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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재단 Mar 29. 2022

집이 사는 것이 아닌 삶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ㅣ청년이 바라는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닌, 사는 것(Live)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어려운 청년들, 변화된 사회에 맞추어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주거가 도입되고 있고, 정부/지자체의 주거 지원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이 실질적으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청년 주거 정책, 과연 ‘돈’의 문제인가


1인 가구는 이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구 형태이다. 학업이나 직장으로 독립한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1인 가구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된다. 특히, 일자리와 교육, 문화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은 청년들의 주거 환경 쾌적성이 더욱 떨어지는 현실이다.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에서 청년정책을 정리한 ‘2022년 꼭 알아야 할 청년 정책’ 중, 목돈 마련 관련 지원 내용과 주거 지원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독립한 저소득 청년의 월세 지원, 수급 가구 내 부모와 떨어져 사는 청년의 주거 급여 지원, 무주택 청년의 월세 대출 지원, 무주택 청년의 전/월세자금 보증금 지원, 연소득 2400만원 이하 근로 청년의 자산형성 지원, 총급여 3600만원 이하 청년의 자산형성 관리 지원, 총급여 5000만원 이하 청년의 자산형성 관리 지원 등이 있다.

*서울시복지재단공식블로그참고: https://blog.naver.com/swf1004/222646274399


청년 주거 정책의 방향성이 ‘돈의 지원’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터무니없이 높아진 주거 비용에 대비하여 청년 취업률은 하락의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취업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해 필요한 자금에 비하여 낮은 임금으로 청년들의 안정적인 주거 확보는 상상에 가까운 ‘꿈’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목돈 마련과 월세, 전세 대출 지원’ 등의 정책들로 과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까? ‘돈의 지원’으로 거주지를 찾게 된 청년들에게 그 거주지는 정말 ‘집’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그 역시 단기적으로 그저 잠시 한숨을 돌린 상황일 뿐이지 않을까?


‘돈의 지원’ 이외에도 국가적으로 청년들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는 1인 최저주거기준인 14제곱미터를 기준으로 건설돼, 5평도 안 되는 좁은 원룸이다. 또한 공공주택의 형태가 전세 보증금만 지원하는 전세 임대이거나 임대 기간이 6~10년에 불과한 행복주택이다. 공공주택을 확대하더라도 그 질과 형태, 방식에 대하여 더 충실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 관점의 청년 주거 형태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떠오르는 국내의 ‘사회주택’과 ‘공동체 주택’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사회주택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국가와 비영리(혹은 제한 영리)민간이 함께 협력하여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국내에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과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이 있다. 시세의 80%, 최장 10년 거주 가능, 커뮤니티 특화 프로그램 운영 등의 장점이 있다.


공동체 주택은 공동의 목적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교류하며 사는 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거주하는 사람들의 특징에 따라 주거 공간이 특화되는 셰어하우스와 코하우징 형태를 모두 포함한다. 신혼부부를 위한 공동체 주택, 1인 청년 창업인을 위한 공동체 주택, 예술인을 위한 공동체 주택 등 다양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공동체 주택은 토지 공동 매입, 공동 건축 등 적정 가격의 저렴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자가소유형, 민관협력형(토지임대부), 민간임대형의 공급방식이 있다.


사회주택과 공동체 주택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실행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청년,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 및 주거난 해소를 위해 시세 대비 저렴한 공공임대와 민간임대(공공지원민간임대) 주택을 제공한다.

*공동체주택플랫폼 홈페이지 참고: https://soco.seoul.go.kr


이처럼 사회주택, 공동체 주택, 역세권 청년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개념이 국내에서 도입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시도와 노력은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모두 지니겠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합하게 개선해가며 발전시켜야겠다.


사회주택은 20세기 초 산업화로 인한 주택 부족, 주거 환경 악화 및 주거비 상승의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유럽에서 활성화되었다. 유럽의 다양한 나라에서 사회주택, 국민주택, 공동주택, 비영리 주택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비엔나)는 ‘주택 4채 중 1채’가 사회주택이다. 빈의 사회주택은 중산층과 저소득층 모두에게 개방되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거주한다. 사회주택 입주 지원 자격에 많은 제한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소득 하위 80% 시민이라면 모두 사회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층은 고가 매물로 시장에서 매매되고 나머지 층은 사회주택이지만 모두 같은 품질이다. 비엔나 시는 ‘택지 비축’ 제도로 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고 사회주택 공급을 꾸준히 늘려왔다. 정부의 공적 보조하에 건설되는 신규 주택 중 80%는 사회주택으로 사용돼야 하므로 지속적인 공급이 이루어지며 집값 안정화로 이어진다.

*TBS 뉴스, 최형주 기자, 2021-10-15 http://tbs.seoul.kr/news/newsView.do?typ_800=4&idx_800=3452049&seq_800=20444641


청년 주거를 단순히 청년 시기의 단기적 주거 문제 해결로만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 한 청년의 인생 주기 전체를 고려한 마을 단위의 주거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주택, 공동체 주택, 역세권 주택이 하나의 마을 공동체 안에 연속적인 시스템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업으로 인해 독립한 청년A가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공유 주방, 공유 라운지를 갖추고 다양한 스터디가 열리는 공동체 주택에 거주하다가, 취업 이후로 출퇴근이 편리한 역세권 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다. 청년A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육아 협력이 가능하고 어린이집을 갖춘 공동체 주택으로 다시 거주지를 옮길 수 있다. 육아의 안정화가 이루어지는 시기 즈음에 A 가정은 사회주택으로 이주하여 남은 라이프타임을 거주할 수 있다.


청년이 바라는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니라 사는 것(live)


국토의 면적이 넓지 않고 대도시인 서울에 밀집된 우리나라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아파트라면, 고정화된 동일한 아파트 평면 모델만을 고집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구조 변경이 가능한 평면 모델 또는 다양한 가구 형태가 융합된 선택적 평면 모델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동 101호에 거주하는 신혼부부 2인 가구가 아이를 갖고 3인 가구가 되었을 때, 하나의 방에 거실을 가진 기존 공간을 분리하여 2개의 방으로 구조를 변화시킨다. 또는 B동 202호 원룸 유닛에 거주하는 1인 가구가 결혼을 통해 신혼부부 2인 가구가 되면, B동 303호의 투룸 유닛의 호실로 거주지를 옮긴다. 이 신혼부부가 추후 4인 가구가 된다면, B동 501호의 3룸 복층 구조의 호실로 이사를 갈 수 있다.


건설사에서 공급하는 평수만 다른 아파트들은 거주지를 상품으로 취급하게 만든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 주거 형태를 만들어낼 건축/건설 분야의 전문 종사자들의 시각과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주거는 ‘주거 문제’ 해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통, 취업, 사회문화적 인프라 모든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첨단 통신 기술이 선진국 대비하여서도 급진적으로 발달한 우리나라는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깨닫게 되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00회사로 모든 직원이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공공과 민간이 지역 균등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협력한다면, 서울에 위치한 본사로 모든 직원들이 출근할 필요가 없어지고 대전에 위치한 위성 오피스로 출근이 가능하다.


이렇게 된다면 학업과 취업을 위해 도심으로 모여드는 청년들과 그 청년들의 주거 환경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청년들 스스로도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택할 수 있는 거주방식의 길이 넓어지지 않을까.


청년이 바라는 집은 그저 살 수 있는, Live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택을 부동산 소유 자산이 아닌 ‘삶의 자산’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글쓴이 정예영은


동국대학교에서 건축과 공간에 대하여 공부하는 학생이자 인테리어 회사에서 공간 디자이너로 일을 하는 사회초년생이다. 이따금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글로 표현하고 정리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 본 콘텐츠는 청년재단의  「리얼리뷰 청년매거진」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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