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송목 May 21. 2024

목공으로 다시 태어나다, 리본남즈

시작하는가 싶더니 벌써 7회다. 매주 화요일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목공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별칭이 거창하다. '리본남즈(Re_Born)', '다시 태어난 남자'라는 의미란다.  



지난 7회 차 매번 가슴 부풀어 시간이 기다려지고 한 점씩 만들어 가족들에게 자랑하는 기쁨이 컸다. 생각해 보니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언가 만드는  기쁨의 DNA가 존재하는 것 같다. 성경에서는 하느님의 창조 본성을 닮아 우리 인간도 그렇다는데, 그 말씀에 수긍이 간다.

음식을 만든다던가 옷을 만든다던가 등 뭘 만든다는 것의 원리는 같다. 예컨대, 된장찌개를 끓인다면 끓이기 전에 양파도 좀 까놓고 대파도 좀 썰어놓는 등 사전 재료 준비를 한다. 전문용어로 이를 '전처리(前處理, preprocessing)'라고 한다. 목공에서도 이처럼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즉 가공이다. 가공을 제일 먼저 해야 한다. 다 조립해 놓고 구멍을 뚫을 수 없는 것이다.

처음 수업 시작할 때는 목공의 A부터 Z까지 다하는 줄 알았는데, 미리 가공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했다. 디자인, 설계, 절단작업을 초보자들이 처음부터 하기에는 시간, 능력 등 물리적인 제약이 많은 것 같아 진행상 그렇게 운영하는 것 같다. 자전거 처음 배울 때 뒤에서 누군가 잡아주는 느낌이다. 우리는 다된 밥에 상만 차리면 되는 격이다.  


첫 수업시간에 나는 깜짝 놀랐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선입견으로는 '목공'하면 먼지 폴폴 나는 작업복에 기능으로 다져진 야무진 기술자 모습을 상상하고 왔는데, 대학교수 같은 풍모의 여유로운 모습에 차근차근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잘 풀어나가니 시작도 하기 전에 빠져들었다.

목공에는 대목과 소목이 있는데,  한옥 집을 짓고, 대들보를 놓는 등을 하는 분들은 대목이라 하고, 우리가 이번 프로그램에서처럼 도마, 테이블, 책꽂이 등을 만드는 사람들을 소목이라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 설명으로는 힘자랑하려면 대목수를 해야 하고, 소목수는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섬세함과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목공을 배우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역시, 세상원리는 같다는 점이다. 선생님이 몇 번이고 강조한 말씀이 있다.

'힘을 빼라'

어?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아! 그렇구나. 골프장에서 많이 주고받던 말이다. 골프에서도 긴장하거나 잘해보려고 너무 힘을 주면 샷의 방향이나 강약조절에 실패하여 공이 엉뚱하게 가거나 거리를 내지 못한다.

목공에서도 그렇다.

'모든 일은 기계가 다 한다. 여러분은 그냥 힘 빼고 손만 대고 조절만 잘하시면 된다. 10%만 힘쓰라. 90%는 기계가 해줄 것이다. 힘주면 다친다.' 선생님이 첫 시간 내내 신신당부하신 말씀이다.


목공에서도 인생의 철학을 배우는 것 같아 새삼 자세가 가다듬어진다. 재미 삼아 배우게 된 목공에서 덤으로 얻게 된 지혜와 통찰이다.



매 수업시간 막바지에 선생님이 직접 해주시는 작업이 있다. 각자 만든 작품에 이렇게 불도장을 찍어 주는 것이다.

마치 그림 그리고 난 후 마지막에 낙관을 찍듯이 전기로 달궈진 불도장을 찍는 것이다. 찍는 순간 '뿌지직..'소리와 함께 피어오르는 약간의 연기와 연하게 삐져나오는 냄새에서 무언가를 해냈다는 묘한 희열과 뿌듯함을 느낀다.


Re_Born!! 우리는 목공으로 다시 태어났다.  


작가의 이전글 그때 커피는 마시는 게 아니었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