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은 없나요?

이주란의 '별일은 없고요?' 를 읽었습니다.

by 만자

진주문고에서 했던 살림하는 글쓰기 모임을 마무리하고 모임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글쓰기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던 작가님이 글쓰기 모임 구성원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각자에게 어울리는 책을 직접 골라 주셨다. 내가 받은 책은 이주란 소설집 ‘별일은 없고요?’ 이다.

잔잔하게 슬프고 외로운 느낌이 들었다. 책은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어떤 상실을 겪게 된다. 읽는 동안 내 마음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감정이 내게도 스며든 것 같다. 공허한 느낌에 쫓기듯 도망치고 도착한 곳에는 엄마, 재섭 씨, 은영 씨, 경미 아줌마 등 옆에 등장해 주인공에게 온기를 주었다. 뜨끈하지 않지만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씩 녹이는 온기. 그 온기에 그들은 조금씩 울었다.

그중에 수연 씨 이야기를 좋아했다. 소설 중에 첫 번째 이야기라서 기억에 남았나보다. 작중에 수연 씨는 자기가 살던 다가구 주택에서 불이 났다. 아랫집에 불이 났는데 자기 집까지 불이 번지진 않았다. 소란스러웠던 밤은 이내 조용해졌지만, 수연은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직장동료 집에서 지내다가 알 수 없는 외로움과 불안함에 도망치듯 엄마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엄마는 공장에서 직원들에게 밥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데 심부름하고 옆에서 일을 조금씩 돕고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면서 조용하게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그녀의 불안하고 외로운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지고 철물점에서 일하는 재섭 씨를 만난다. 둘이서 간간이 짧은 대화를 나누다 주인공은 원고를 전달하러, 재섭 씨는 대학 동기 결혼식 보러 같이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둘은 미술관을 구경하고 와플을 먹으면서 산책한다. 재섭 씨는 자기가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주인공은 재미없는 게 좋다며 말한다. 서로가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둘의 관계를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특별한 일 없이 주인공은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움직인다. 주변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온기를 조금씩 나누곤 자기 갈 길 간다.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주지 않아도 전해지는 온기가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을 돌봐주거나 다가오는 인물들의 말들 속에는 소설의 제목처럼 별일은 없고요? 하고 묻는 듯하다. 나에게도 별일 없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또는 그렇게 직접 묻지는 않아도 인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웅크리고만 싶을 때가 있다. 그래도 나와서 사람들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별일은 없고요? 조금 외롭긴 한데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별일 없이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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