令之以文, 齊之以武, 是謂必取 (영지이문 제지이무 시위필취)
사람들은 리더의 말을 듣고 움직이지 않는다. 리더의 ‘선택’을 보고 움직인다. 말은 귀에 머물다 휘발되지만, 행동은 기억에 낙인처럼 남는다. 그래서 조직과 시장에는 오래된 불문율이 하나 있다. 정책은 발표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정책을 이끄는 사람들의 삶에 실제 적용되는 순간 비로소 평가받는다. 국민들은 미사여구나 문서가 아니라, 그들의 이해관계가 놓여 있는 위치로 정책의 진정성을 판별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강하게 강조하는 가운데 일부 고위 공직자들이 여전히 다주택 보유 상태라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정책의 방향과 정책 설계자들의 자산 구조가 엇갈리는 장면이 노출되는 순간, 시장은 공식 메시지보다 그 이면의 신호를 먼저 읽는다. 야권에서 제기된 “정부 인사들은 과연 주택을 처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정치 공세가 아니다. 이는 정책 설계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규제의 효과를 스스로 신뢰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질문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강력한 부동산 대책은 존재했다. 그러나 당시 고위 인사들이 ‘직(職)’ 대신 ‘집’을 선택하며 버티는 모습이 노출되었을 때, 신뢰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장면을 우리는 이미 본 바 있다. 정책을 설계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정책의 방향과 어긋날 때, 대중은 리더의 입이 아니라 그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진짜 정답’을 읽어낸다.
예컨대 2026년 1월 30일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은 정책 설명서보다 훨씬 적나라한 문서다. 시장 안정과 규제를 말하는 입과, 가상자산·반도체 주식에 자산을 배치한 손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순간, 시장은 그들의 말이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믿는다. 산업의 미래를 어디에 둔다고 말하는지가 아니라, 자신의 돈을 어디에 두었는지가 그들의 진짜 전망이기 때문이다. 결국 재산 내역은 정책입안자의 이해관계 지도를 드러내는 공개 자료이자, 정책 방향에 대한 가장 노골적인 ‘무언의 보고서’다. 전략은 설명으로 전달될 수 있지만, 신뢰는 이해관계의 일치에서만 형성된다. 리더가 예외가 되는 순간, 전략은 동력을 잃는다.
이 논란의 본질은 결국 리더십의 신뢰 구조다. 기업 경영에서도 이 법칙은 예외 없이 작동한다. 위기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외치며 임원진의 보수는 유지한다면, 구성원에게 전략은 ‘생존 방침’이 아닌 ‘남의 이야기’가 된다. 윤리 경영을 외치며 오너 일가의 내부거래를 눈감아주는 기업의 보고서는 시장에서 힘을 얻지 못한다. 디지털 전환을 선언한 CEO가 여전히 종이 문서에 집착할 때, 조직은 혁신을 연극으로 인식한다. 전략이 실패하는 지점은 설계의 복잡함이 아니라, 리더가 스스로 규칙의 바깥으로 물러나는 그 순간이다.
손자는 《손자병법 행군편》 에서 “병사들과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벌을 주면 진심으로 복종하지 않으니 부리기 어렵고, 유대관계가 좋아졌더라도 벌을 엄격히 시행하지 않으면 제대로 부릴 수 없다 (卒未親附而罰之 則不服, 不服則難用也, 卒已親附而罰不行 則不可用也/ 졸미친부이벌지 즉불복 불복즉난용야, 졸이친부이벌불행 즉불가용야)” 라고 했다. 이 말의 핵심은 통제의 강도가 아니라, 규율이 지휘 체계 안에서 예외 없이 작동하는가에 있다. 지휘자가 규칙의 예외가 되는 순간, 군은 명령을 신뢰하지 않는다.
원칙을 말로 세우는 것과 그 원칙을 자기 자신에게 먼저 적용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스스로 지키지 않은 규칙으로 조직과 시장을 움직일 수 없다. 권위는 직위가 아니라 일관된 자기 적용에서 나온다. 그래서 손자는 “문(文)으로 명분을 세웠다면 반드시 무(武)로써 그 질서를 일치시켜야 승리할 수 있다(令之以文, 齊之以武, 是謂必取/ 영지이문 제지이무 시위필취)”라고 강조했다. 말(文)이 행동(武)과 배치되는 순간 리더십은 무너진다.
사람들은 리더의 의도를 해석할 때 발언 자체가 아니라, 어디에 그의 이해관계가 놓여 있는지를 본다. 리더가 고통 분담을 말하며 자신의 몫을 먼저 줄였는지, 위험 관리를 말하며 자신의 자산을 어디에 두었는지가 말이나 보고서보다 빠르게 퍼지고, 해명보다 오래 남는다. 정책 실패의 주된 원인은 내용의 오류보다, 메시지와 포지션이 어긋나는 ‘신호의 불일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직은 설명에는 판단으로 반응하지만, 행동의 불일치에는 본능으로 반응한다.
리더십의 난이도는 의사결정의 화려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전략 안에 포함시키는 용기에 달려 있다. 타인에게 요구하는 기준을 자신에게 먼저 적용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효과가 확실하다. 전략이 오류로 실패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리더가 그 전략의 ‘첫 번째 사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결국 전략은 수려한 ‘말’이 아니라 리더의 고통스러운 ‘실천’에서 완성된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가 먼저 하느냐가 중요하다. 리더가 감수한 손해의 크기가 전략의 무게를 결정한다. 전략의 출발점은 회의실이 아니라 리더 개인의 삶이다. 리더가 먼저 지키지 않는 전략은, 결국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
https://www.todaymild.com/news/articleView.html?idxno=27103
<참고 인용>
1. 김준영 기자, 직보다 집? 집보다 직? 고위직 ‘선택의 시간’ 다가온다, 중앙일보
2. 이민하, 김승한 기자, 머니투데이, 고위공직자 4명 중 1명 '코인 사랑'…최동석 인사혁신처장 26.7억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