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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욱 Jan 12. 2024

나만의 18번

노래방

나만의 18번


德和 전상욱


매년 12월 중순이 되면

불알친구들과 송년회라는 이름으로

성대의 묵은 때 벗기는 노래방,

“심봤다!”


올해도 불알친구

종환 연균 동진 양준 은성…

산삼은커녕

칡뿌리 곁에도 가본 적 없는 녀석들

저마다 18번으로 한 곡씩 뽑겠지


어느덧 내 차례

예전 같았으면 분위기 잡고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어쩌고

명곡을 뽑겠지만

올해는 바꿔보자는 거다


내가 명색이 시인이고

첫 시집 ‘은행나무 평전’으로

출판기념식도 뻑적지근하게 한 마당이니

“야들아 내가 노래방 18번 대신

대표 시 한 수 낭송할 게”

하면서 마이크를 들면 분위기가 어떨까


궁금해진다

노래방 안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지금까지 잘 놀던 놈들이

갑자기 화장실을 간다 어쩐다면서

궁둥이를 빼기 시작하거나

마음 약한 놈 몇은 어쩔 수 없이

내 못난 시를 귓등으로 듣고 있겠지


후후후~ 나는 시인이다

이게 바로 나만의 18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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