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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 모임의 간부와 식사를 한 적이 있다. "회장님! 먹다가 맛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예를 들어 음식이 짜다면?" 호기심에 던진 말이다. "짜면 물 타서 먹고 싱거우면 소금을 치면 되지요" 너무나 당연한 듯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그의 말을 듣고 나는 무릎을 쳤다. "긍정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긍정이란 쭈뼛쭈뼛 의심하거나 거침이 없어야 한다. 흔히 미식가라고 하면 맛있는 음식만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주어진' 음식을 언제든지 맛있게 먹는 것이 미식가라는 것이다.
낙관이란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일을 좋은 방향,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희망과 긍정은 이웃이다. 희망은 긍정을 바탕으로 현실에 점차 다가간다. '긍정'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숨어 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긍정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났고 새로운 힘을 얻고 성공을 이루어 왔다. '긍정'이 있었기에 모험을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만약 모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만 했더라면 세상은 이렇게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때로는 무모한 긍정주의자들의 엉뚱한 상상과 도전이 세상을 바꾸어 왔다.
'보안으로 혁신하라'의 저자 신수정 박사에 의하면, 막연하게 '다 잘 될 거야'라는 사고방식은 '편향적 사고'로 이끌게 되고 냉정한 대책을 외면한다고 했다. 자신은 물론 따르는 무리까지 죽음의 계곡으로 몰고 간다. '내 말만 믿어라. 걱정 마라'는 말로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은 신도들을 파멸시키고, 악덕 사업가들은 투자자들을 파산으로 내몰며, 독재 정치가는 카리스마로 민중들을 선동하여 학살이나 전쟁으로 이끌었다.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 씨》(1955)라는 소설에서 유래한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도 지나친 '긍정'의 결과다.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다. 이것이 긍정의 부작용이다.
버나드 쇼는 "낙관론자는 비행기를 만들고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만든다."라고 했다. 하지만 비행기가 없다면 낙하산은 필요 없는 물건이다. 긍정이 없는 부정은 필요 없는 물건이다. 그래서 회사는 낙관론자와 비관론자 모두를 필요로 한다. 굳이 그 순서를 정한다면 긍정이 우선이다. 사장의 미래 비전 전략구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긍정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비관적 시나리오를 가지고 낙관을 지향하는 것이다.
몇몇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긍정과 부정 비율이 20% 정도가 최적이라고 한다. 긍정적 감정만큼이나 부정적 감정, 불안, 분노, 두려움, 비판, 냉정, 회의, 소극적 감정도 소중하다. 사장이나 리더는 당연히 긍정적인 비전을 갖고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조직을 끌어가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비전이 망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으로 조목조목 따져보는 냉정한 참모가 필요하다. 그래서 핵심 참모 5명 중 1명 정도는 시시콜콜 따지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인물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부정의 존재 이유며 가치다.
긍정을 택할 것인가, 부정을 택할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맞닥뜨리는 이 질문은 양자택일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배합의 문제다. 비관적 시나리오를 가지고 낙관적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