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공과 추락의 스토리 대략
나는 앞 글에서 언급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범생이 프레임’과 ‘성공 검법 프레임’이라는 거대한 두 개의 프레임에 의해 육성 사육되어 그래서 성공했고, 그 원인으로 실패를 겪었다. 그 성공과 추락의 스토리를 간략하게 정리 요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추하면서 분석과 깨달음의 모델로 삼아보기로 한다.
나는 600만 원짜리 쌍문동 반지하 전세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백 없고 유산 없는 시골청년이 서울 올라와 딱히 기댈 곳도 없었던 나에게 그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희망카드라고는 월급과 주식투자뿐이었다. 80년대 초부터 일찌감치 시작한 주식투자로 월급쟁이로서는 나름 작은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안양 석수동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화장실에 거울이 있는 걸 보고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쌍문동 사원주택과 전세 낀 갭 투자로 길동 APT 두 채를 마련했으나, 두 채 모두 입주도 못해 보고 몽땅 주식으로 날렸다. 거기에다 빚까지 3억 더하여 깡통이 되는 바람에 당시 증권사의 적지 않은 연봉 (90년 초 약 3600만 원)이었지만, 이자로 충당되는 바람에 최악의 궁핍한 직장 생활을 했다.
빚과 빈곤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하여 낮에는 직장, 퇴근 후는 액세서리 가게를 넘나들며 4년간 투잡 생활을 이어가다가 새로운 희망을 찾아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손댄 사업이 성공하여 창업 7년 만에 코스닥 상장까지 하게 되었고, 남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IMF 때 자산 100억 원(지금 기준으로 아마 1천억 원 정도로 추정함)의 거액을 거머쥐었다. 연봉 9억에다 대치동 미도 아파트에 살면서 가정부까지 있었으니 생애 처음으로 돈 걱정 없는 호사를 누렸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추가적인 사업 확장 실패와 내부 갈등으로 내가 창업한 회사에서 스스로 물러났고, 새로 손 덴 사업이 실패하는 바람에 결국 회생,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 이후 10년을 빚 청산과 파산절차에 마음고생을 하면서 컨설턴트, 보험모집인, 산업현장교수 등 여러 회사 여러 직종을 전전하다가 기업자문, 코칭, 칼럼니스트, 작가로 자리 잡았다.
내가 망하는 과정에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
내가 망하는 과정에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폐업으로 가족들이 굶으면 어쩔까’ 하는 것이었다. 가족들의 안위와 생계 걱정이었다.
나 스스로에게 최악의 경우를 자문자답해 봤다.
첫 번째 안 좋은 생각: “망하면 죽는가?”
아닌 것 같다. 망한다고 죽음까지 연결시키는 건 과한 것 같다. 돈이 날아간 것이지 망한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는 결론이다.
두 번째 안 좋은 생각, “망하면 굶어 죽을 가능성 있나?”
이 또한 아닌 것 같다. 간혹 TV 뉴스에 그런 뉴스가 나오긴 하지만, 거의가 거동이 어려운 노약자들의 경우이고, 사업 망했다고 앉아서 죽음을 기다린 사장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없었다.
사업이 망하는 최악의 경우를 스스로 상상해 본 것이다. 결론은 나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이상 굶어 죽지도, 그냥 저절로 죽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일반인에게 다소 유치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의 망해가는 게 뻔한 상황을 목전에 둔 사장이 터덜터덜 가을 들판을 걸으면서 비탄에 젖어 생각한 상념이라면, 독자 여러분도 이해해 주리라 생각한다.
내가 너무 생각 없이, 개념 없이 살았구나
눈 가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구나
불나방처럼 등잔불에 죽는 줄도 모르고 불빛만 좇았구나
하루살이처럼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이 전부인 양 살았구나
내가 그동안 엉뚱한 걸 두려워하면서 살았구나
내가 과도한 두려움에 스스로를 위축시키며 살았구나 등이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질문
기억을 더듬어보니 경우는 다르지만,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 거 같았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병철(1910~87) 회장이 타계 한 달 전 87년 10월 정의채 몬시뇰 신부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지를 남겼다고 한다.
폴 고갱의 그림
예술가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그림은 폴 고갱(1848-1903)이 죽기 5년 전 완성(1897)한 작품이다. 그는 이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생을 마감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타이티에서 자유로워진 것 까지는 좋았으나 가족을 떠나 외롭게 사는 것, 너무나 아꼈던 딸의 죽음, 경제적 궁핍, 건강 악화 때문에 그는 죽기를 결심하고 이 그림을 시작했던 것이다. 자살 미수 후 그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최악의 상황 속에서 자신에게 남은 모든 정력을 이 작품에 쏟아부었다”라고 썼다.
나 스스로에게도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이미지=통로나는 왜 사업을 하는가?
나는 왜 일하는가?
나는 왜 돈을 벌고 있는가?
이 사업을 통해 나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
내 사업의 궁극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뭘 위해 살고 있는가?
이 일은 과연 의미 있는 일인가?
<참고: 이병철 회장 24가지 질문>
1.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들어 내 보이지 않는가?
2. 신은 우주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3. 생물학자들은 인간도 오랜 진화과정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신의 인간 창조와 어떻게 다른가? 인간이나 생물도 진화의 산물 아닌가?
4. 언젠가 생명의 합성, 무병장수의 시대도 가능할 것 같다. 이처럼 과학이 끝없이 발달하면 신의 존재도 부인되는 것이 아닌가?
5. 신은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6. 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는가? 예 ; 히틀러나 스탈린, 또는 갖가지 흉악범들
7. 예수는 우리의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죽었다는데 우리의 죄란 무엇인가? 왜 우리로 하여금 죄를 짓게 내버려 두었는가?
8. 성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것이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9. 종교란 무엇인가?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
10. 영혼이란 무엇인가?
11. 종교의 종류와 특징은 무엇인가?
12. 천주교를 믿지 않고는 천국에 갈 수 없는가? 무종교인, 무신론자, 타 종교인들 중에도 착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13. 종교의 목적은 모두 착하게 사는 것인데 왜 천주교만 제일이고, 다른 종교는 이단시하나?
14. 인간이 죽은 후에 영혼은 죽지 않고,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15. 신앙이 없어도 부귀를 누리고, 악인 중에도 부귀와 안락을 누리는 사람이 많은데, 신의 교훈은 무엇인가?
16.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을 약대가 바늘구명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는데, 부자는 악인이란 말인가?
17. 이태리 같은 나라는 국민의 99%가 천주교도인데, 사회혼란과 범죄가 왜 그리 많으며, 세계의 모범국이 되지 못하는가?
18. 신앙인은 때때로 광인처럼 되는데, 공산당원이 공산주의에 미치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19. 천주교와 공산주의는 상극이라고 하는데, 천주교도가 많은 나라들이 왜 공산국이 되었나? 예;폴란드 등 동구 제국, 니카라과 등.
20. 우리나라는 두 집 건너 교회가 있고, 신자도 많은데 사회 범죄와 시련이 왜 그리 많은가?
21. 로마 교황의 결정엔 잘못이 없다는데, 그도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독선이 가능한가?
22. 신부는 어떤 사람인가? 왜 독신인가? 수녀는 어떤 사람인가? 왜 독신인가?
23. 천주교의 어떤 단체는 기업주를 착취자로, 근로자를 착취당하는 자로 단정, 기업의 분열과 파괴를 조장하는데 자본주의 체제와 미덕을 부인하는 것인가?
24.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
<참고> 잊힌 질문, 차동엽, 위즈앤비즈,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