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 비친 공무원의 실상은 유사 이래 최악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24년 5월에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2023년 공무원 총조사’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이직 의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4.3%가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사유는 ‘낮은 급여 수준’이 51.2%, ‘과도한 업무량’이 9.8%, ‘경직된 조직문화’가 8.7%, ‘연금 혜택 축소’가 6.8% 순이었다. 20대와 30대 공무원의 43%가 이직을 고민할 만큼 연령대가 낮을수록 이직 의사가 높고, ‘낮은 급여’를 이직 사유로 꼽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정시에 퇴근하는 공무원은 22.7%로 집계됐다. 부여받은 연가의 50% 미만을 사용하는 공무원은 42.7%였다. 초과근무는 많이 하고, 연가는 제대로 다 못쓰니 소위 워라벨이 어렵다는 얘기다.
응답자의 41.5%만이 공직생활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고,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는 답변이 21.3%에 달했다. 나머지는 보통이다.
특징적인 것은 전체 공무원의 33.7%인 31만 6,621명으로 미혼 또는 독신비율이 매우 높아졌다. 여성 공무원 비율은 46.7% 이다.
한편 5.27일자 한국경제 신문은 “박봉·업무과다... MZ공무원 1만 4,000명 짐 쌌다”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보도하고 있다.
공직사회를 떠나 민간 대기업에 재취업하는 MZ세대 공무원이 늘고 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직에 들어온 2030 젊은이들이 공직사회에서 민간기업보다 낮은 보수, 과도한 업무량, 경직된 조직문화 등을 경험한 후 관가를 우후죽순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최근 공무원연금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임용후 5년 이내 퇴직한 신규임용 퇴직공무원은 2019년 6,500명에서 2023년 1만 3,566명으로 4년간 두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퇴직공무원에서 신규임용 퇴직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17.1%에서 23.7%로 높아졌다. 취업시장에서 공무원 인기는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경쟁률은 21.8대 1로 32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르면 올해 기준 7급 3호봉 공무원의 월급은 220만 9,000원 수준으로 민간기업에 크게 못 미친다.
정확한 펙트다. 요약하면 2∼30대의 거의 절반가량이 공무원을 그만 두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60% 가까이가 공무원으로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서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사회가 점점 더 동기부여가 안되고,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국민을 위해 활기차게 일하고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그날그날 재미없이 일하다가, 현실적으로 밀린 일 또는 용돈벌이용 야근하다가 지친 몸과 맘으로 퇴근한다는 얘기다. 큰일이다. 우리 젊은 공무원들이 이 상태로 지속되면 결국 공무원이 제대로 일을 안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서서히 우리나라는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의 길로 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라떼 꼰대가 잠깐 출연해야 한다. ‘라떼는 말이야 이렇게 생각했어’라고....
난 97년에 사기업을 그만두고 공직에 입문하였다. 이미 독자 여러분께서 알고 계신 것처럼, 고시로 들어왔고, 그때와 지금의 전반적인 시대상황이 다르니, 지금의 후배들과는 생각과 입장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걸 인정한다는 전제하에 얘기한다.
당시 대기업에 다니다가 공무원으로 생활하다 보니, 다음 세 가지 점이 많이 달라졌다.
일단 월급이 많이 줄었다. 당시 내 월급은 50만원이 채 안 되었다. 여기에 시간 외 수당 등이 조금 더 있었다. 총각으로 지낼 때도 이보다 훨씬 많았는데, 가정을 꾸려서 가장이 되었는데 이 월급으로 어떻게 사나 걱정이 되었다.
둘째, 먹는 게 바로 부실해졌다. 회사 다닐 때는 빵빵한 사무실 업무추진비로 명동 시내에서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었다. 내 돈 안 들이고... 회식도 자주 했다. 공무원이 되니, 일단 매일 점심 저녁 먹는 게 부실해졌다. 회식은 기껏 어쩌다 삼겹살 정도가 최고였다. 그것도 갹출하거나 누군가가 한턱 내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그때는 주로 아랫사람(팀장님이나 팀 주임급 직원분)이 내는 소위 윗사람을 접대하는 풍토이긴 했다.
셋째, 회사에서는 동료나 대리님, 차장님, 부장님과도 나름 스스럼없이 지냈었는데, 공무원은 완전히 위계질서가 뚜렷한 계급사회였다. 나는 어린 나이(31세)에 구청 과장으로 들어와 처세를 잘해야 했다. 윗분들은 무조건 잘 모셔야 했다. 윗분의 지시에 토를 달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직원분들께는 나이를 기준으로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주임님, 팀장님 이라고 호칭하고, 나이가 적으면 자기, 누구야 등으로 불렀다.
그래도 이 당시에는 나도 그렇고, 나이가 나보다 적거나 비슷한 주임님들도 지금처럼 월급에 신경을 쓰고 불만을 표출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렇기도 했지만, 월급이 적어도 다른 건 그래도 괜찮았다. 그때는 공무원이 지금처럼 동네북은 아니었다. 민원인이든 동네 유지들이든 공무원에 대한 존경심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하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가 공무원이다 라는 기본적인 자존심은 지킬 수 있었고, 자존감도 얼추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도 있었다. ‘승진해서 나도 저 자리 가면 지금보다는 나을거야, 그때까지 묵묵히 내 할 일 하면서 견뎌내야지’라고 대체로 생각했었다. 30여 년 가까이 흐른 지금, 그때 나이가 좀 있는 주임님들은 구청에서 국장 또는 과장까지 하고 퇴직하셨고, 그때 나보다 어린 꼬마 주임님들도 계장님 또는 과장님을 하면서 잘 살고 계신다. 고진감래라고나 할까?
이런 얘기로 “지금 후배들도 그렇게 참고 살아라”라고 할 수는 없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므로 해법도 다를 것이다. “무작정 견뎌봐라, 좋은 날이 있을 것이다”라는 얘기는 무책임한 얘기다.
그럼 지금의 우리 후배 공무원들은 무엇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물론 제도적으로 국가에서 이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줘야 한다. 공무원을 위한 사회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젊은 공무원 세대들이 불만으로 가득 차,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를 우선하여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그런 걸 해결할 능력은 없다. 현재의 여건하에서 그럼 우리 각자각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이 괴로운 상황에서 그나마 마음의 평화를 얻고 공직생활을 수행할 수 있을까? 어렵지만 같이 고민해 보자. 퍼즐 풀 듯이 단계별로, 그리고 찬찬히 서로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풀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