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짜리 상처

넘어짐을 조심하지 못한 자

by 만자

11월 어느 월요일 출근길에 거하게 넘어졌다. 지각할까 봐 서둘러 간 게 화근이었다. 넘어진 출근길은 차들이 많이 지나가는 동네였다. 쪽 팔리는 건 둘째치고 절뚝거리며 출근해야 하는 현실이 서러웠다. 그 와중에 한 손에 들고 있던 스X벅스 텀블러는 밑부분만 까졌지 나머지는 말짱했다. 텀블러 하나는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 튼튼함에 감탄하며 바지 쪽을 슬쩍 쳐다보니 바지는 찢어졌고 내 마음도 찢어졌다. 아끼던 바지였는데...

도착하고 보니 상처가 제법 심했다. 손에 뭔가 잡혀서 만져보니 내 몸에 떨어진 그거였다. 더 쓰면 징그러워서 여기까지. 일단 연고 바르고 큰 밴드를 붙였는데 일하는 중간에 다리에 뭐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진물이었다. 무릎을 굽히기 힘들었다. 중간중간에 흐르는 진물을 닦으며 일했다.

퇴근하고 잘라 쓰는 큰 밴드를 샀다. 다쳐서 집에 얌전히 있어야 하는데 혼자 있기 싫었다. 단골술집에 갈까 했는데 월요일 휴무... 다른 곳은 딱히 당기지 않았다. 그러면 먹는 걸로 좀 풀어야지! 단골 닭강정집에 닭강정과 맥주 한잔 해야지! 근데 거기도 쉰다네? 세상에나 나에게 왜 그래? 여기 배달시킬 곳 없나 싶어서 뒤져보다가 교X치킨에 순살과 맥주를 주문했다. 월요일 우울은 이걸로 퉁쳤다.

다음날에도 계속해서 흐르는 진물 때문에 병원으로 갔다. 내가 모르는 심각한 상태가 있는지 걱정돼서 갔는데 의외로 큰 문제점은 없었다. 계속 흐르는 진물은 상처가 치유되는 정상적인 과정이니 괜찮다고 했다. 문제는 아물기까지 한 달 정도 간다는 것이었다. 아니 열흘인 줄 알았는데, 한 달이라고요? 연고만 바르면 더 빨리 회복된다고 하지만 일하면서 맨다리를 드러내는 건 좀 어색해서 드레싱 처방받고 병원을 나섰다.

다치기 3일 전 헬스장 등록했다. 해이해진 멘털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등록했는데 다쳐버리다니 헬스장에 문의해 보니 진단서 끊어 놓으면 기간을 정지할 수 있다고 한다. 진단서를 헬스장에 제출했다. 정지해 놓은 기간은 한 달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다음 달에 가기로 했다! 헬스장을 못 갔던 한 달은 정말 힘들었다. 무조건 '버티자'만 고집하다 보니 마음이 어느새 흐물흐물해서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면서 대놓고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속앓이만 실컷 했다. 게다가 매일 밴드를 붙여놓으니 피부에 무언가 일어나서 너무 간지러웠다. 그렇게 고생고생을 하니 한 달이 흐른 지금은 거의 다 나았다. 거의 다 나았지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었다. 딱지가 올라왔다. 상처가 진짜 심했긴 했나 보다. 드디어 운동하러 헬스장에 갔다. 기분이 매우 좋았지만 이번엔 허리가 아프다. 산 넘어 산이구나 몸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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