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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May 01. 2022

어쩌다 마주친 쾌락

쿰쿰하면서도 당기는 어머니 손 된장 내음

가을걷이 들판의 아침 희뿌연 볏짚단 냄새

그리고, 방금 내린 김서림 가득한 커피 향

그런 냄새,

그런 느낌,

구식과 신식이 함께하는 그런 파노라마들

이렇게 저렇게 만들고 쌓아진 기억의 퇴적들


은근하게 나를 유혹하는 기억의 장력

자발적  호기심 같기도

신의 목줄 같기도

태초에 주어진 중력 같기도 하다

카오스의 우연인가?


어쩌다 마주친 쾌락,

나는 매일 그런 냄새와 기억과 추억에 부대낀다

고개 너머 저기 허무의 낭떠러지를 향해 헤맨다

이리저리  

이 사람 저 사람으로,

감각에서 생각으로, 생각에서 판타지로

전에는 호기심, 지금은 생각, 앞으로는 추억


어쩌다 마주친 쾌락,

짜릿함과 환호와 후회가 뒤섞여 뒹군다

그들이 두개골 교차로에서 막무가내 달린다

과거 현재 미래가 신경계 다리 위에서 조용하게 엉킨다

나는 그런 쾌락과 추억을 정리하는 교통 신호수

뒤범벅 속의 잠잠함, 혼잡의 역설, 다들 한가로운데 나만 어수선

바쁘다 말고 문득 졸린다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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