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인터넷 균류 네트워크
해안에서 80km 떨어진 태평양 해역.
바다 표면에 물거품이 계속 떠오른다.
해저 깊은 곳에서 지각이 급격히 이동하며 거대한 물기둥이 형성되고 있다.
거대한 에너지는 물덩어리를 요동치게 하며 결국 쓰나미가 된다.
불과 몇 시간 후면 해안에 도착할 것이다.
바닷가에 놀러 온 사람들은 쓰나미가 올 줄은 아무도 모른다.
해안에서 멀지 않은 숲.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아침이었다.
그때였다.
땅속 깊은 곳에서 아주 낮은 진동이 전해졌다.
사람의 발로는 느낄 수 없는, 계측장비로도 애매한 수준의 흔들림.
하지만 균류들은 느꼈다.
균류에는 곰팡이, 버섯 등이 있으며 네트워크를 이뤄 땅속의 신경망 역할을 한다.
모든 식물은 균류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는다.
어른 나무에게 영양분을 받아 햇볕을 보지 못하는 어린 나무에게 나눠주고,
숲 속의 모든 위험도 알려준다.
나무의 뿌리와 뿌리가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니라, 균류 네트워크를 통해 모두 연결된 것이다.
“야, 이 진동… 예전에 바다 넘쳤을 때랑 비슷한데?”
“그때 기억나? 파도가 덮치면서, 뿌리가 다 망가졌잖아.”
“이번엔 더 크다.”
균류 네트워크는 나무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수분 흡수 줄여라”
“에너지 저장 모드로 전환"
“뿌리 압력 조절”
이번에 식물들이 곤충들에게도 알린다.
식물들은 잎의 화학 신호를 바꿨다.
어떤 잎은 쓴맛을 냈고, 어떤 꽃은 평소와 다른 향을 풍겼다
곤충들은 즉각 반응했다.
“어? 이 냄새 뭐지?”
“여기 불안한데?”
“나 높은 데로 간다.”
개미들은 줄을 바꿨고, 딱정벌레는 날아올랐으며
지렁이들은 더 깊이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토끼는 이유 없이 불안해졌고, 사슴은 숲 깊숙이 이동했다.
새들은 평소보다 높게 날았다.
누가 명령한 것도 아니고 누가 설명한 것도 아니다.
다만 숲의 분위기가 달라졌을 뿐이다.
잠시 후 쓰나미가 밀려왔다.
숲 가장자리의 일부는 잠겼지만 깊숙한 곳의 생명들은 살아남았다.
숲에는 예언자가 없다. 미래를 아는 존재도 없다.
다만 미세한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진동, 화학 변화, 이전에 겪었던 기억
이 모든 것을 연결된 네트워크로 공유한다.
가장 잘 연결된 존재다.
균류 네트워크가 쓰나미를 감지한다는 과학적 결과는 없지만 자연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으므로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오늘은 균류 네트워크의 회의가 있는 날이다.
안건은 인간이 식물 로봇을 만들어 균류 네트워크에 접속했을 때 대처 방안을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