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도를 넘는 마지막 1도

칼럼

by 최송목

스포츠 경기나 비즈니스 현장에서 우리는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을 목격한다. 분명 패배가 예고된 상황이었는데,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고 기적처럼 되살아나는 조직이나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이를 흔히 ‘행운’이라 부른다.


정말 행운일까. 물은 99도에서는 끓지 않는다. 아무리 김이 나도 100도에 이르지 못하면 끓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그 1도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물리학에서 말하는 ‘임계점’을 넘는 힘이다. 정상의 문턱에서 마지막으로 끓어 올리는 밀도와 태도다. 아슬아슬하게 승리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마지막 1도를 밀어 올린 사람들이다.


지난 1월 11일, 말레이시아오픈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안세영이 보여준 장면이 그렇다. 그는 2세트 중반 9대 17로 뒤져 있었다. 무릎 부상의 통증이 온몸을 짓누르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세영은 수비 위주의 운영을 과감히 버리고 공격으로 전환했다. 점수는 빠르게 좁혀졌고, 19대 19 동점에서 시작된 듀스 승부 끝에 결국 24대 22로 이겼다. 부어오른 무릎으로도 셔틀콕을 끝까지 쫓았던 집념과 악착같은 태도가 승리의 핵심이었다.


세계 최대 민간 우주기업을 만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는 2008년까지 세 차례 연속 로켓 발사에 실패했다. 수천억 원의 자본은 공중에서 불꽃으로 사라졌고, 세상은 그를 '몽상가'라며 조롱했다. 파산 직전의 절벽 끝에서 머스크는 남은 자금을 모두 쏟아 네 번째 발사를 감행했다. 엔지니어들은 현장에서 먹고 자며 수만 개의 부품을 하나하나 다시 검토해 결함을 잡아냈고, 결국 팰컨 1호는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이 마지막 한 번의 성공이 오늘날의 신화를 만들었다.


2007년경, 방시혁 의장이 설립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직원 4명만 남은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다. 그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연습생들에게 삶의 고민을 음악에 담게 했다. 광고비를 쓸 수 없자 멤버들은 밤낮없이 SNS와 유튜브로 팬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을 전하는 '밑바닥 소통'을 이어갔다. BTS의 성공과 하이브의 성장은 그 절박함의 시간들이 축적된 결과다.


백종원 대표의 재기 역시 같은 맥락이다. 1990년대 중반, 건축업에 뛰어들었다가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17억 원의 부채를 졌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깊은 절망의 순간에 그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 하루 네 시간도 채 자지 못하며 레시피를 연구했고, 식자재비를 아끼기 위해 새벽시장을 누볐다. 손님이 남긴 잔반을 직접 맛보며 실패의 이유를 분석했던 끈질긴 세월의 축적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이들 모두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포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순간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거의 성공할뻔했던 사람’은 많지만, ‘성공한 사람’은 드물다. 그 차이는 재능을 넘어 축적된 집념의 밀도다. 악착같은 결의다.


99도까지는 그냥 데워지고 있는 물일 뿐이다. 마지막 1도가 성패를 좌우한다. 책 한 페이지를 더 넘기는 마음, 보고서를 한 번 더 살피는 꼼꼼함, 마지막 1분을 더 달리고자 하는 악착같은 정신이다.


성공이라는 100도의 불꽃은 바로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 축적되어 마지막 순간 터져 나오는 폭발력이다.


지금 당신의 온도는 몇 도인가. 당신의 마지막 1%는 축적되고 있는가.

https://m.skyedaily.com/news_view.html?ID=295524


<참고 인용 발췌>

1. 연합뉴스 - 안세영, 말레이시아 오픈 역전 우승… 새해 첫 정상

2. 박구인기자, 국민일보, 새해 첫 대회부터 우승… ‘안세영 천하’ 계속된다

3.BBC News - SpaceX's fourth Falcon 1 flight reaches orbit / 일론 머스크 자서전(애슐리 반스 著)

동아사이언스 - 스페이스 X, 3번 실패 끝에 4번째 발사 성공의 기억

4.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방시혁 편], [서울대 제73회 학위수여식 축사(방시혁)]

5. [SBS '힐링캠프' 백종원 편], [KBS '대화의 희열' 백종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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