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에서의 6개월 그리고 전략업무 소개
굿닥에 입사한지 벌써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새로운 직장 6개월, 어색함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동네 밥집들도 익숙해지는 즈음 갑작스럽게 자기 성찰의 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아마도 한 두 번씩은 겪으셨을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타임이죠. 그리고 지인들도 종종 묻기도 합니다. '왜 굿닥으로 이직했어요? 거긴 어떤가요?' 이런 시기이기도 하고(누군가 숙제를 주기도 해서), 연말이기도 하여 겸사 겸사 ‘굿닥에 왜 입사를 했지? 어떤 일을 하고 있긴 한 거야?’ 하며 6개월을 돌아봅니다.
제가 굿닥에 입사한 이유는,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별거 없습니다 .
이직을 고민한 시점에 ‘때마침’ 제안이 들어온 것이지요. 마치 결혼 적령기에 만나고 있는 연인이 결혼 상대가 되는 것처럼, 이직의 아다리가 맞은 것이죠. 이런 인연은 우연인 듯하지만, 이 한 번의 우연을 위해 Jason과 다방에서 수많은 시시껄렁한 수다를 떨었고, 첫 번째 직장에서 어설프게나마 헬스케어 프로젝트를 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수천 겁의 우연이 겹쳐서 운명적으로 굿닥에 온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운명’이 첫 번째 이유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사실 ‘이 회사의 어디가 좋아서 이직해야지'라는 직접 다니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더라고요. 지인의 평가나, 블라인드의 소문이나 잡플래닛의 평점들이 모두 사실에 근거한 의견이겠지만, 어떤 상황에 대한 평가가 개인의 경험에 따라서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평가만을 보고 상황을 예측하는 게 쉽지 않죠. 그래서 어차피 예측 못하는 기준을 이직의 기준으로 삼는 것보다는 ‘출퇴근 시간'이나 그 회사가 어떤 도메인에서 플레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두 번째 조금 더 합리적인 이유는 헬스케어라는 도메인 때문입니다. 헬스케어야 만병통치약이 발명되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을 시장이고, 이 도메인 안에서 그렇게 똘똘하게 잘하는 회사는 아직 없는 거 같은데, 우리가 먼저 빠르게 잘 하기만 하면 ‘크게' 성장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단순한 로직입니다. 물론, 잘 해야 결과가 나오겠지만, 판 자체가 어려우면 아무리 잘해도 어려워하는 사업들을 보아서, 그냥 어느 판에 들어갈지를 보게 됩니다. 특히나, 요즘 몸도 점점 허약해지니 헬스케어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지요.
마지막으로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매우 중시하는데, 대표이사가 ‘설명을 하면 납득을 하고, 결정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고 합리적'이라는 점과(정치적인 발언 같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그코드가 비슷하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입니다. 특히, 개그코드가 비슷하면 ‘어렵고 짜증 나는 상황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이겨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힘들고 어려운 갈등 상황을 수시로 직면하는 스타트업에게 개그 코드의 얼라인은 어떤 전략의 얼라인 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믿고 있지요. 일도 빡신데, 사람 때문에 더 힘들어하며 이겨낼 자신이 없습니다.
이런 단순한 이유로 굿닥으로 이직을 했고 현재 반년 넘게 다니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표류를 하고 있습니다.
입사 제안 시 역할이 살짝 모호하긴 했는데,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의심을 했어야 했지요.
최초 시작은 전략적 투자 실행에 있어서 가치를 통합하여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이해했는데,
막상 입사하고 구글캘린더와 슬랙 계정이 생긴 다음날부터 여기저기 미팅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능은 어떻게 결정할까요?”, “접수 장애가 나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
와서 보니, 병원 갈 때 접수나 예약을 하는 서비스 기능의 PM으로 내부에는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안 인터뷰 시에 “제품 쪽도 좀 봐주실 수 있죠?"라고 슬쩍 끼워 넣었던 기억도 납니다. 뭐, 아무렴 어떻겠습니까? 이 일을 한들 저 일을 한들 저에게 24시간은 동일한 시간이라, 우선 급해 보이는 서비스 기획으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현재의 기능을 파악하고, 작고 간단한 가정 하나를 만들어, 내부 퍼포먼스나 프로세스도 구축할 겸 더 쉽게 접수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제안하고 개발해 나갑니다. 병원 원장님도 만나보고, 설문조사도 해봅니다. 전략적 업무나, 주요 관리 업무만을 하다가 오랜만에 실무에 투입되어 실제 가치와 기능을 정의하고 사용성까지 고려해서 뽑아내는 일을 하니 몇 개월이 후딱 갑니다. 사이사이 보물처럼 숨어있는 수많은 레거시들을 만나고,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며, 꾸역 꾸역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해당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찰나, 전체적인 서비스 정책과 만들어나가는 구조에 대한 논의들이 시작되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새로운 동료들이 들어오고, 기존의 병원 확장 중심의 전략에서 유저 중심의 고민들이 시작됩니다. 이제까지 꽤 오랜 기간 진행되던 방향들 노력들이 급선회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길이 자주 바뀌고 복잡한 만큼, 명확한 이정표가 필요합니다. 저부터 필요합니다.
이 정도의 방향 수정은, 기존 세부 업무들도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준비해야 하거나 풀어나가는 방식도 모두 바뀌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슬랙으로 이야기를 하고 좋아요를 누르지만, 모든 부서, 개개인에게 하나하나 전달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아무래도 많이 들어갑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심플하게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이정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결국, 전략 워크샵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핵심 인사들을 회의실에 가두어 두고 계획을 내놓으라고 닦달합니다. 닦달의 결과로 얼기 설기 만들어진 첫 번째 이정표를 영점으로, 다시 빠진 곳이 없는지, 더 구체화할 것이 없는지 계속 따지고 들게 됩니다. 결국, 저는 제품의 가치를 만들어 전달하는 일에서 나와서 전체의 얼라인을 맞추고 유지시키는 업무로 변경을 합니다. 이름도 하나 필요하겠지요. 아무 일에나 붙여도 어울리는 전략이라는 프리사이즈 같은 이름으로 팀이 변경됩니다. 그래서 현재는 ‘전략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전략의 얼라인을 통한 전사 퍼포먼스 향상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굿닥에서의 전략팀은 전략을 직접 찾아서 제시하는 일보다는, 전략이 세워지게 하는데 노력을 합니다. 애매하게 뭉쳐있는 상황을 확정된 부분과 실험 부분을 구분하여 정의를 하고,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무한 반복합니다. 결정된 것들을 어떤 것을 감수한 것인지를 계속 상기시키며 나아가게 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대로 잘 가고 있는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합니다. 즉,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은 주간회의를 주관하고 지표를 관리합니다. 추가적으로 애매하거나 병목 지점들을 빨리 찾아서 “현재 이것이 블로커다" 라고 벽에다 눈에 띄게 써놓은 일도 할 예정입니다. 이런 역할이 필요한 이유는,
굿닥은 지금 변신 중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한동안은 애매한 부분이 계속 나올 것이고, 과거의 관성이 너무 강력해서 속도가 안날 수도 있고, 새로운 시도들이 혼동을 줄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최적화되지 않은 길을 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제 막 변신을 시작했고, 이제야 동서남북 정도의 방향이 잡힌 상태라 수많은 시행착오가 ‘어느 정도'는 상상이 되거든요. 그래도 망망 대해에서 가만히 식량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굶어 죽는 것보다, 표류를 하더라도 노를 저어 나가합니다! 라고 약을 팔지만 잘 팔리지 않네요.
맞아요, 잦은 자리 이동과 미션 변경은 누구에게나 불편하니까요. 인정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명확한 것은 하나 있습니다. 이 모든 표류는 명확히 선택과 집중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의도를 품고 있습니다. 세계 대전이라도 벌릴 기세로 넓혀 놓은 전선을 줄여나가기 위한 선택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선택의 과정을 통해 변신의 시간이 짧아지고, 어느 시점에는 한 명확한 꼭지를 위해 모두가 전력질주하고 있는 모습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이런 어려운 과정을 모두 함께 하고 있는 굿닥 동료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불확실성을 즐기며, 둥둥 표류하면서 나아가는 것을 즐기는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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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JS_전략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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