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재발견
“성공은 몇 번 이겼는지 여부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보다 패배한 그다음 주에 어떻게 플레이하느냐가 중요하다.”
지난 2022년 12월 29일 세상을 떠난 축구 황제 펠레의 말이다. 개인 통산 1283골. 월드컵 통산 최다 우승(3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정 20세기 최고의 운동선수(1999). FIFA 선정 20세기 최고의 축구선수(2000)다. ‘슈팅의 꽃’ 오버헤드킥을 처음 시도했고, 등번호 10번에 에이스의 권위를 부여했으며, 상대 수비수의 집중 견제로 나뒹구는 펠레를 보호하기 위해 옐로카드와 레드카드가 도입된 것도 그로 인한 것이었다.
펠레의 말대로 성공의 크기나 높이,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수 실패한 다음의 행동이 중요하다.
망하고 난 뒤 나는 ‘성공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이 깊어졌다. 돈 벌면 그게 곧 성공이라는 단순 등식에서 벗어나 분야별 다른 성공 모델과 수직적, 수평적 성공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성공의 규모나 크기 못지않게 성공의 품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예컨대, 농부가 땀 흘려 농사를 짓지만, 유기농법, 친환경 농법, 하우스 농법 등 다양한 농법의 기준과 방법이 있고, 그 쌀을 도정하는 단계에서는 도정 횟수에 따라 5분도 7분도, 현미, 백미 등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밥으로 지어져 용도에 따라 초밥용, 국밥용, 김밥용 등으로 분류되어 각각의 상품별 품질이 메겨질 것이다. 나아가 쌀이 2차 가공되어 떡이나 과자로 만들어지면 그 기준의 맛과 품질이 별도로 결정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그토록 위대하다고 칭송하는 위인 영웅들 즉, 크고, 위대하게 영웅으로 살다 간 사람들의 인생 진면목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인생 성적표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세와 결을 같이 하는지 좀 상세히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먼저, 가장 성공적인 군사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는 알렉산드로스 대왕(BC356∼BC323)은 20세에 왕이 된 이래 전쟁만 하다가 전쟁터에서 33살에 죽었다. 그의 제국은 그가 죽자마자 산산조각 분열되었다. 한마디로 그는 전쟁 속에 살다 간 전쟁광이다.
칭기즈칸(1162-1227)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복자이자 성공적인 군사 지도자 및 인류 최대의 정복군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의 유래 없는 잔인함과 대량 살상으로 그에 의해 지구상에서 사라진 민족이 한둘이 아니다. 칭기즈칸의 군대에 의해 죽은 사람의 수는 아돌프 히틀러와 스탈린에 의해 죽은 사람의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4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칭기즈칸은 서하 원정 도중 낙마하여 그 후유증으로 66세에 군영에서 사망했다.
나폴레옹(1769∼1821) 프랑스 변두리였던 코르시카 섬에서 태어나 프랑스혁명의 혼란한 시대 속에서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통해 프랑스혁명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이후 브뤼메르 18일의 쿠데타를 통해서 집권하였다. 천재적인 군사적 재능으로 유럽을 석권하고 프랑스를 승리로 이끌어 프랑스 제1제국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 유배되어 총독 허드슨으로부터 많은 괴롭힘을 당하다 52세에 죽었다.
콜럼버스(1450∼1506) 1492년 바하마 제도(Bahamas)에서 과나하니 섬에 도달했고, 이 섬을 산살바도르(San Salvador, 구세주의 섬)이라 칭하였다. 이어서 그는 쿠바·히스파니올라(아이티, Haiti)에 도달하여, 이곳을 인도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원주민을 인디언이라 칭하였다. 죽을 때까지 그는 자신이 도착했던 땅이 인도라고 확신했다. 자신의 성공을 모르고 죽은 인물이다.
모차르트 (1756∼1791) 바흐, 베토벤과 더불어 역사적으로 가장 뛰어난 음악적 업적을 이룩한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음악의 신동(神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치와 당구 도박에 빠져 가난에 쪼들리다 35세의 나이에 어린 두 아들과 빚만 잔뜩 남긴 채 급사했다.
세종대왕(1397∼1450) 20대 초반부터 왕위에 올라 열정적으로 국정을 돌보았고 육식을 즐겨하는 데다 과로와 운동부족으로 비만, 당뇨, 안구 통증, 방광염, 당뇨병성 망막증, 종창과 풍질(신경 이상) 등 각종 성인병을 달고 살았다. 결국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몹시 악화되었고 재위 후반기 들어 각종 질병에 병석에 누워 정무를 볼 수 없게 되었고 재위 24년(1442)부터 약 7년간 세자 향(문종)에게 국정을 대리 청정케 하다 53세로 승하했다.
스티브 잡스(1955∼2011) Apple II 컴퓨터로 데스크톱 시장을 개척하였고, Macintosh를 개발하였으며, iPhone을 통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시대를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창의적인 생각과 행보로 현재의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자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인 발표 방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의 귀재로 유명하다. 하지만, 자기중심적이고 까칠한 성격적 결함이 있었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존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과 나의 실 생활에서 목표로 하는 성공과 인격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상당히 괴리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진정으로 존경할 만한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성공의 본질에 따른 성공의 방향과 품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세상은 보는 대로 보인다. 같은 수양버들이라도 심신이 지쳐 있을 때 보면 수양버들도 힘없이 늘어져 보일 테고, 활기차고 열정이 가득할 때 바라보면 수양버들은 한없이 여유롭게 보인다. 세상이나 사물은 사람의 감정에 따라 180도로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실패 국면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태도가 미래를 결정한다. 실패란 실패라는 그 지점에 시선이 멈췄을 때 실패다.
나에게도 몇 번의 실패와 시련이 있었다. 주식투자로 마련한 아파트 두 채를 바로 그 주식투자로 날렸고, 또 그에 더하여 당시로서는 거액이랄 수 있는 3억 원을 덤으로 날리다 보니 월급 타면 맨날 이자 내기 급급했고, 사업할 때는 상황이 어려워져 결국 회사와 개인 동시에 회생, 파산절차를 밟아 10년 넘게 남모를 생활고와 어둠의 시간으로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하는 유랑생활을 했다. 내가 만약 그때 그 ‘실패자’로 그대로 주저앉았다면 나는 그냥 폭망 한 ‘실패자’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 다시 일어섰기 때문에 ‘과거에 실패했던’ 실패 경험자로 거듭난 것이다. 그리고 재기하고 나니 오히려 그때 겪었던 과거의 실패가 현재와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결국 실패란 실패에 멈춰 섰을 때 규정되는 단어다. 실패에 멈춰 서면 실패가 나의 간판으로 규정된다. 실패를 최종 결과로 받아들이면 실패로 완결된다. 그러나 성공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실패는 성공에서 한 줄의 ‘과거 실패’로 기록된다. 지금 나에게 '실패'란, 글 쓰고 강연하는데 하나의 재료이며 스토리텔링이며 ‘성공한 실적’의 과정 중 일부다. 아무도 그 실패를 얕잡아보거나 흠결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러워한다. “그런 밑바닥에서 어떻게 견디셨어요?”, “어떻게 극복하신 거예요?”, “무척 힘드셨겠네요?”, “비결이 뭐예요?” 그러면 나는 오히려 더 솔직해지고 신나 한다.
실패를 제대로 인식해야 실패를 벗어날 수 있다. 실패를 찬찬히 바라보고 관찰하고 분석해 보자. 자기 실패가 아니라 남의 실패처럼 바라보자. 나의 실패는 뼈아픈 고통이지만 남의 실패는 웃으며 배우는 타산지석이다. 지나온 실패를 '감정의 아픔'으로만 느끼지 말고, '벽에 걸린 작품'으로 만나보는 것이다. 어쨌거나 내가 만들어 낸 작품이다. 걸작이 될 거라 믿고 시도했던 미완의 ‘부족작’이다. 요모조모 바라보다 보면 작품의 원인. 과정. 결과가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한마디로 ‘실패 통찰’이다. 뭐든 거리를 두고 봐야 실체가 보인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실패를 해석해 보기로 한다. 지나간 그 모든 사건들이 알고 보니, 열심히 “하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열심히 산 흔적이다. 때로는 성공 흔적이고 때로는 실패 흔적이다. “나는 사업을 실패한 것 맞지만, 인생을 실패한 게 아니다” 이것이 나의 실패에 대한 최종 결론이다.
한 번도 실패 한 적 없는 사장, 계속 성공하고 있는 사장, 그가 가장 위험 가능성이 큰 사장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사업의 성공을 빌거나 격려하는 말로 “승승장구”라는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승승장구란 사업에서 확률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확률이다. 사업은 작던 크던 도전으로 시작하여 성공과 실패 속에서 씨앗을 거두어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참고>
1. 사장으로 견딘다는 것, 최송목, 유노 북스, 2021
2. 위키백과
3. 나무 위키
4, 펠레의 마지막 메시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1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