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 Apr 17. 2023

동시에 동시해 - 문현식 동시들

동시

다르다

 

창밖을 보고

창문을 보고


눈 내린 운동장을 보고

먼지 내린 창틀을 보고


친구들과 눈싸움을 생각하고

청소 당번이 누군지 생각하고


노는 시간 알리는 종이 치면

쉬는 시간 알리는 종이 치면


뛰어 나갈 준비를 하는

다시 청소시킬 준비를 하는


우리들,

선생님.    










     

고드름 


봄봄봄

봄봄

봄봄봄

봄이

오는

시간을

재고

있는

다      










    

그때는 아팠지 


셋이 앉아서

돌아가며

웃긴 얘기를

하나씩 하기로 했다


나는

친구와 한 자전거로

내리막길 달리다가

자갈밭에 굴러

피투성이가 되었던 일을 말했다


유진이는

계단에서 아래로 날아 떨어져

턱이 퍼렇게 멍들어

수염 난 어른처럼

얼굴이 변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재민이는

교통사고로 입원했는데

그때 다친 발가락이

비가 오는 날이면 간지럽다고 했다


우리는

웃긴 얘기를 하기로 했는데

아팠던 얘기를 하며 웃었다      










   

학교 로그인 


어쩌면 우린

날마다 새로 고침을 하나 봐요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6년 내내 하기는 힘든데 말이죠


우린 아무렇지 않게

오늘도 처음처럼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

학교로 로그인하고 있잖아요


아무튼 걱정 마세요

우린 다 잘하고 있어요       










  

모를 거면서 


하나 둘 셋 스마일 하면

왜 모두 다 환하게 웃어야 하지?

왜 똑같이 하트를 만들어야 하지?

단체사진법이라도 있나?

안 웃으면 안 되나?

오늘 난 울고 싶은 아침인데

꼭 찍어야 하나?

사진에 나 없어도

모를 거면서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2008년 [어린이와 문학]에 동시가 추천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추천교대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했고,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아이들과 함께 쓴 일기 모음집 『선생님과 함께 일기 쓰기』를 냈습니다. 동시집 『팝콘교실』 『오늘도 학교로 로그인』 이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