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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ug 17. 2023

34. 처음부터 장르를 정하지 마라

사장의 책 쓰기 

프로작가라면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하나의 주제가 정해지면 시간 낭비, 헛동작 없이 집중하고 바로 쭉 써 내려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써놓은 것도 별로 없고, 뭘 써야 할지도 모르는 초보자의 멍한 상태에서는 뭘 쓴다는 자체부터가 막막할 것이다. 이때 실천적인 방법이 바로 ‘무작정 글쓰기’다. 주제도 내용도 문법도 살피지 말고 그냥 냅다 쏟아내 보는 것이다. 당연히 장르선택의 여지도 없다. 시가 될지, 소설이 될지, 수필이 될지 자기 계발서가 될지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그렇게 자기 속에 있는 생각들을 글로 꺼내보다 보면 뭔가 잡히는 게 생긴다. 내가 1년 전 그림(드로잉)을 처음 배울 때 일이다. 나는 첫 시간이니 당연히 선생님이 원 그리기, 줄 긋기, 드로잉의 기초 등 기본적인 내용을 가르쳐 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수업 첫날 대뜸 “그림 처음이신가요? 아, 네 “ 그러더니”그리고 싶은 거 아무거나 그려보세요”라고 시키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일단 시작하고 보라’는 선생님의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본인은 물론 가르치는 선생님도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자기가 가진 내용물이 뭔지 그 보따리를 풀어야 본인도 그렇고 선생님도 방향제시가 가능하다. 대개는 본인조차도 자기가 가진 내용물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의 드로잉 첫 수업이 그랬다. 뭘 그리고 싶은지, 눈썰미가 어느 정도인지, 나의 엉덩이가 얼마나 무거운지, 열정의 강도는 얼마인지를 몰랐다. 특히 몸으로 하는 모든 일은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글쓰기도 그렇다는 것이다. 글이 되던 안되던, 잘 쓰는 글이던 못쓰는 글이던 일단은 자신의 글이 이 세상에 존재해야 뭔가 시작이 가능하다. 그래서 무작정 써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글이 몇 개 모이면 저절로 당신은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달걀이 모이면 계란꾸러미가 될 것이고, 돌멩이가 모이면 자갈더미가 될 것처럼 말이다. 일단은 계란이던 돌멩이던 모아서 그 그룹을 규정할 수 있는 장르를 만드는 단계까지가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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