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한국으로 치면 뭐랄까 강원도에 있는 오래된 리조트 같은 곳인데 근처에 비슷한 리조트가 여러 개 있고 겨울이 긴 이곳에서 오래오래 물놀이를 참다가 겨울이 끝날 때쯤 한 번씩 가고는 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유명 관광지는 아닌데 이곳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아침에 뷔페식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그곳에서 일하시는 한국분을 만났다. 오래전에 이민 와서 그쪽에 자리를 잡으신 것 같은데 우리 가족을 보시더니 오랜 시간 동안 한국어로 대화를 하시다가 떠나셨다. 직업상 가끔 미국인들도 가본 적이 없을만한 곳을 종종 방문하곤 했는데 가끔 뜬금없이 한국분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면 살짝 놀라시는데 남자분들은 대부분 큰 반응이 없는 편이다. 반면 아주머니들을 (아주머니라 하면 적어도 우리 큰 누나, 이모, 엄마 뻘되시는 여사님들) 굉장히 반가워하시고 이야기도 거시는데 참 따뜻함을 느끼곤 한다.
오래전 인생에 큰 어려움이 있었을 때 안 좋은 결정을 내리기 전 마음을 정리하려고 혼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자마자 생각했던 일을 진행하고자 했는데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항에서 한 무리의 아주머니 단체 관광객들 옆에 앉게 되었고 아주머니들 특유의 친화력에 마음을 열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했었다. - 혼자 여행을 왔다가 집에 돌아간다는 젊은 한국인 남자에게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을 아주머니들은 없다. - 그때 아주머니들은 원래 인생이 그런 거다, 우리도 다 그 시절을 지났다, 돌아가면 마음 잡고 다시 시작해 봐라라고 위로해 주셨는데 정말 큰 위로가 되었고 나는 생각했던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