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고 난 뒤 나의 재발견

실패의 재발견

by 최송목

1. 망하는 건 짐작했던 거보다 괴롭다

망하면 돈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돈, 사람, 인간관계, 의리, 신념 등 모든 것이 사라진다. 그래서 짐작했던 고통보다 그 수위가 높다.

2. 가능하면 소송은 피하는 게 좋다

판사, 변호사는 억울해하는 나를 도와주고 위로하는 친구가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주어진 일을 하는 전문적인 직업인이다. 변호사가 변론을 밤새워 준비하고 의뢰인의 억울함 이익을 대신하여 열정적으로 열변을 토하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있는 일이다.


거기에는 전관예우라는 것도 있고, 변호사가 누구인가에 따라 사건의 승패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각종 전략과 권모술수도 함께한다는 사실도 그랬다. 마찬가지로 판사는 정의의 사도로, 정의를 구현하려고 판결하는 것으로 알고 갔지만, 수많은 법적 다툼을 결정해주는, 그런 일을 처리하는 직업일 뿐이다.


그동안 나는 사회 시스템의 각자 존재 이유 ‘간판’에 너무 의존했고 곧이곧대로 믿었다. 간판은 간판일 뿐이고, 시스템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상당히 복잡한 이유로 그냥 존재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

주변 친구 지인들도 처음에는 격려와 위로를 하고, 증인도 마다하지 않을 듯하였지만, 점차 구경꾼으로 변해갔다. 그들은 그들만의 생활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 당사자인 나만 지루한 법정에 홀로 서 있었다. 처음에는 금방 끝날 공방인 줄 알고 다들 쉽게 시작하지만, 한 번 휘말리면 길고 지루한 게임이 되고 급기야는 ‘소송의 생활화’가 되고 만다.


처음에는 민사소송 같은 가벼운 몸풀기로 소송을 시작하지만, 대개는 형사 소송을 같이 묶어 패키지로 가게 되어있다. 일반소송이라 할지라도 사기, 훼손 등 가벼운 형사건으로라도 트집거리를 잡아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사소송 제기가 필요하고 또 이를 변호사들이 전략적으로 권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하나의 게임이고 게임은 이겨야 돈이 되기 때문에 의뢰인의 이익보다는 자기의 승률에 더 관심이 높은 구조다.

내가 했던 각종 소송서류들: 부속서류는 이 분량의 4배 정도 된다

소송에는 단순하게 소를 제기하는 단건이 아니라 내용증명, 가압류, 압류 등 부대 법적 절차나 보조 압박수단이 따르기 때문에 이를 전부 따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송’이라는 큰 파도에 휩쓸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런 소용돌이에 처음부터 빠지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한마디로 돈 잃고 시간 잃고 사람 잃고 영혼까지도 날아가는 것이 소송이다. 소송은 이겼는데, 돈 못 받는 경우도 많고 승소한 사람이 오히려 몰락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소송하지 말고 조금 손해 보더라도, 기분 나쁘더라도, 자존심 상하더라도 타협하고 중재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슨 도덕 훈계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또 심리적으로나 기회비용 측면의 계산적으로나 실익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분풀이로 시작했다가 되려 본인이 망하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면 허망하다.

이미지 = 통로

그런데,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거 같다. 그간의 수많은 소송 경험으로 좋은 일도 있었다. 생활이 어려워 힘들어할 때 지인 회사에서 법무이사로 일해달라고 연락이 온 것이다. 통상, 법무이사는 변호사가 하지만, 소송으로 얼룩진 법정 전투 경력이 밥벌이 수단이 된 것이다. 내가 직접 변론은 하지 않았지만, 담당 변호사 서너 명과 소송 전략을 짜고 법무 전략을 기획 실행하는 일이었다.


3. “잘 될 때 잘하자” 3가지 성공을 조심해야겠다

“잘 될 때 잘하자” 3가지 성공을 조심해야겠다. ”있을 때 잘해”라는 드라마도 있고, 노래도 있다.

인생 망가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말을 허투루 흘려 들었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지, 조심해야 할 일이 뭐가 있겠나?’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지나서 겪고 보니 그 말은 진실이었다. 갑작스러운 성공, 큰 성공, 계속적인 성공 이 세 가지는 조심해야 한다. 사실 꿈같은 일이고 인생 최고의 순간일 것이다. 나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맛보았고, 돈으로도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당시에는 외부 원인으로 돌려 호사다마로만 생각했다. 원인이 나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안 것은 망하고 한참 뒤의 일이다.


그렇다고 당시 내가 돈 좀 벌었다고 남들 앞에서 인색하거나 거드름을 피우거나 사치를 부리지는 않았다. 물론 나의 일방적인 평가다. 사실 사업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돈 벌면 좋은 차, 좋은 집을 생각했지만, 막상 돈이 생기니 그런 마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 달에 7천만 원씩 자유롭게 쓰면서도 나름 절제와 통제를 잘하려고 노력했다. 오죽했으면,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우리 딸이 그때 우리 집이 그렇게 큰 부자인 줄 몰랐다고 회상하니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나서 반추해보니 생각이 많이 짧았다. 한마디로 긴장도 이완이 된 것이다. 이런 일은 주로 철학 부족과 보이는 부분에 대한 착시에서 발생한다. 사람이 돈을 많이 벌고 그 돈이 종이처럼 풍족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도가 떨어진다. 행복감도 급락, 뚝 떨어진다. 머릿속이 돈 대신 다른 고민으로 채워져 행복감이 감소하는 것이다. 적어도 돈과 관련해서는 그렇다. 최근 신문 보도를 인용해 이를 보충한다.


금융권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A 씨(30)는 입사 동기의 권유로 2020년 1월 암호화폐 투자를 처음 시작했다. 회사 봉급으로 모은 1500만 원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모두 투자한 A 씨는 1년 6개월 만에 30억 원 넘는 돈을 벌고 지난해 6월 회사를 나왔다. A 씨는 “큰돈이 생기면서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니 결국 주변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최근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은퇴 당시만 하더라도 앞으로 일하지 않고 암호화폐 투자 수익으로만 살겠다고 결심했던 A 씨는 일을 그만둔 뒤 자신이 더 불행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취미활동도 잠깐일 뿐 일과 없는 삶 속 ‘식물인간’처럼 지내며 우울증까지 찾아왔다”라고 털어놨다. A 씨는 “은행 이자만으로 살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모으면 무조건 행복할 줄 알았지만 결국 환상이었다”이라고 말했다. <출처:한경닷컴 22.10.07>


특히 돈 버는 일 하나에만 집중하여 살았던 사장들은 대개 돈 벌고 난 후 쉽게 쾌락으로 빠지거나 목표에 대한 동력을 상실하게 되어 스스로 심리의 본바닥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평소 열등하게 생각하던 부분이 수면으로 부상한다. 콤플렉스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정체성의 불확실성과 생활의 나른함, 오만함이 합쳐져 주변과 사소한 갈등이나 방심으로 인한 사고로 연결되어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그래서 ‘누군가의 인생을 망가지게 하려면 그에게 큰돈을 쥐어주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잘 될 때 잘하자”

결론적으로 갑작스러운 성공, 큰 성공, 계속적인 성공 이 세 가지가 겹칠 때는 자기 정체성, 돈과 성공에 대한 개념의 재정립 등 외부보다 자기 내부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참조>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10073484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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