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첩보 활동보다 어려운 부부관계의 균형

-<스파이 패밀리> 속 포저 부부로 보는 성 대결 게임

by 묘한 경제

최고의 스파이 '황혼' 로이드 포저와 일류 암살자 '가시공주' 요르 브라이어.

적국의 한복판에서 기밀 문서를 빼돌리는 것도, 경호원들을 뚫고 요인을 처리하는 것도, 정점의 그들에게 실패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이 '평범한 부부'라는 역할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적국의 정보기관보다 예측하기 힘든 것은 아내의 속마음이고, 암살 타겟을 노리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남편과의 자연스러운 하루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꽁냥대는 부부가 되어야 하지만 실은 애정 표현이 부끄러운 두 사람.

이 가정에는 이전의 예시들처럼 단 하나의 균형이 형성될 수 있을까?

한편,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스파이 '황혼'은 이 위태로운 가정을 벗어나는 순간 또다시 살얼음판 위의 첩보 임무에 몸을 던진다.

무한한 변수,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현장의 스파이 미션에서 황혼과 정보부는 하나의 전략만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오늘은 두 개의 상반된 게임을 통해 포저 부부의 생존 전략을 파헤쳐 보자.


MISSION 8 : 동상이몽의 '꽁냥꽁냥' 대작전

로이드와 요르. 두 사람은 스파이와 암살자라는 각자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위장 부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주변의 의심을 피하고 완벽한 가족을 연기하기 위해, 때로는 부부다운 '꽁냥꽁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임무 성공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꽁냥꽁냥'이라는 협력 과제를 두고, 두 사람의 속마음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로이드 포저 : 그는 프로 스파이다. '꽁냥꽁냥'은 완벽한 위장을 위한 중요한 작전이며, 황혼은 수많은 임무를 맡으며 임무를 위해 감정 없이 여성을 다루는 일 정도야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그의 선호는 [꽁냥꽁냥 작전을 '실행']해서 임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요르 브라이어 : 그녀는 연애 경험이 전무한 암살자다. 부부의 위장에 필요하다는 것은 요르도 알지만, 작전을 실행하기엔 부끄러움이 너무나도 크다. 그녀의 선호는 어색한 상황을 피하는 것, 즉 [작전을 '실행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다시. 보수 행렬을 완성하기 위해 각 경우의 수를 정리해보자.


1. 위장을 위해 꼭 필요한 작전일 뿐. 로이드 & 요르 모두 작전 [실행] → (3, 2)

스파이 '황혼'의 입장에서, 이것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결과다.

그의 계산대로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 연출되었고, 위장의 완성도는 한 단계 높아졌다.

그는 프로페셔널한 만족감을 느끼며 가장 높은 보수인 3을 얻는다.

반면 요르에게는 성공의 기쁨과 동시에 감정적인 소모가 따른다.

그녀 역시 '위장'이라는 목표는 성공적으로 달성했지만, 애정 표현의 부끄러움과 어색함은 숨길 수 없다.

임무는 성공했으나 개인적인 '부끄러움'이라는 비용을 치렀기에, 그녀의 보수는 로이드보다 약간 낮은 2가 된다.


2. 로이드 작전 [실행] & 요르 작전 [미실행] or 로이드 작전 [미실행] & 요르 작전 [실행]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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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꽁냥꽁냥'은 혼자서는 성립할 수 없는, 완벽한 협력이 필요한 게임이다.

한 명은 다정하게 다가가는데 다른 한 명이 어색하게 굳어버린다면... 그 모습은 '어딘가 문제가 있는 부부'에 가까워 보일 뿐이다.

이러한 일방적인 애정 표현은 두 사람 사이에 치명적인 어색함을 남기고, '위장 관계'에 대한 의심만 키운다.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쁜, 두 사람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인 0의 보수를 안겨준다.


3. 로이드 & 요르 모두 작전 [미실행] → (2,3)


저희 그냥 이대로만 살까요..?

이 선택은 요르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다.

그녀는 극도의 부끄러움을 유발하는 상황을 피하면서도, '평범한 부부'라는 현재의 위장 상태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

어색한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그녀는 가장 높은 보수인 3을 얻는다.

반면 로이드에게는 복잡한 결과다.

스파이 '황혼'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위장을 위한 작전이 실행되지 않았으니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자신의 임무에 필수적인 요인인 요르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는 것에 내심 안도한다.

약간의 아쉬움(-1)과 임무 지속의 안도감(+3)이 합쳐져, 그의 보수는 2가 된다.


이를 이제는 친숙한 보수 행렬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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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게임의 안정적인 균형점, 즉 내쉬 균형*은 어디일까?

*내쉬 균형 : 각 플레이어가 자신의 현재 선택에서 이탈할 유인이 없는 안정된 상태


이전처럼 각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꼼꼼히 계산해 보자.


균형점 1: (실행, 실행) - 로이드가 선호하는 완벽한 위장

먼저 두 사람이 (실행, 실행)을 선택해 (3, 2)의 보수를 얻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로이드의 입장: 그는 이미 자신의 최대 보수인 3을 얻고 있다. 만약 그가 여기서 혼자 [미실행]으로 전략을 바꾼다면, 보수는 0으로 떨어진다. 당연히 그는 현재의 선택을 바꿀 유인이 전혀 없다.

요르의 입장: 그녀는 현재 2의 보수를 얻고 있다. 만약 그녀가 혼자 [미실행]으로 바꾼다면, 그녀가 선호하는 결과(보수 3)가 아닌 최악의 결과(보수 0)를 얻게 된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으므로, 그녀 역시 현재의 선택을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실행, 실행)은 두 사람 모두 혼자서는 이탈할 이유가 없는 안정적인 내쉬 균형이다.


균형점 2: (미실행, 미실행) - 요르가 선호하는 조용한 평화

이번에는 두 사람이 (미실행, 미실행)을 선택해 (2, 3)의 보수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요르의 입장: 그녀는 자신의 최대 보수인 3을 얻고 있으므로, 당연히 선택을 바꿀 이유가 전혀 없다.

로이드의 입장: 그는 현재 2의 보수를 받고 있다. 여기서 혼자 [실행]으로 바꿔봐야, 그가 선호하는 결과(보수 3)가 아닌 최악의 결과(보수 0)를 얻게 될 뿐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으므로 그 또한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

결론적으로, (미실행, 미실행) 역시 이 게임의 또 다른 내쉬 균형이다.


결국 '꽁냥꽁냥 대작전'에는 두 개의 내쉬 균형이 존재한다.

즉 이전의 게임들과 다르게 여기에선 단 하나의 정답만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서로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조정 게임'이 포저 가의 거실에서 벌어진다면, 문밖의 첩보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법칙이 기다리고 있다.



MISSION 9 : 물 밑의 첩보전, 혼합 전략 내쉬 균형


꽁냥꽁냥 부부의 '성 대결 게임'이 미묘한 감정의 줄타기라면, 문밖의 세계는 냉혹한 수 싸움이 지배하는 거대한 체스판이다.

이 게임의 플레이어는 더 이상 '황혼'과 '가시 공주' 개인이 아니다.

바로 황혼의 조직 'WISE(서국 정보부)'와 가시공주의 동생이 속한 'SSS(동국 국가보안국)', 즉 양국의 보이지 않는 손들이다.

이들이 벌이는 냉전이야말로 '혼합 전략 내쉬 균형'의 살아있는 교과서다.


두 조직의 선택지: 강경책과 온건책

현재 두 조직은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아슬아슬한 평화를 유지하거나 깨뜨리기 위해, 각 정보 기관은 크게 두 가지의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강경책]: 상대국의 주요 인물 암살, 기밀 탈취, 여론 조작 등.

성공하면 큰 이득을 얻지만, 실패하면 전면전의 빌미가 될 수 있는 고위험 고수익 전략이다.

작중 배경이 되는 '오퍼레이션 올빼미' 자체가 바로 이 강경책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온건책]: 작중에서 언급된 '오스타니아 가수 조나스 웰먼의 서국 공연' 같은 문화 교류, 비공식 외교 채널 유지, 평화 협상 시도 등.

위험은 낮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어 상대에게 주도권을 뺏길 수 있는 저위험 저수익 전략이다.


만약 웨스탈리스 측에서 항상 [강경책]만 구사한다면, 오스타니아 측은 완벽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역공을 가할 것이다.

반대로 항상 [온건책]만 편다면, SSS는 상대를 얕보고 계속해서 도발하며 이득을 취할 것이다.

어느 한쪽의 전략만 고수하는 것은 결국 예측 가능한 수가 되어 패배로 이어진다. 즉, 이 게임에는 순수 전략 내쉬 균형이 없다.

그래서 양측 조직이 선택한 최선의 전략이 바로 '혼합 전략'이다. [강경책]과 [온건책]을 예측 불가능한 확률로 섞어서 사용하는 것.

평화 협상을 제안하면서도(온건책), 물밑에서는 '오퍼레이션 스트릭스'를 실행하고(강경책), 국경에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강경책) 식이다.

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의 조합 때문에, 두 조직은 서로가 다음에 어떤 카드를 낼지 확신할 수 없는 안정적인 교착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스파이 패밀리>의 세계관을 지배하는 거대한 '혼합 전략 내쉬 균형' 그 자체다.

이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서, 포저 가족의 이야기는 위태롭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SHORT MISSION :


서로의 정체를 숨긴 채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 스파이 황혼과 암살자 가시공주.

매형과 처남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떠보는 스파이 로이드 포저와 비밀경찰 유리 브라이어.

풋풋한 설렘과 자존심 사이를 오가는 초능력자 아냐 포저와 도련님 다미안 데스몬드.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배경이 되는 WISESSS의 보이지 않는 전쟁.

이미 엮일 대로 엮여버린 그들의 게임은 이제 단판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제의 선택이 오늘의 전략을 결정하고, 오늘의 행동이 내일의 관계를 뒤바꾸는 게임의 연쇄.

내 선택이 상대방에게 어떤 평판을 남길지, 어떤 보복을 부를지, 혹은 신뢰가 쌓일지.

'반복 게임'에서도 과연 이들의 아슬아슬한 균형은 계속될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 만화 <스파이 패밀리> © Tatsuya Endo / Shueisha, 한국판 (주)학산문화사

모든 저작권은 원작자(Tatsuya Endo), 출판사(Shueisha), 국내 퍼블리셔(학산문화사)에 있습니다. 이 글은 비평과 교육을 목적으로 해당 작품을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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