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은 미화될 때 가장 위험하다

병자궤도(兵者詭道), 공기불비(攻其無備), 출기불의(出其不意)

by 최송목

요즈음 부쩍 ‘전략적’이라는 말이 뉴스에 많이 오르내린다. 전략적 제휴, 전략적 공조, 전략적 외교 등이다. 무슨 이벤트라도 생기면 약방의 감초처럼 ‘전략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마치 좋은 형용사처럼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전략적’이라는 말은 태생적으로 선한 단어가 아니다. 그리스어 Strategos는 ‘군대를 이끄는 자’라는 뜻으로,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을 의미했다. ‘전략’은 장군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기술이다. 따라서, 애초에 도덕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전략적’인 인물은 오디세우스다. 그는 정면 승부 대신 ‘트로이의 목마’라는 거대한 사기극을 기획하여 성공했다. 그리스인들은 이를 비겁하다고 비난하기보다 10년 전쟁을 끝낸 최고의 전략적 지혜로 보았다. 여기서 전략은 정직함이 아니라, 오직 승리라는 결과를 향한 계산의 기술이었다.


이러한 관점은 동양이라고 다르지 않다.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 첫 문장은 더 노골적이다. “병자궤도(兵者詭道)” 즉, 전쟁은 속임수라는 뜻이다. 손자는 능력이 있어도 없는 척하고(能而示之不能), 공격 의도가 있어도 숨기며(用而示之不用), 이익으로 유인하고(利而誘之), 준비되지 않은 곳을 치고(攻其無備),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라고(出其不意) 말한다.


지난 2026년 2월 28일 새벽 단행된 도널드 트럼프의 이란 공격(Operation Epic Fury)은 속임수와 기회주의적 발상을 결합한 ’ 전략적‘ 행태의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는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다른 한편으로 정밀 타격 준비를 했다.


먼저, '평화 메시지'라는 기만술이다. 2025년부터 2026년 초까지 트럼프는 친서를 보내고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평화로운 해결을 원하는 것처럼 연막을 쳤다. 이는 이란의 방어 태세를 느슨하게 만들었고, 그들이 협상 테이블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트럼프는 공격을 위한 정밀정보를 수집하며 시간을 벌었다.

다음으로 '이익(利)'과 '혼란(亂)'을 이용한 기회주의(이이유지, 利而誘之)다. 2026년 1월, 이란 내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경제난은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냈고, 그 시점이 공격 타이밍 판단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습공격 즉 “공기무비(攻其無備), 출기불의(出其不意)”다. 겉으로는 도덕적 명분을 내세웠지만, 본질은 이란 최고 지도부(하메네이)를 제거하고 핵 시설을 무력화하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미군은 해외 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고립주의라는 연막탄으로 방어 기제를 무력화하고, 실제로는 내부 혼란을 틈타 최고 지도부를 제거하는 전략적 ‘두 얼굴’을 보여주었다. 이 과정에서 도덕적 명분은 공격을 정당화하는 간판으로 활용되었다.


‘전략적’이라는 말은 결코 순수하거나 중립적인 단어가 아니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의 도덕성을 유보한다는 뜻에 가깝다. 전략은 미화될 때 가장 위험하다. 그 안에는 가짜 평화와 이익, 계산과 기만이 교묘히 뒤섞여 있다. 우리가 ‘전략적’이라는 말을 멋있다고 받아들이는 순간, 어쩌면 이미 누군가의 계산 속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

https://m.skyedaily.com/news_view.html?ID=3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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