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허실 편)에 나오는 말로, 같은 방법으로 매번 승리할 수 없으며, 이번의 승리가 다음 승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쟁이나 사업에서 지형과 상황, 조건 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항상 변한다. 연속적인 승리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비슷한 상황이라도 매번 새로운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야구선수가 어쩌다 한 번 안타나 홈런을 칠 수 있다. 초보사장도 어쩌다 운이 좋아 상품이 히트를 칠 수도 있고, 누구나 복권 당첨 등으로 순간의 큰돈은 만질 수 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다른 투수의 공으로 홈런을 쳐야 홈런타자이고, 상황이 변해도 계속 큰돈을 움직일 수 있어야 큰 사업가다. 홈런이던 사업이던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여러 번의 성공을 연속적으로 이어가야 ‘지속 성공’이 되는 것이다. 손자병법의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회사, 개인, 정치 등 ‘지속 성공’의 모든 부면에서 두루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예컨대, 정치에서 권력을 잡기 전과 후의 자세 전환을 하지 못하면 애써 잡은 권력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고, 사업에서 천신만고 끝에 성공적으로 매출을 안정궤도에 올리고도 정작 다른 문제로 회사가 망하는 경우도 있으며, 연애시절 그리도 좋던 연인사이가 막상 결혼생활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불편한 사이가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 모두가 상황 변화에 변화를 주지 못하고 일관성 있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성공방정식에 안주하여 그 방식 그대로를 변화 후에도 동일 문법을 적용한 것이다. 이 세상에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일은 거의 없다. 늘 상황은 다르게 전개된다. 따라서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 한 번 성공한 방법을 반복하여 사용할 때는 반드시 다시 살펴보고 적용해야 한다.
여기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 성공에 집착하여 현재를 버리지 못하여 망한 기업이 있다. 코닥은 1975년에 디지털카메라를 세계최초로 개발했지만, 필름 사업이 타격을 받을까 봐 제품을 폐기처분했다. 필름이 주수입원인 회사에서 디지털가메라는 회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기술로 보였던 것이다. 그 후에도 코닥은 디지털카메라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2번 더 놓쳤다. 1981년 소니가 처음으로 디지털카메라(Mavica)를 발표하자 코닥은 디지털 사진 기술이 가져올 위협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으로 계속 필름 사업에 치중했다. 기존 사업은 이윤이 60%에 이른 반면 디지털 관련 사업은 15%에 지나지 않았고, 디지털 사업으로 전환 후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92년에도 코닥은 다른 업체들보다 한 발 앞서 소비자용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할 수 있었지만, 주저하다가 결국 다른 기업이 디지털카메라를 내놓기 시작한 1994년에서야 늑장 출시했다. 그러나 일찍부터 디지털시장을 준비해 온 캐논, 니콘 제품에 비해 디자인, 기술 등에서 따라잡지 못하고 2000년대 후반까지의 10년간 코닥의 주식가치는 75% 하락했다. 132년 역사를 자랑하던 세계적인 기업 코닥이었지만,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출현과 변화를 늦추려고만 하다가 2012년 1월 19일, 마침내 파산했다. 필름시대를 이끌었지만 필름에 끌려다니면서 새로운 디지털시대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현대 사람들 생활과 가장 밀접한 보험 금융업에서도 보이지 않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화재 보험업계는 위험 보상과 리스크 관리라는 과거관리형 사업형태에서 이제는 고객자산의 미래관리와 컨설팅으로 사업방향을 바꿔 성공방정식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도 과거 예대마진업에서 이제는 부자 만들어 주기, 레버리지 컨설팅, 자산 지키기, 절세, 상속 등 자산관리업으로 사업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밖에 한때 취업의 기본기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타자학원은 컴퓨터 학원을 거쳐 디자인, 아트, 기술학원으로 자리매김하여 성공적으로 존재를 이어가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인간 사회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변화에 꾸준히 적응하여 성공적으로 생명을 존속시켜 온 불굴의 곤충이 있다. 바퀴벌레는 3억 5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난 뒤, 운석충돌, 대멸종사태에도 살아남았고, 진화, 멸종 따위의 단계도 없이 번성해 왔다. 바퀴벌레는 물만 있으면 90일간 생존한다. 심지어 다리나 더듬이를 잃어도 꿋꿋이 살아간다. 영하 12℃에서도, 영상 60℃에서도, 우주방사능, 무중력의 악조건에서도 살아남는다. 최근 바퀴의 게놈 해독 연구 결과, 생존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 영역이 다른 곤충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예를 들어 냄새를 감지하는 화학 수용체 유전자 수가 흰개미류 등 다른 곤충보다 154개로 3배 많았다. 미각수용체 유전자 역시 522개로 곤충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한마디로 바퀴벌레의 생존비결은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어떠한 외부변화가 주어져도 그 변화에 적응한다는 점이다.
생명체에서 생존이란 ‘지속적인 성공’의 다른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긴 시간의 흐름과 수많은 변화에서 적응하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파도는 멈춘 적이 없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파도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파도를 먼저 이해하고 파도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최근 신문광고 중 한 문장이다. 우리네 삶의 흐름 속에서도 같은 상황은 반복되지 않으며 승리 또한 반복되지 않는다(전승불복, 戰勝不復). 그때그때 성공 문법이 달라져야 지속가능한 미래가 보장된다. 손자병법에 의하면 그 방법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어지는 문장에서,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또한 무궁무진(응형무궁, 應形無窮)’하기 때문이다. 상황은 달라져도 방법은 항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