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렸습니다.
아주 잠깐, 아주 조용히.
길을 지나던 사람들 중에는
그 눈을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는 사람이 있었고,
“이게 무슨 눈이냐”며 고개를 젓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같은 풍경 앞에서도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저는 문득 택시를 멈춰 세웠습니다.
마음이 잠시 멈춰 서야 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택시 안에서 창밖으로 흩날리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사랑하는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이 크리스마스에 함께 눈을 맞으며
별다른 말 없이도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다면,
아마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잠시라도
눈 내리는 길을 걷고 싶었나 봅니다.
행복은 늘 멀리 있거나
거창한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이런 순간들에서 다시 배웁니다.
얼마 전에는 <제이 켈리>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배우 조지 클루니의 실제 삶이
그대로 영화에 옮겨진 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겹쳐 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스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이라
공감하기 어렵다는 평도 있었지만,
저는 이상하게도
많은 장면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분은 애덤 샌들러입니다.
그의 영화에는 늘 사람을 웃게 하면서도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전하고 싶었던 말도
결국 이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인생은
다시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단 한 번만 주어지는
무대 위의 연극이라는 것.
그래서 선택에 대한 후회도,
미련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저는 또 지금 제 삶을 바라보았습니다.
지금의 저는
제가 해온 선택들의 결과 위에
서 있다는 것.
그러니 후회와 자책에 머무르기보다는
이 삶을 끝까지 살아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저는
마치 파도에 휩쓸려 다니는
바다 위의 작은 조개껍데기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지는지
막연한 질문만 맴돌 뿐
선명한 답은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제 마음조차
제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사랑도, 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모두 그렇습니다.
저는 사랑이란
그 사람의 전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밥을 먹는 모습도,
말투도,
아무 일 없이 가만히 있는 시간마저
사랑스러워지는 것.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상대를 바꾸려는 건
어쩌면 제 욕심일지도 라는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행동을
무조건 감싸 안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다만 사랑하기로 선택했다면
먼저 믿어주고,
인정해 주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믿음보다 의심이,
이해보다 시기와 질투가
조금 더 빠르게 자라나는 곳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주변에는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 많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돈을 버는 일이 더 쉽게 느껴질 정도니까요.
사람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숫자로 잴 수도 없으니까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아프고,
그래서 또
더 소중한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세상에 감사합니다.
『허공님의 놀라운 비밀』이라는 책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이미 큰 행운이라고 말합니다.
생명이 태어날 확률은
180조 분의 1,
고액 복권에
2,250만 번 연속으로 당첨되는 것과
같은 확률이라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읽고 나니
우리가 지금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했든
우리는 이미 한 번쯤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도 괜찮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흔들려도,
지금의 우리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고.
영화처럼
펑펑 쏟아지는 눈은 아니었지만,
이 크리스마스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각자의 선택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믿지 않으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저를 이 세상에 보내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이 글이
이미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눈처럼 내려앉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