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처음 간 날

자주 우울하고 가끔 즐겁습니다.

by 만자

대부분의 병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위장이 탈 나면 좋지 않은 식습관이나 예민한 성격이 원인일 테고, 감기 같은 경우는 계절이 바뀌면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다 같이 걸렸다. 신체는 이렇게 예민하고 솔직하면서 마음의 병은 그 원인을 알기 어려울까?

이해되지 않는 건 남의 아픔은 이해하지만 내가 겪을 때는 괜히 엄살처럼 느껴졌다. 그때도 내가 어딘가 이상해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게 우울증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 같았다.

정신과 병원 입구에서 한참 서성였다.

배가 아프거나 다리를 삐끗하면 움직이기가 힘든데 마음이 아프다면서 나는 두 다리로 멀쩡하게 걸어 다녔다.

나는 아픈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들이 정신과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콘서트가 즐겁지 않고 배부름을 잊은 채 먹는 것만 집중했다. 포만감은 느껴지지 않았고, 무언가 자극이 필요했다.

의사는 전문가니까 나보다 더 잘 알겠지. 아니면 아니겠지! 하면서 병원으로 들어갔다. 금방 진료받을 줄 알았는데 예약을 먼저 해야 했다. 뻘쭘해져서 예약하고 밖으로 나왔다. 긴장이 무색했다.

우울증은 감기약처럼 며칠만 먹으면 나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며칠이 4년이 되었다. 진료실로 들어가면 의사 선생님 책상 위에 휴지가 하나 놓여있다. 내과, 이비인후과 등 다른 진료실에는 잘 보이지 않던 물건이다. 정신과는 그것이 환자 눈앞에 놓여있다. 이유는 환자가 진료할 때마다 울어서 그렇다. 나도 처음 진료받는 날, 엉엉 울었다.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하는데 왜 눈물이 날까?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 의사는 조울증이라고 했다. 눈가가 빨개진 채 약국으로 가서 약을 타왔을 때 부끄러웠다.

약이 담긴 봉투를 봤다. 평생 나와 상관없을 줄 알았던 약이었다. 나 아픈 사람이었구나. 서글퍼졌다. 병원에서 다 울어서인지 더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약을 먹고 나니 우울한 기분은 가라앉았는데 긍정적인 감정도 같이 가라앉았다.

비유하자면 검은색뿐이던 세상이 조금 밝은 회색으로 변한 듯했다. 밝아졌긴 했지만, 아직 어두움은 옅게 남아 있었다. 웃음이 줄었고, 놀라움도 덜했다.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평화로웠다. 하지만 가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눈물이 나왔고, 눈치를 많이 보게 되었다.

그 와중에 밴드 보컬로 무대에 선적이 있었다. 정신과를 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스스로가 신기했다. 아, 연예인도 무대에서는 웃을 수 있다. 밴드 활동은 1년쯤 이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밴드 활동과 자주 갔던 라이브바 아니었으면 내가 밖으로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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