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대 출신, 엉망진창 공무원의 죄충우돌 이야기
나는 남들이 말하는 소위 S대 출신이다. S대 출신이라고 다 잘난 것은 아니다. 물론 나도 그렇다. 살면서 여러 주변 사람들에게 “너 「뒷문」이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는 S대 하면 먹어준다. 나는 솔직히 그리 잘나지도 않았는데, 간판만으로 그런 이점을 누리며(?) 살았던 것 같다.
한편 나는 한마디로 엉망진창 공무원이다. 장담컨대, 나만큼 엉망진창으로 공무원의 삶을 살아온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엉망진창이란 얘기다.
그런데 이렇게 엉망진창인 채로 파란만장하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의 특수한 경험과 그 속에서 내가 느낀 점들을 진솔하게 적어보기로 한다.
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1990년에 졸업하고, 당시 군 미필 자격으로 금호 아시아나 회사에 입사해서 다니다가, 현역으로 군에 입대한다.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복직한다. 그러던 중 1995년 어느 날, 작심하고 회사를 그만둔다. 운 좋게도 바로 다음 해에 제2회 지방행정고등고시에 행정직 전국 수석으로 합격한다. 그리고 1997년 4월에, 나는 꼭 서울시 부시장이 되겠다는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서울시 지방행정사무관(소위 행정 5급)으로 입직한다.
그러나 많은 우여곡절과 좌충우돌을 겪고, 만 27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행정사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공무원으로 들어와서 거의 30년 가까이 근무했는데도 결국 한 직급도 승진을 못했다. 그 과정이 재미있다. (참고로, 공무원 생활 한 30년 정도 하면 보통 최소 3개 직급 또는 4개 직급을 승진하고, 심지어 내 주변에는 5개 직급을 승진하신 대단한 분도 계신다)
나는 두 가지 목적에서 이 글을 쓴다. 첫 번째는 나의 인생을 조용히 정리하기 위해.. 두 번째는 공무원 후배님들에게 나아가 인생의 후배님들에게 ‘아! 공무원 중에서도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 재밌는 사람이네’라고 하며 살짝 웃음을 던져주었으면 한다. 한편, 나의 곡절 많은 실패한 경험담 속에서 후배 공무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소재거리를 제시하고 싶다. 실패를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비록 실패지만 그 안에서 삶의 지혜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뭔지 하나라도 건질 게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도 있다.
내가 보기엔 요즘 젊은이들의 삶은 팍팍하다. 별 재미가 없다. 어찌보면 살아가는 것이라기보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젊은 시절에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았고, 그때도 힘든 일은 있었지만 같이 도와가면서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면서 위기를 넘기곤 했다. 그런데 요즘의 많은 젊은이들은 그런 경험보다는 각자도생의 무한 경쟁사회에서 무탈하게 지내거나, 어쩌면 자발적 고립속에서 오늘도 안전하다는 소극적 행복을 다행으로 여기고 사는 게 아닌가 염려된다.
해서 내가 살아온 시대와 지금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시대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네 인생을 꿰뚫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게 뭘까를 한 번 다 같이 생각해보자’ 라는 의미에서 내 경험과 생각을 적어본다. 혹시 그 중에 한가지라도 자기와 맞는 게 있다면 그걸로 위안 삼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세상살이가 힘겨운 젊은이들에게, 특히 공직생활을 하면서 활기 없이 사는 후배들이 있다면, 내 경험과 생각이 인생의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이 글을 쓰는데 두 가지를 지키면서 쓸 생각이다. 첫 번째는 있었던 사실 그대로 숨김과 보탬이 없이 진솔하게 쓸 것이다. 두 번째는 최대한 재미나게 쓸 생각이다. 그 어떤 것도 재미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는 게 나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이건 내 희망이다.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나는 이 글을 자서전이 아닌 에피소드 형식으로 쓸 생각이다. 일단 내가 자서전을 쓸 정도의 인물도 아닐뿐더러 큰일을 한 것도 없다. 내가 살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한 꼭지마다 실화를 바탕으로 소개하고, 그것과 관련한 내 생각을 적어봄으로써, 독자 여러분께서 지루하지 않게 읽어보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가볍지만 여운이 남는.... 또는 봄의 향기가 배어나는 수채화 같은 글이 나의 목표다.
나는 살면서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공무원으로서의 나의 인생은 한마디로 시련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더한 일들을 또는 더 쎈 일들을 겪으신 분들도 많이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내가 겪은 일들도 예사롭지는 않다. 하나하나 소개해 드리려고 한다.
내가 서문을 빌어 꼭 감사드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딸 셋 모두를 세상 누구보다 지독한 아토피라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셨고, 지금까지 살면서 늘 곁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데다, 내가 노는 꼴을 못 보시고 지나온 삶을 글로 써보라고 진심으로 조언해주신 멘토 자혜당 한의원 이인수 원장님, 그리고 늘 남편의 연속되는 큰 실수와 그로 인해 집안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끝까지 나를 지지해 준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철없는 아빠랑 같이 놀아주면서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을 주는 내 삶의 원천 우리 딸 셋에게 무한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