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잘 팔리고 있나요?

사장의 책 쓰기

by 최송목

책을 낸 후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사실은 안부인사인데 '내가 책장사인가?'되짚어 보게 만든다. 워낙 자주 받는 질문이라, 귀찮음 반 건성 반으로 "네, 덕분에 잘 팔리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라고 미리 정해놓은 자동응답이다.

그러면 그다음 기계적 반응이 이어진다.

" 와! 돈 많이 벌었겠네요"

"인세는 얼마나 되나요?" 이런 식 루틴이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책출간으로 이어지면서 점차 식상한 프로세스가 되어갔다. 그러는 사이 나도 모르게 인세부자로 소문이 났다. 속 빈 강정인줄도 모르고... 처음엔 손사래 치고 애써 변명도 했지만, 지금은 덤덤하게 그냥 그가 상상하는 대로 흐름에 맡기고 있다.


지금 우리는 저술을 통해서 돈이 생기는 구조 속에 살고 있다. 책출간은 곧 대박, 돈방석, 부자라는 자본주의 등식을 강요당한다. 물론 그중에는 엄청난 인세로 부자가 된 이들도 간혹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받게 되는 것 같다. 다들 대박을 꿈꾸면서 책을 출간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인세로 용돈벌이 정도가 고작이다. 책 쓰기 욕망을 부추겨서 비즈니스 하는 책 쓰기 업자들의 과대선전 탓도 일조했을 터이다. 어둠과 빛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저작권'과 인세는 글 쓰는 작가들에게 베스트셀러 콤플렉스에 빠지게 하는 터널과 같다. 그래서 누군가 책을 썼다 하면 "인세를 얼마나 받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인세'구조의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책을 낸다는 하나의 '자기표현'이 상업화 내지는 부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책을 내려니 돈은 없고, 내 돈으로 출간하려니 자존심 상하고, 출판사 통하려니 어느 정도 상업화에 동조해야 하는데... 과연 어느 지점까지 상업화에 타협하는 게 적정할까? 고고한 선비처럼 세상흐름을 무시하고 글을 쓰면 출판사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책 자체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이 지점에서 현실적으로 출판사와 어느 정도 타협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책도 유행을 탄다. 책제목, 내용, 디자인 표지 등이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작가는 디자인, 표지 까지는 신경 쓸 거 없다. 출판사가 알아서 하니 작가는 그냥 유행에 맞는 글을 쓰면 된다. 예컨대 SNS에 단문이 유행한다거나, 빈티지 패션, 트로트음악이 유행한다거나 하는 것 정도다.


책 쓰는 작가는 독자, 출판사 3者간의 이익의 본질과 관점을 잘 파악하여 균형감 있는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보육원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샤넬”의 창시자 가브리엘‘코코’ 샤넬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돈을 위한 돈이 아니라 성공의 상징으로서의 돈이다” 세계적인 큰 부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많은 돈을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추구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행동과 숨겨진 심리를 관찰하고 그들의 욕구를 잘 살피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들 손에 쥐어져 있던 돈을 부수적으로 얻게 된 것이다. 돈을 존재가치로부터 나오는 부산물로 본 것이다. 글쓰기도 판매부수와 베스트셀러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보면 헛발질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예비작가 여러분께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베스트셀러가 될 생각하지 말라고, 베스트셀러를 부러워하지도 말라고. 글은 최종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하나의 작품이다. 많은 글쓰기 작가들은 “베스트셀러 되고 싶다”라고 희망한다. 많은 출판사 사장들이 부추긴다. “꼭 베스트셀러 되시라”라고. 그리고 그리 될 것이라 작가 스스로 다짐하고 믿고 환상에 젖는다. 그러나 그건 본인의 바람이고 저들의 욕심이다. 그래야 이름도 날리고 수입이 될 테니까.


솔직히 책을 쓰는 작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베스트셀러 작가다. 베스트셀러 되고 싶지 않은 작가가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실제로 10만 부는 언감생심이고 1만 부 이상조차도 넘기는 작가는 흔치 않다. 가수 지망생에 비유하자면 가수지망생이라고 모두 아이유, 송가인, BTS처럼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수십만 지망생 중 가수 되는 것도 힘든데 정점을 찍는 톱가수가 되는 것은 정말 하늘에 별따기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확률적으로 유명작가 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노래 부를 수 있지만, 아무나 유명 가수되기 힘들 듯 누구나 글은 쓸 수 있지만, 극소수만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다는 얘기다. 괜히 힘 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현실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이다.


조심스러운 의견이지만, 작가의 욕심 적정 타협 마지노선은 출판사에 간택되는 정도까지로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 더 이상의 과도한 기대는 식사도 거르고 밤샘 작업하면서 애써 온 당신의 환상에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예비작가는 출판사에 낙점되지도 못하고 탈락한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출판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면 대략 투고 열 개 원고 중 한 개 정도만 채택되고, 다시 그중 한 개의 원고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고 하니, 확률적으로 대략 1% 미만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들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나마 후하게 어림해서 그렇다.


앞서 언급한 판매부수, 베스트셀러 등 부와 명성을 목표로 책 쓰기 하는 것이 직접적 동기 유발이나 현실적인 면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경쟁 탈락으로 인한 상실감, 달성 후의 또 다른 욕구의 재생산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살아가면서 계속 글쓰기를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또 하나의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 보겠다. 세계 최고의 검투사는 상대의 칼끝을 보지 않고 상대의 눈을 본다고 한다. 글쓰기도 이와 같아야 할 것이다. 시장의 흐름. 출판사의 요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글 쓰는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책을 쓸 것인가. 부산물로 돈을 취할 것인가 그 의도 방향에 따라 책의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책 출간을 희망하는 예비작가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너무 시장의 흐름, 출판사의 요구에 민감한 부류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 눈치 없이 독불장군처럼 써 내려가는 부류다. 전자는 자기 영혼 없는 작가가 될 소지가 있고, 후자는 아예 채택 가능성 없는 나 홀로 일기로 그칠 수 있다.


결론은 하나마나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시장의 흐름, 출판사의 요구도 중요하지만, 글 쓰는 작가 자신에 대한 스스로 통찰이다. 그리고 작가, 독자, 출판사의 3者간 객관적이고 균형감 있게 위치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간지대에서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써내려 가다 보면 독자에게 그 감정이 전달되고 그래서 덤으로 주어지는 것이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돈과 명예다. 물론 간혹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유발 하라리'같은 초베스트셀러 작가는 이런 대중의 눈치 없이 오히려 시대정신을 리더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보통의 작가는 출판사에 선택될 정도까지의 흥행에만 타협하고 작가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작가로서 생존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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