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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Oct 30. 2023

동시에 동시해 - 장세정 동시들

동시

놀 줄 아는 애


빗물 젖은 내 우산

그 애 앞에서 접었다가

팟! 하고 펼 때

야아! 하면서 짜증 내면


그 애는 놀 줄 모르는 애.


조금 놀란 얼굴로

너어! 하면서 씽긋 웃고

자기 우산을 나한테

똑같이 접었다 펴면


그 애는 놀 줄 아는 애.


빗물 좀 튕길 줄 아는 친구

우산 하나쯤 망가뜨릴 줄 아는 친구

나랑 죽이 척척 맞는 친구


 


 

 


홍시


머리랑

입이랑

주먹에

푸릇푸릇

넘치던 힘

천천히 뺐다.


속이

말랑말랑해졌다.


 


 


 


오월이 오면


버찌는


풋내를 벗지


빨강을 벗지


까망을 입지


눈 딱 감고


까치를 입지


마침내


버찌를 벗지


 


 


2006년 <어린이와 문학>에서 동시로 추천을 완료했고 2015년 기독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습니다. 푸른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동시집 《핫-도그 팔아요》 《튀고 싶은 날》 《스트라이크!(공저)》, 동화 《피겨에 빠진 걸》 《딱 걸렸어, 거란》 《내가 없으면 좋겠어?(공저)》를 냈습니다. 9년제 대안학교인 수지꿈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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