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니라 구조, ‘상하동욕’의 하이닉스 임팩트

상하동욕(上下同欲)

by 최송목

연봉 1억 원인 직장인이 하루아침에 1억 4,800만 원을 받는다. 승진이나 스톡옵션이 아닌 단 한 번의 성과급으로 말이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률은 기본급의 2,964%. 지난해 영업이익 47조 2,063억 원의 10%를 재원으로 쓰겠다는 노사 합의가 현실화된 결과다. 숫자만 보면 화려한 ‘돈 잔치’ 같지만,

이 장면의 본질은 파격적인 액수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가능케 한 ‘분배의 구조’에 있다.


오랫동안 한국 최상위 인재의 진로는 거의 자동으로 의과대학으로 수렴되어 왔다. 안정적인 고소득과 확실한 사회적 지위가 결합된 이 조합은 ‘의대 쏠림’이라는 거대한 구조적 현상을 고착화했고,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기술 제조 현장은 늘 인재 부족의 그늘에 있었다. 하지만 이른바 ‘하이닉스 임팩트’는 이 오래된 공식에 균열을 냈다. 이는 반도체 기업의 성과 보상 구조가 인재의 진로 선택과 산업 간 위상을 재편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기술 기반 제조기업에서도 의사에 준하거나, 경우에 따라 그 이상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공식화된 숫자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성과 보상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이다. 성과급을 경영진의 재량이나 시혜성 보너스에 맡기지 않고 ‘전년도 영업이익의 10%’로 명문화한 점이 결정적이다. 영업이익과 직원 수는 공시되므로 누구나 자신의 몫을 계산할 수 있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인 142조 3,000억 원을 대입하면 1인당 성과급은 무려 4억 2,500만 원에 이른다. 이쯤 되면 성과급은 사기 진작용 보너스를 넘어, 인재의 진로 선택과 조직 잔류를 좌우하는 강력한 장기적 신호가 된다.


이 구조는 『손자병법』의 한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위와 아래가 같은 욕망을 공유(上下同欲)하면 승리한다(勝)”는 말이다. 하이닉스는 이익의 과실을 나누는 규칙을 명문화함으로써 경영진과 구성원의 목표를 ‘기술 혁신’ 하나로 묶었다. 회사가 잘되면 개인도 확실히 잘된다는 확신은 조직을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게 만들며, 이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가장 무서운 병기가 된다.


엔지니어 CEO의 계보 역시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박성욱 전 부회장부터 곽노정 사장까지 기술자를 경영 중심에 세우며, 보상 체계와 의사결정 모두에서 기술 인력을 핵심으로 대우해 왔다. 현장의 언어를 이해하는 리더와 그 가치를 인정받는 구성원이 같은 전장을 바라보게 만든 전략적 토대다.


물론 이런 파격이 평범한 직장인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과거 공적 자금으로 회생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국가적 지원으로 성장한 만큼 그 결실이 내부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를 도덕적 논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이번 임팩트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가 너무나 분명하다.


결국 인재 전쟁 시대의 승부수는 구호가 아니라 보상의 구조, 그리고 그 구조가 만드는 신뢰에 있다. 투명하게 약속된 분배는 사람을 움직이고 같은 욕망을 공유하게 한다. 의대 일변도의 경로를 흔들고 기술 현장을 다시 매력적인 선택지로 만든 ‘상하동욕(上下同欲)’의 설계도는 대한민국 산업 전반이 곱씹어봐야 할 필승의 전략이 될 것이다.

https://m.skyedaily.com/news_view.html?ID=298242&utf=&search_text2=



<참고 인용>

1. 이영근. 이우림 기자 중앙일보, '2964%'로 보너스 상한 깬 하이닉스…'인재 전쟁' 현실 보여줬다

2. 박순장, 세이프타임스, [박순장 칼럼]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의 '오만'

3. 이영근. 이우림 기자 중앙일보, '2964%'로 보너스 상한 깬 하이닉스…'인재 전쟁' 현실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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