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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May 13. 2022

이름이란 무엇인가?

관심있는 단어 36

"누구세요?"  

사람들이 이렇게 물으면  보통 "OOO입니다"로 자기 이름을 말한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한 듯 그렇게 묻고 그렇게 답한다.


이름이란 무엇인가?

진짜 당신은 누구이고 그 이름과 당신은  일치하는 동체인가?

살펴보니 성은 조상 대대로  이미 정해져 물려받은 것이고, 뒤에 이름은 대개 부모가 지어준 것이다.  

분명히 내 것이고 내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이름이지만, 실상 내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주어진 것이다. 철저하게 외부에서 타인으로부터 우연하게 합의 없이 부여된 것이다. 나의 오리지널이라곤 털끝만치도 없다.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이라고 크게 착각하고 외치고 불려지고 있는 게 바로 '이름'이다.

개중에는 개명하여 자기 뜻대로 만들어 쓰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옛 이름과 신이름을 연결 짓는 설명과 홍보의 번거로움에 시달린다. 그래서 대개는 귀찮아서라도 주어진 대로 적응하고 개목걸이 하듯 달고 살아간다.


이름과 관련하여 세상에는 이런 말이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물론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다. 명예를 소중히 하고 자존감을 가지라는 뜻일 것이다.


과연 그런가?  

이름이 자기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간판인 건 맞지만,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간 인간들 중에 제대로 '자기 맛'보고 살다 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살아생전 그리도 폼 잡더니 죽어서도 존경받는 자들이 얼마나 될까? 그 이름에 걸맞게 행복해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개는 이름 뒤집어쓰고 그 굴레에 허덕이다가 죽어간다. 살아서는 이름으로 존경, 죽어서는 껍데기로 기억된다. 드높던 왕들의 주검이 지금은 우리들의 점심 식후 산책길이 되었고, 어른 아이 둘러보는 희희낙락 관광코스로 변하지 않았는가? 그들이 과연 후대의 지금 상황을 예견이나 했을까?  


보통 사람들은 "OOO"이름 석자로 끝나지만,  이름 앞뒤에 한두 개 장황한 수식어를 더 다는 경우도 많고 또 사람들은 이를 추구한다. 하나라도 더 못 달아서 안달이다. 예컨대  "존경하는..."라는 접두사 같은 수식어를 앞에 두고 "OOO사장님",  "OOO회장님",  "OOO대통령",  "OOO의원님",  "OOO검사님",  "OOO판사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마치 행사장 때마다 나오는 북한 장성들의 가슴에  주렁주렁 달린 괴상망측한 훈장들을 연상케 한다. 당사자들이야 자부심 가득하겠지만, 구경꾼 눈엔 광대놀음이다.  


인간은 주어진 이름에 목메고 시름하고 안달하다 죽어가는 존재다.  

이름 속의 인간은 이름과 그 속의 인간이 동체로 인정받기를 원하겠지만, 이름만 존경받다가 그 껍데기에 의해 버려진다. 껍데기를 위해 살다가는 알맹이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한여름 매미와 다를 바 없는 존재다. 그는 한여름 뙤약볕에서 밤낮으로 울고불고하다일주일 뒤 어느 날 허겁지겁 허물만 남기고 사라진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구세요?"

"당신 이름은 무엇이고, 당신 알맹이는 무엇인가?"

"OOO님, 본인 맞아요? 확실합니까?"

#53

"그런데 참..."

" 당신, 알맹이는 있기나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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