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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May 03. 2022

등단

<#109>

'등단했다'라는 말

그것은 무대의 존재를 전제한다.

무대가 있어야 등단인가?

운동장에서 공을 차야만 축구인가?

셰익스피어도  두보도 김삿갓에게도 등단은 없었다.  


내가 이 세상에 나올 때도 무대는 없었다. 관객도 없었다.

나 홀로 등단했다.

어머니 자궁을 통과하는 그 순간,

'으앙'소리 내지르며 어둠을 빠져나오는 그 순간 이미 난 시인이었다.  

나도 모르게 등단된 모태 시인이다.


어쩌다 무대가 된 우리 어머니에게

나의 '으앙'은 단순 울음소리에 불과했지만,

그것은 나의 첫 호흡, 최초의 시낭송이었다.

이보다 더 위대한 등단이  어디 있을까?

이보다 더 큰 무대가 어디 있을까?


머리 희끗한 지금은 어떤가?

그 어머니 대신 내가 무대다.


알고 보니 지나간 모든 시간이 무대였고

내 호흡과 세상과 맞닿았던 모든 게 시였다.

지금 서있는 이 순간, 앞으로 다른 이로 메워질 저 자리 시이고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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