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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Jun 26. 2023

24. 책 쓰기 좋은 나이는 몇 살일까?

사장의 책 쓰기

그림=최송목

책 쓰기 하면 두 부류 사람이 떠오른다.  청년과  노년이다. 

젊은 청년은 글 쓸거리 콘텐츠가 부족하고, 나이 든 노년은 글쓰기 자신감 체력이 부족할 것이다. 경험이 부족하니 콘텐츠가 없을 테고, 나이가 들다 보니 기억력도 체력도 떨어졌을 것이다. 둘 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고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한편으로 세상에 이보다 좋은  핑곗거리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 이 글에서 이런 핑계를 일거에 잠재워보려 한다. 특히 60세 이상 나이 들어가는 노년분들에게 그러고 싶다.


뇌의 가소성(可塑性)이라는 이 있다. 뇌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또는 간단히 '가소성'(plasticity)이라 한다. 뇌의 신경경로가 외부의 자극, 경험, 학습에 의해 구조 기능적으로 변화하고 재조직화되는 현상이다. 물리학에서 가소성은 고체가 외부에서 탄성 한계 이상의 힘을 받아 형태가 바뀐 뒤 그 힘이 없어져도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 천연수지, 합성수지 따위가 이러한 성질을 지닌다.


뇌의 가소성은 유년기 때 신경경로의 활동성이 최대치를 보이다가 중. 노년기에는 약간 감소하지만, 여전히 일정한 수준의 뇌신경 가소성을 일생동안 유지한다. 과거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초기 성장시점을 지나면 뇌는 뉴런을 상실할 수만 있을 뿐 절대로 다시 만들 수 없다고 믿었다. 신경가소성 개념은 1890년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으며,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폴란드 신경과학자인 예르지 코노르스키(Jerzy Konorski)이다.


가소성은 신체적인 운동을 할 때, 다양한 자극들이 주었을 때 활발해진다. 자극이나 운동은 신경영양요소들을 방출시켜 뉴런과 시냅스의 발달을 증가시키는데, "당신의 뇌를 위해서 운동이 필요하다"는 말은 근거 있는 말이다. 이때 운동이 굳이 심하게 하는 강도보다는 빈도와 다양성이 더 중요하다. 예컨대 자주 산책한다거나 가벼운 체조 같은 것이다. 성장기를 통해 만들어진 성인의 뇌도 환경 변화에 따라, 그리고 사용하기에 따라 계속 변해간다. 뇌는 끊임없이 변하고, 지금 나의 행동, 생각, 느낌은 다음 순간 나의 뇌가 어디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갈지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가소성의 뇌를 글쓰기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자주 사용하지 않는 뇌 부분은 약해지지만. 반면에 많은 연습은 뇌의 구조를 바꾸어 점점 더 능숙해지도록 만든다. 글쓰기도 이와 같은 뇌의 가소성을 활용하여 꾸준한 글쓰기로 뇌를 자극하여 학습효과를 높여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눈이 침침해지지만 멀리는 더 잘 보인다. 뇌의 가소성으로 기억은 떨어지면서 지혜와 통찰력이 강해진다. 나이 들면서 점점 책 쓰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어 가는 역설이다. 그래서 퇴직 전후부터 60세~70세가 집필의 최적기라고 한다. 필자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나는 61세 생애 첫 책을 시작으로 65세까지 4권의 책을 썼다.


물론 30∼40대 일찍부터 책을 쓰는 훈련이 되어 책을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울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한 작가 모임에서 20대 청년이 책을 낸다고 했을 때 나는 속으로 퍼뜩 생각했다. “나는 저 나이 때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뻔한 답이 돌아왔다. “바삐 산 것도 아니고, 묵상을 깊이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생각 없이 살았다.” “술 마시고 출근하고... “되돌이표 삶의 반복이었다. ”나도 저 나이에 진작 시작했더라면... “하고 반성했다.


사실 인생에서 최적기라는 말은 없다. 시작하는 바로 지금이 최적기다. ‘오늘’ 지금이 당신의 삶 중 가장 젊은 날이다. 젊은 나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설명 60대 70대 80대일지라도 뇌의 가소성이라는 것도 있으니 제 말을 한번 믿고 글을 써보시기 바란다. 반복하여 말하지만, 글쓰기는 생각보다 얻는 게 많다. 한 인간을 성숙시키고, 숙성시키는데 이만한 것도 없다. 모자라는 인간은 성숙시키고, 성숙된 사람이라면 숙성시켜 줄 것이고, 이미 숙성된 사람은 완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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