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일상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또 다른 팬더믹이 도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회복된 일상에서 누리는 기쁨으로 잠재워지는 듯 보인다. 잠시 시간을 되돌려보자.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고, 공공 미술관, 도서관들이 문을 닫았다. 일상 공간 가까이에 있는 작은 공연장, 갤러리, 서점, 공방 등 문화 공간에 대한 중요성이 주목받았다. 문화를 향유하고, 다양한 창작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 생태계’는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작동할 수 있는 지역의 문화 안전망을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의 문화기획자들은 공공적 가치를 갖는 다양한 활동을 하며, 촘촘한 문화 안전망 구축을 위한 중요 자원이 되고 있다. 지역에서 청년문화기획자 교육에 참여했던 청년의 경험을 통해 문화 안정망을 구축할 방안을 고민해보자.
지역 청년의 문화생활
지역에서도 전시를 관람할 수 있을까? 내가 사는 청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한국 공예관이 있다. 하지만 유명하고, 큰 전시를 보려면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 이는 전시만이 아니다.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뮤지컬이나 공연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비가 낡고 무대 효과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지방 사람들은 더 멋진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간다. 지방에서도 문화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즐길 수는 없다. 지방에서는 선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의 문화 안전망,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청년 창의인재 양성 교육의 시작
청주시는 2019년 12월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며 문화 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 시민, 창의, 기록으로 파트를 나누어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 ‘청년 창의인재 양성 교육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문화 활동 및 기획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참여 기회를 확대하여 문화도시를 주도하는 문화기획자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청년들이 자신의 문화 안전망을 위해 직접 문화를 기획해보면서, 예비 문화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돕는다. 지역 청년인 나는 ‘나의 문화’를 위해 프로그램에 뛰어들었다.
'나의 문화 ' 기획
나는 ‘비혼’을 주제로 기획을 진행하였다. 청주 안에서 비혼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위로받으며, 더 나아가 공동체로서 지속 가능한 비혼을 지지하는 기획을 했다. 지역 내의 가까운 사람과 행복과 어려움을 공유하는 것이 혼자라는 외로움을 덜어주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교육 참여자들이 기획한 다양한 프로그램들 중 몇 개를 선정해 팀을 꾸려 실행을 했다. ‘비혼’ 주제는 아쉽게 팀 프로젝트로 선정되지 못했지만, ‘환경과 분리수거 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분리 마블이라는 게임을 활용해 재활용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예술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실행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진행 영상을 촬영하고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공개하고, 프로그램 준비물은 참여 가정에 발송하여 어린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팀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인 기획안을 작성하고, 프로그램 진행하고, 스토리텔링, 장소 섭외, 물품 제작, 홍보, 예산관리까지 모든 것을 경험해볼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청년 창의인재 양성 교육을 마치며, 지역 문화기획자들은 어디로?
청년 창의인재 양성 교육에 모였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관심사를 통해 지역에 기여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민의 해결책을 지역에 펼칠 수 있을까? 청년들은 지역에서 문화의 주체자로서 활동하기에 어려움이 크다. 모든 산업이 대체로 그렇겠지만 콘텐츠 산업도 대체로 수도권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이다.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0 콘텐츠 산업 백서>를 보면 2019년 콘텐츠 산업 지역별 매출액 총 126조 원 중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도) 매출액은 87.4%인 110조 원가량을 차지한다. 매출액뿐만 아니라 사업체 수 또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의 콘텐츠 산업 사업체 수는 약 6만 개로, 총 10만 4천 개의 사업체의 절반 이상인 57.6%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지역 문화 기획의 판 자체가 너무 작아 문화 기획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거나 현실에 맞춰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광고홍보학과에 함께 재학 중인 내 주위 미래 기획자들도 취직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안에서 취직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체가 1~2개 정도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지역에 남아있는 문화기획자가 없어진다. 교육을 진행하며 지역 청년 기획자들을 만났고 이후로도 지역문화 활동에 자주 참여하였는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보단 항상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았다. 물론 인연이 있는 사람들끼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문화기획자의 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문화기획자 양성에 대한 제언 : 제도와 시스템
청년 창의인재 양성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건 청주가 ‘문화도시’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가치와 현실적인 기획을 배우며 지역 문화 기획자로서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문화도시’로 선정되지 않더라도 지역의 문화와 청년을 살릴 수 있는 사업이 더 많은 지역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에게 경험의 기회를 넓혀주는 제도적 차원의 노력이 중요하다.
또한 선후배 문화기획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 연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청년 창의인재 양성 교육 프로그램은 선후배 기획자의 지원이 뒷받침이 되어 자유도가 높고, 현실성 있는 기획이 가능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나서도 관계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교육 보조 교사나 문화 행사 스텝 등의 다른 문화기획에 함께 참여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문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도 전보다 훨씬 많이 알게 되면서 참여 기회가 늘어났다. 이처럼 선후배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생긴다면 지역 청년들의 참여도와 흥미도가 더욱 올라가고, 지역 문화 기획에 깊숙이 발을 담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글쓴이 이시연은
청주 토박이로 현재 청주 소재 대학에서 광고홍보학과, 사회복지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다. 관심 있는 분야는 비혼, 1인 가구, 공간이다.
※ 본 콘텐츠는 청년재단의「리얼리뷰 청년매거진」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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