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재단 Mar 31. 2022

은둔형 외톨이 청년을 아시나요?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삶을 택한 이들



누군가 ‘삶에서 붙들고 놓지 않는 것이 사람 손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된 시대’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었는데, 그게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시금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봐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린 정말 누군가와 더욱 가깝고 편하게 연결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내용의 통신사 광고문구가 쏟아지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은둔형 외톨이들을 만나고 있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두려워서, 소통이 어려워서 아니 그보다 다양한 개인적 이유들로 각자의 방에 숨어들어 관계를 끊고 은둔을 선택한 외톨이들. 청년재단은 지난 3년간 은둔형 외톨이 성향의 청년들이 다시 방밖으로 나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함께해 왔다. 히키코모리, 고립청년 등 다양하게 불리며 사회적 시선의 사각지대에서 아슬아슬하고 외롭게 존재하는 청년들,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우리가 만나온 청년들이 호소한 어려움들은 단지 개인의 잘못이거나 실패가 아니었다. 이들을 정의하고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논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이들을 바라봐야 한다.



히키코모리를 아시나요?


지난 12월 2일,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재단에서 진행되었던 <도란도란 라운드 테이블 - 은둔형외톨이와 함께한 시간>에서 은둔경험을 가진 당사자들은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라면서 가족과 사회로부터 성과를 내놓으라는 압박을 많이 받았고 결과물로 나의 노력을 평가받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원인은 고려하지 않고 개인적 공백기가 많은 사람들을 부적응자, 낙오자로 혐오하는 사람들의 인식’, ‘청년의 고민을 취업과 취업을 가능하게 하는 스펙 말고는 인정하지 않는 정부 지원’,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을 존중하지 않고 나약한 개인으로 평가하며 이야기할 수도 없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 ‘부모의 소득 수준이 높으면 지원조차 받을 수 없다. 나는 부모님과 고민을 이야기할 정도로 친밀하지 않은데’


이야기 끝에, 당사자 청년들이 들려준 은둔경험의 사례들은 각자 달랐지만 ‘사회 안에서 차별받고 존중받지 못한 개인’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점점 더 많은 청년들이 스스로 외로운 삶을 선택하고 살도록 강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사자와 담당자가 모여 진행한 ‘도란도란 라운드 테이블’ 행사 모습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조사된 사례는 없으나 18세~34세 청년 은둔형 외톨이는 약 40만명(2020년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으로 추산된다. 은둔형 외톨이란 단어적 표현의 출발점은 일본의 유사사례를 지칭하는 표현인 히키코모리(틀어박히다라는 뜻의 일본어 히키코모루의 명사형)인데 영문표기 역시 hikikomori이다. 영미권역의 단어로 공포감이나 정신분석학적인 어려움들을 나타내는□□phobia, △△paranoid 등으로 표현되지 못하고 히키코모리, hikikomori 그자체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 다른 표현으로는 설명하기는 어려운 혹은 특정 환경과 문화적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한 것은 확실하다. 특히 급격한 경제성장을 통해 발전을 이룬 아시아권역 중 일본과 한국에서 도드라지는 현상으로 판단된다. 승자독식을 통해 경쟁을 당연시 하고 다양성보다 획일성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들이 삶을 풍요롭게 한 듯 보였으나 이면에는 많은 그림자들이 드리워져 있었고 은둔형 외톨이들 역시도 그림자에 가려진 피해자들이었다. 재단이 은둔형 외톨이 청년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의 문제는 단지 취업성공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은둔형 외톨이의 어려움에 관한 문제는 사회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공동해결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관계


‘회사에 입사하여 업무를 하고 있는데 상사로부터 업무가 느리다, 멍청하다, 개념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주변의 동료와 비교도 당했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다. 버티거나 변화하려고 노력도 해봤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어느 순간 정말로 느리고 멍청하고 개념 없는 내가 아닐까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었다. 아니 그러한 내가 되어 있었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낮아진 자존감은 대인관계를 두렵게 만들고 의지마저 꺾었다. 사람마다 회복탄력이 있어 어려움에도 딛고 일어나게 하지만 그 역시도 사람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특히 믿고 지지해주며 소통이 가능한 이른바 조력자가 있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결정되는데 은둔을 선택한 은둔형 외톨이의 대부분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위로 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다시 해보자’ 단지 이 세 문장 정도일 것인데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그들에게 위로를 건네지 못했다. 오히려 실패자 혹은 낙오자의 오명을 씌워 혐오했을 것이다. 가족의 영향은 더욱 크다. 대부분의 부모는 불온한 사회적 통념을 전달하는 첨병이며 파수꾼이었다.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가족관계가 악화되곤 하는데 경쟁을 통한 성장을 목도한 부모와 자녀는 서로가 서로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은둔형 외톨이 부모의 고민은 세 가지이다. ‘우리 애는 왜 그런 건가요?’, ‘우리 애는 언제까지 이럴까요?’, ‘부모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지만 이 모든 질문의 전제에는 본인의 자녀가 틀렸다는 부모의 잘못된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부모 본인과는 또 다른 인격과 자아로 존중해야 하며 자녀를 잘못 키웠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은 많은 소통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시 기회를 만들고 계속 믿고 기다리는 것, 영화<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나오는 명대사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3년간의 ‘청년 체인지업 프로젝트’를 통한 변화


재단에서는 청년 체인지업 프로젝트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다시 자존감을 확보하고 사회관계망을 회복하는 것으로 보았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생활 리듬을 찾을 수 있도록 타인과 함께 살아보는 공동생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심리적 안정 속에서 대인관계의 신뢰감을 재구축 할 수 있도록 관계형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월간 정기적 부모교류회 지원을 통해 남에게 말 못하는 자녀 고민들을 공유했으며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은둔형 외톨이들이 반사회적·잠재적 범죄자, 사회적 낙오자가 아니며 그들이 소리 없이 외치는 고민들을 전파하여 사회적 인식이 개선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매우 짧고 규모도 제한적이었지만 지난 3년을 돌아보면 많이 변화가 있었다. 최근 광주광역시 등 많은 지자체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가 제정되었거나 준비되고 있으며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정부단위의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재단이 마중물 역할을 했다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은둔형 외톨이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제는 이해해야할 일만 남아 있다. 이해하면 함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누구나 좌절을 겪고 일어날 수 있지만 누구나 일어날 수 없어 은둔할 수도 있다.


출처 : Unsplash


재단의 경험으로 보아도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이 자립하는 것은 단시간 안에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매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각 부처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정책의 출발점과 방안모색이 다르다. 하지만 청년이 은둔한다는 현상은 청년취업, 청년빈곤의 문제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재단과 함께한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은 틀린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었다. 무척 여리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싫어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표류하고 있는 방에서 나와 다시 도전의 돛을 올릴 수 있도록 이제 우리가 천천히 문을 두드리고 기다릴 차례이다. 재단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마련하고 방법을 함께 찾을 것이다.



글쓴이 남기웅은


재단법인 청년재단 홍보교류팀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3년 간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의 자립을 위한 청년 체인지업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 본 콘텐츠는 청년재단의「리얼리뷰 청년매거진」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5년의 은둔생활 후 세상 밖으로 나온 청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https://youtu.be/9GtDo_A2iIk


▼더 많은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면?▼

https://kyf.or.kr/user/board.do?bbsId=BBSMSTR_000000000349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독일로 떠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