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시작에 관한 이야기
"상무님, 저 육아휴직을 하겠습니다."
2017년 12월, 저 한마디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누군가 정답이라고 정해놓은 길을 따라가기만 하던 내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주체적인 결정이기도 하였다.
나는 내가 10년 넘게 몸담았던 조직에서 처음으로 '아빠' 육아휴직을 신청한 직원이였다. 회사 전체로는 아마 아니겠지만 120명 정도의 규모의 조직이던 부서에서는 내가 감히 최초였다. 감사하게도 너무나 좋으신 선배님들께서는 나의 결정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셨었다.
그리고 만 4년이 지난 2021년 12월.. 내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까?
큰 아이가 2011년에 태어나고 점차 자라면서 아마도 요즘의 많은 부모들이 하는 질문을 똑같이 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키울 수는 없을까? 학교 보내고, 학원 보내고, 과외 시켜서 좋은 대학을 보내는게 정답이 아니란 것은 내가 그렇게 살아봐서 이미 알고는 있는데, 그렇다고 명확한 대안도 없는 상황. 남들처럼 차라리 조기유학을 보내고 기러기 부부를 해야 하는 건가? 이런 고민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게 되는 시기에 더 커져만 갔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7살때까지는 나는 우리 아이는 다르게 키울거라는 신념을 그래도 지켜내는 것 같다.)
우리 대부분은 부모가 하라는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랐었다. 나도 그렇게 살았고, 남들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을 다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이 커지기보다는 소비되어 녹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내가 아이를 교육하는 모습이 무언가 나와 맞지 않는 다는 생각은 점점 커져갔고, 오랜 고민끝에 입사이후 처음으로 회사를 가지 않는 결심을 내렸다.
처음 육아 휴직을 하고서는 정말 열심히 아이들도 보고, 집안일도 했었다. 잘하고자 하는 열의만 앞서서 단거리 육상 하듯이 너무 많이 에너지를 쏟아 부은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지금 운영하고 있는 미술학원 지점에 아들을 보내게 되고, 그 교육관이 너무 좋아 지금에 이르렀다. 아이를 키우고, 학원을 운영하고 수업을 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았고, 4년이 지난 이제서야 양쪽 모두에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또한, 내 아이를 보면서,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부모들과 상담하면서 어떻게 아이와 소통하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도 많이 쌓게 되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너무 무지했고 무모하게 시작한 육아휴직과 사업의 시작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나는 결코 좋은 아빠가 아니었지만, 좋은아빠가 되고 싶었고, 그것이 교육자로서의 길과 합쳐지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학부모 상담중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보이시는 분들께 내가 드리는 위로는 '어머님, 우리 모두 지금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좋은 부모가 되기위해 노력하는 자세에 있어요'이다. 부끄럽게도 나도 아직 종종 큰소리로 아이들에게 화를 내곤 한다. 그래도 달라진 것은 화를 내는 빈도도 매우 낮아졌고, 또한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아이에게 사과할 수 있는 아빠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작은 이렇다. 이렇게 질문하는 거다 "나는 좋은 아빠인가?", "나는 어떻게 나의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가?",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제부터 내가 어떻게 했는지 그 과정들을 함께 공유하고, 그로부터 내가 깨달은 것들을 하나씩 풀어갈 예정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노력하고 있는 모든 부모님들을 응원하고 함께 고민하며 오늘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