없어졌기 때문이었고 또 계속 날아오는 이메일과 메시지들에 답변을 하다 보니 차라리 일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였기 때문이었다. 회사에 보고는 했지만 CDC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된다는 말 외에 특별한 지시 사항은 없었다. 즉, 회사에 복귀하기 위해 따로 음성 확인을 위한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중간에 카운티와 주의 코로나 관련 부서에서 연락이 왔었고 마찬가지로 CDC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상 발현 후 5일 후에 알아서 격리를 해제하면 된다고 알려 주었다. 그렇게 3일 재택근무 후 주말에 컨디션이 비교적 나아지고 이전 글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증상이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 피로감, 가슴 통증, 기침 등의 증상이 남아 있었기에 주말에 그저 대부분 침대에 누워서 회복에 집중을 했다. 집안에서는 혹시 몰라 계속 격리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할 게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무엇보다도 돌아오는 월요일인 1월 17일 출근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확진 후 딱 일주일 후 월요일 나는 출근을 했다. CDC 가이드라인에 따라 나는 마스크를 써야 했지만 다른 동료들은 마스크를 선택에 따라 쓰고 있었고 내가 코로나에 걸린 걸 아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미 대부분의 동료들이 걸렸기 때문에 그저 일주일 휴가를 다녀왔을 때와 동일한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니 오전에는 컨디션이 괜찮았다. 그런데 오후가 가까워 오자 엄청나게 피로감을 느꼈고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어차피 의사의 소견을 한 번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던 차라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먼저 전화를 받은 간호사가 병원에 방문할 수는 없고 주치의와 화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해서 바로 그날 오후로 스케줄을 잡았다. CDC에서 격리 해제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병원 오피스에는 방문이 불가하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주치의와 화상 통화를 했고 주치의는 특별히 약을 처방해 주진 않았지만 숨을 편히 쉴 수 있도록 inhaler를 처방해 주었다. 산소포화도가 특별히 낮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고 하였는데 urgent care에서 만난 의사도 그렇게 말했었다.


태어나서 처음 써보는 inhaler


그 이후 몇 주가 지나 이 글을 쓰고 있는 2월 1일까지 피로감, 가슴 답답함, 기침은 아주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길게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계속 inhaler를 사용 중에 있다. 또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서 원래 출근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출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폐의 엑스레이를 찍어 봐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이 부분은 주치의와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현재는 출근하여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고 또 집에서 해야 할 최소한의 일들은 하고 있지만 스스로는 기침을 제외하더라도 약 70-80% 정도의 컨디션이라고 느끼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난주에 동부에 눈이 많이 와서 눈도 치워야 했고 날씨도 추워져서 기침과 가슴의 답답함은 조금 더 안 좋아지기까지 했다. 상당 정도 폐에 데미지를 입었음을 활동을 하게 되면 느끼게 되는데 막연하게는 날이 따뜻해지는 4월 정도는 되어야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다. (영구적인 손상을 입었을 거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그전에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미국 병원의 특성상 딱히 약물 치료를 시작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와중에 피할 수 없는 일로 인해 짧지만 더 추운 타주로의 출장이 다다음주에 잡혀 있다. 비행기를 타거나 아니면 장거리 운전을 해야 될 상황인데 이번 주와 다음 주 중에 컨디션이 상당 부분 회복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로 나는 화이자 2차 접종까지 완료를 했는데도 내 주변에 많은 확진자들 중에 유별나게 심한 증상들과 지독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특별히 내 면역력에 문제가 있거나 체질에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은 경험적 통계적으로 추정해 볼 때 오미크론보다는 오리지널에 가까운 변이에 감염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에서 코로나에 걸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