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에 관하여
노쇠란, 감겨 있던 태엽이 서서히 풀리며 느슨해지는 과정이다. 태엽 인형이 힘차게 나아가다가 점차 동력이 빠져나가듯 움직임이 무거워지고 속도가 느려지는 것처럼, 태엽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멜로디도 끝으로 갈수록 처지고, 한음 한음을 겨우 뱉어내며 마무리된다. 사람도 그렇게 느려진다.
노쇠가 내려앉은 자들에게 계단을 오르는 것은 더 이상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그것은 무거운 바위 같은 몸을 끌어올리는 시지프의 형벌이다. 저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뻑뻑한 무릎을 부여잡고, 계단의 손잡이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온 힘을 다해 다음 계단으로 몸을 밀어 올리고, 가쁜 숨을 고르며 멈춰 선다.
그리고 그런 고행자들 사이로, 날아가듯 정상을 향해 행진하는 무수한 발걸음들이 스쳐 지나간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겹쳐지는 풍경. 그것이 지하철역 계단 앞에서 펼쳐진다.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것. 누구나 당연하다고 되뇌지만, 막상 마주하고 싶은 이는 없다. 언젠가 그것이 나를 덮쳐 태엽을 풀어버리면, 나 또한 바위를 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을, 누군가가 지금의 나처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아직 그 시간과 무관하다는 듯한 눈으로. 자신에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 믿고 있는 그 모습을.
오늘은 바라보는 자. 내일은 바라보이는 자. 우리는 서로의 시간 속에 배역을 바꿔 살아간다.
영원히 푸를 줄만 알았다. 그러나 야속한 세월은 어느새 나를 노랗게 물들이고, 조그만 바람에도 힘 없이 빙글거리며 땅으로 내려앉는 존재로 만든다. 바스락거리는 육신은 결국 잘게 흩날리는 가루가 되어 땅으로 돌아간다. 같은 풍경 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만, 매번 등장인물만이 바뀌는 종막 없는 극장.
그 안에서 우리는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