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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승 1패와 105세의 삶이 전하는 지속가능 리더십

구지어세 불책어인 (求之於勢 不責於人)

by 최송목

LG 트윈스의 염경엽 감독과 105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분야도, 세대도 전혀 다르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묘하게 닮아 있다. 두 사람 모두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두고, 긴 호흡에서 성과와 삶의 균형을 지키는 선택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림=최송목

"3연승보다 2승 1패가 낫다." 염 감독은 시즌 중 3연승을 노릴 수 있는 국면에서도 과감히

‘2승 1패’를 선택했다. 단기적 쾌속질주보다 선수들의 피로와 팀의 전체 흐름을 우선한 결정이었다. 이 판단은 손자병법의 “승리는 기세에서 구하고, 병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구지어세 불책어인, 求之於勢 不責於人)”는 구절과도 맞닿아 있다. 특정 선수에게 과도한 부담을 씌우기보다 팀 전체의 기세를 조율해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 선택은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안정감을 주었고, 팀 전체의 신뢰와 협력 구조를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한편, ‘세계 최고령 저자’로 기네스북에 오른 김형석 교수 역시 백세를 넘긴 나이에도 자신만의 지속 가능성을 실천해 왔다. 그는 건강과 감정 낭비를 최소화하고, 매일의 독서와 가르침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켰다. “체력과 감정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오래 사는 비결”이라는 그의 조언은 그가 선택해 온 삶의 방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성경의 “지혜로운 자는 자기 길을 분명히 본다(전도서 2:14)”는 말씀과도 맞닿는다. 순간의 평가나 화려한 성취보다 균형과 절제를 삶의 중심에 두고, 글쓰기·강연·관계 속에서 자기 성찰을 반복하며 의미 있는 장기전을 꾸준히 이어온 것이다.


염 감독과 김 교수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했지만, 그들이 보여준 원칙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첫째, 체력과 정신, 삶의 균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염 감독은 선수단의 컨디션과 심리를 세심하게 조정했고, 김 교수는 육체와 정신의 균형을 잃지 않고 긴 여정을 관리했다.


둘째, 장기적 관점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다. 당장의 성과보다 전체 시즌과 삶의 ‘기준과 방향’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셋째, 사람 중심의 지속 가능성이다. 염 감독은 선수 개개인을 존중하며 팀을 보호했고, 김 교수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와 공동체적 가치를 통해 사회적 지속성을 축적했다.


이들의 사례는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자원. 에너지. 역량을 과도하게 소진하지 않으면서 장기적 경쟁력을 설계하고 구성원과 조직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염 감독과 김 교수의 선택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폭발적 성과보다 절제와 균형을, 순간의 영광보다 긴 호흡의 ‘지속 가능한 성공’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단순히 야구의 승리나 장수 기록이 아니다. 조직과 개인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며 성과를 이루어내는 ‘지속 가능한 리더십’의 살아 있는 모델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진정한 성공은 빠른 성취가 아니라 꾸준한 축적에서 비롯된다.


오늘 우리가 바라봐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다. 단기적 반짝 성과가 아니라 오래 버티며 의미 있는 결실을 만들어내는 ‘지속 가능한 성공’이다. 작은 절제와 균형의 선택이 쌓일 때, 그 성공은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 힘을 만들어낸다.


https://m.skyedaily.com/news_view.html?ID=291083

<참고>

1. 송지훈기자, "3연승보다 2승 1패가 낫다"…LG 우승 이끈 염경엽의 마법 [출처:중앙일보]

2. 이후남기자, 세계 최고령 저자 김형석의 유머…“철이 늦게 들어 오래 산거지요”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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