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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Sep 15. 2023

장사 vs 사업

비슷 다른 궁금한 단어 s

길 가다가 "사장님!" 하고 외쳐보면 아마 열 명 중 네다섯은 뒤돌아 볼 것이다. 1인 식당 떡볶이 아주머니, 트럭 야채아저씨도 사장이라 불리고 대기업 대표이사도 똑같이 사장이라 불린다. 사장이면 같은 사장인가? 사업하는 사장과 장사하는 장사꾼은 뭐가 다를까? 


먼저 장사는 자기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다. 예컨대 식당에서 주방장 겸 홀 서빙, 계산, 호객까지 도맡아 혼자서 하고 있다면 그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주방장 따로 홀서빙 따로 두고 자기가 이를 지휘하고 있다면 사업이다. 식당이던, 회사던 대표 본인이 없으면 당장 업무가 올스톱 마비된다면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고 하루 이틀정도는 자리를 비우고 전화로 업무지시하고 출장을 다녀와도 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전문직 프리랜서는 사업이라기보다는 장사에 가깝다. 예컨대 개인개업 의사, 변호사, 회계사 같은 부류가 그렇다. 하지만  전문직이라 하더라도 동료들과 같이 운영하고 수익배분을 하는 법인형태 운영이라면 사업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같이 협업하는 전문병원, 로펌, 회계법인 등이다. 말하자면 회사를 뜻하는 영어단어 Company, Corporation에 충실한 것이다. 


컴퍼니(Company)의 어원은 함께 빵을 나눠먹는다는 뜻이고, 코퍼레이션(Corporation) 역시 법인((法人)) 즉 법으로 인격(사람자격)을 부여한 자본체다. 따라서 엄밀히 보면 복수의 사람들이 모여 같이 일하는 곳이 회사이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1인 회사'라고 칭하는 것은 말 뜻만으로만 본다면 성립되지 않는 모순의 단어라 할 수 있다.   


장사는 자기 개인의 기능적인 능력을 꾸준히 갈고닦아 그 방면의 최고가 되어야 한다. 개인의 기능적 능력이 장사의 핵심이다. 그래서 장사는 한번 그 직종에 발을 들여놓으면 평생 그 직종을 떠나 다른 직종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경직성이 있다. 또한 장사에서 사업의 경지까지 올라가려면 상당한 기간, 시스템정비, 조직의 환골탈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나의 학창 시절 절친 K가 지금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ATM기 100여 대와 통신단말기관리를 서비스하는 업체로 직원도 7명이나 된다. 연 매출 80만 달러정도 되니 누가 봐도 사장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 오고 싶어도 자리를 비우기 힘들어 나와 못 만나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10년 전쯤 어쩌다 한국에 온 그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고객들의 국제전화 때문에 마음 편하게 휴가를 보내지도 못하고 돌아갔다. 그는 사실상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사업은 그가 하고자 하는 사업 분야의 능력자를 섭외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타인의 능력을 잘 사용하는 것이 그의 능력 핵심이다. 여기서 사장(社長)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통해서 자기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사람들과 잘 소통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는 능력만 담보된다면 무슨 직종의 일이든 상관이 없고 그 사업범위 또한 무한대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각자 최선을 다하도록 근로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사장은 무능력자라도 괜찮다는 뜻이다. 예컨대 삼국지에서 관우는 청룡언월도, 장비는 장팔사모를 휘두르면서 전쟁터를 누비고 다녔지만 전체 지휘는 이렇다 할 특별한 무예솜씨 없는 유비가 했다. 


장사는 대부분 점포 또는 가게를 차려놓고 손님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천수답(天水畓) 형태다. 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논 같은 것이다. 어부라면 그물 쳐놓고 물고기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형태다. 그래서 규모의 확장성에 주체성이 떨어지고, 혼자 판단 일해야 하는 고달픔이 있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하고 행하니 한편으로 마음은 편할 수도 있다. 


반면에 사업은 확장성과 규모의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조직원들의 심리나 분배 등 고려할 사항이 많고 복잡하여 일의 긴장도가 높고 한번 실패하면 그 피해규모도 크다. 또한 사업의 규모가 작을 때는 손익계산만으로 가능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정치적인 전략적 판단이 많아지고 불가피하게 정관계와 관련된다. 결론적으로 장사를 할 것인지, 사업을 할 것인지는 자기 성격, 스타일, 여건에 따라 선택해야 할 하나의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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