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실패의 재발견

by 최송목

1. 살아남는 설계를 할 것이다

나는 시골에서 아버지처럼 농사꾼 되는 게 싫어 서울로 올라온 사람이다. 아버지처럼 농약과 땀이 뒤범벅이 되어 일하는 게 너무 싫었다. 나는 인생을 성공을 위한 전장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전투와 경쟁에서 이기는 설계, 성공하는 설계, 보다 진취적이고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설계를 중심으로 살아왔다. 한마디로 전투적 설계다.

내가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면, 그때와는 다른 방식의 성공 설계를 하고 싶다. 살아남는 설계, 생존 설계, 내실 설계, 방어설계, 내진설계를 할 것이다. 반짝 성공하다 사라지는 하루살이의 삶보다는 호흡을 길게 장수하는 설계를 하고 싶은 것이다. 또, 보편적, 천편일률적 성공 설계로 비슷비슷한 설계 중심에서 나의(of), 나에 의한(by), 나를 위한(for) ‘맞춤식’ 성공 설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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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설계란 무엇인가?

건축 건설에서 지진에 대비하여 설계하는 것이 내진 설계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흔들림, 무너짐을 최소화하여 위험률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사업에서 이런 방어 설계가 필요한 이유는 사업은 이기고, 지고의 연속이고, 성공과 실패의 연속이며, 달리다 보면 반드시 넘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 상황이나 조건이 역전되어 뒤집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시 수익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소금 장사와 우산장사를 겸한다던가, 얼음과 석유 가게처럼 더운 여름철에는 얼음을, 추운 겨울철에는 석유를 파는 판매 설계를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수주하는 게 주 수입원이라면, 보수유지 부문을 확대하여 프로젝트 수주가 미흡하더라도 회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수입 관리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인사조직의 경우도 같은 프레임이다. 한 사람이 그만두거나 빠질 경우를 대비하여 겸직이 가능한 인재를 배치하거나 채용을 염두에 두고 운영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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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람”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불어오는 것은 아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서핑 요트는 별도의 동력 없이 바람의 힘으로만 간다. “요트는 바람 따라가는 게 아니라, 바람 타고,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요트의 전략’이다. 회사 경영도 이와 다르지 않다.


2. 맷집을 키울 것이다 (두 가지의 맷집)

일반적으로 ‘맷집’이라면, 실패를 견디는 (소극적) 맷집을 말한다. 나는 여기에다 추가로 성공을 유지하는 (적극적) 맷집도 같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실패를 견디는 맷집은 소극적 맷집이라 할 수 있다. 권투라면 상대의 펀치를 맞고 버티는 힘이다. 이런 종류의 맷집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4전 5기의 홍수환 선수다. 그는 KO로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넘어져서 다시 일어선 사람들의 특징은 반복 훈련된 몸(육체)을 가졌다는 점이다. 당시 홍수환 선수가 넘어졌을 때 모습을 자세히 보면, 넘어지는 순간에도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훈련을 많이 했으면 넋이 나간 상태에서도 저렇게 고개를 들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부단한 반복 훈련 없이는 나올 수 없는 동작이다. 덧붙여 또 하나는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려는 악착같은 정신력이다. 나는 그걸 ’ 깡’이라 하고 싶다. 홍수환의 4전 5기는 육체와 정신이 하나 되어 이룬 ‘맷집’의 결정체라 생각한다.

KakaoTalk_20221003_161219998.png 사진=조준우

다음으로 성공을 유지하는 맷집은 적극적 맷집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 대개는 사업실패로 무너지지만, 일부는 그 성공으로 무너진다. 나 또한 성공으로 무너진 케이스다. 천신만고 끝에 목표였던 코스닥 등록(IPO)이 되고 나니 긴장이 풀렸다. 매출 3억, 직원 5명 바닥에서 출발하여 매출 880억, 자회사 2개, 대형학원 3개, (정규) 직원 500명으로 성장하게 되었으니 더는 올라갈 목표도 없고 비전도 없었다. 매일 하릴없는 술자리가 이어졌다. 그전까지는 성공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한 목표가 분명한 술자리였다면 이제는 습관적으로 심심풀이 관성과 쾌락의 술자리가 된 것이다. 매출은 걱정 없고 사람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니 일주일 내내 술자리가 이어졌다. 급기야는 약속이 없어도 괜히 누구든 불러내서 한잔하는 게 생활의 습관이 되었다. 술은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는 순기능도 있지만 이렇듯 목적을 상실한 상시적 술 습관은 육체와 정신을 서서히 침몰시킬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서서히 침몰해 갔다.

대개의 사장들은 전쟁 같았던 사업이 마침내 안정되고 목표가 달성되고 난 뒤에 Next 비전이나 계획이 없으면 쾌락에 빠지거나 방황의 길을 걷게 되거나 무위도식하게 된다. 성공 후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멘털의 균열이 발생하여 흔들리는 것이다. 심심함이 나태로 이어지는 멘털의 이완도 발생하고, 인생이 재미없어지니 자극적인 쾌락을 찾거나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것이다. 일주 내내 골프 치고 여행 가고 술 마시는 것을 일삼는 것이다. 업무차 또는 가끔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놀이의 생활화가 문제다. 처음에는 다들 건전하게 시작하지만, 좀 더 큰 자극을 원하다 보면 차츰 수렁에 빠져드는 것이다.

KakaoTalk_20221003_161229263.png 이미지=통로 이미지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성공 유지 ‘맷집’이다. 사업의 성공과정이 산을 오르고 돈을 채우는 ‘축적의 과정’이라 한다면, 성공 뒤의 Next는 산을 내려오면서 돈을 쓰고 다듬고 베푸는 ‘자기 절제의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성공 유지 ‘맷집’이다. 이런 맷집을 위해서는 통찰을 통한 나름의 철학과 정체성 재정립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목표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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