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절값
자고 나면
논에 가 엎드리고
먹고 나면
밭에 가 엎드려
땅 보고 절하는
농부 아저씨들
마주 바라보고
절하는 만큼
땅도 내놓는다
오곡백과 내놓는다
절값으로 내놓는다
새는 방이 많다
나무에 가면
새는
방이 많다
이 가지 저 가지에
큰방 건넌방 사랑방 마룻방 문간방 골방
동당동당
포르릉 포르릉
아래층에서 위층
위층에서 다락방
오르내리며
방문을 열었다, 닫았다
닫았다, 열었다
들락날락
밤
시골에서
가져온
밤 한 자루
자루 속은
보나 마나
캄캄하겠지
시래기
이웃집 송아지가
처마 밑 담벼락에 걸린
시래기를 먹어 치웠다
지게 작대기로
등때기를 때리려는데
할아버지가 말리셨다
“저도 얼마나 입이 궁금했겠냐!”
풍경
따로 있으면
소리 안 나는
쇠종 하나에다
물고기 한 마리
둘이 만나
댕그랑 댕댕
맑은 소리가 되네
참 좋은 풍경이네
1946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985년부터 무크지 《일꾼의 땅1》과 《민의》, 1987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참새의 한자 공부》, 《쩌렁쩌렁 청개구리》, 《머릿속에 사는 생쥐》, 《참 좋은 풍경》, 《날아오른 발자국》, 《우리 집은 왕국》, 《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 《하느님은 힘이 세다》, 우화동시집 《가장 좋은 일은 누가 하나요?》, 《박방희동시선집》과 청소년시집 《우리는 모두 무엇을 하고 싶다》가 있으며, 동시조집 《나무가 의자로 앉아 있다》, 《우리 속에 울이 있다》와 여러 권의 시집과 시조집과 철학 단상집 《측간의 철학 시간》과 소설집 《달로 가는 남자》 들이 있습니다. 푸른문학상, 새벗문학상, 불교아동문학작가상, 방정환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사)한국시조시인협회상(신인상), 금복문화상(문학), 유심작품상(시조), 박종화문학상(시)을 받았습니다. 한국동시문학회 부회장, 한국아동문학학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대구가톨릭문인회장으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