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와 고요가 교차하는 순간
사람들이 바라보는 공항은 늘 활기가 넘친다.
캐리어를 끌며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탑승게이트 앞에서 설렘 가득한 얼굴로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 면세점을 구경하며 고민하는 사람들까지. 조금은 정신없지만, 덩달아 그 안에 있는 나까지 들뜨게 만든다. 꼭 어딘가로 떠나지 않더라도, 공항이 전해주는 특유의 설렘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심야 시간이 되면 공항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그 많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텅 빈 공항 안에는 고요함만이 감돈다. 그제야 공항도 조금 쉬어간다. 나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텅 빈 공항은 남들은 쉽게 볼 수 없는 모습들로 가득하다. 대형 청소차들이 조용히 움직이고, 면세점과 식당으로 물건들이 들어온다. 사람이 가득하던 탑승게이트의 불도 하나둘 꺼진다. 넓은 출국장을 바라보면, 공항은 더 넓게 느껴진다.
그 안을 혼자 걸으며 나는 자주 생각에 잠긴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웠을 때처럼, 이런저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야간에 공항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가끔 하는 일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작업을 위해 움직이던 다른 직원들마저 사라진 새벽에 혼자 공항을 걸어 다닌다. 활기로 가득하던 공간은 고요하게 숨을 고르는 나만의 장소가 된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 나만의 목적지인 공항 옥상으로 향한다. 일반 승객들은 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이다.
아무도 없고, 비행기마저 쉬고 있는 심야의 옥상은 정말 아름답다. 텅 빈 활주로, 밝은 조명, 모두가 멈춘 듯한 풍경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될 것 같다. 그 흔한 자동차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완벽한 고요 속에서 나는 조용히 공항을 내려다본다.
해가 떠 있는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던 공항이, 이 시간만큼은 잠시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쉬고 있는 공항을 바라보며, 나도 아주 잠깐 온전히 나를 위해 쉰다.
다시 내려올 때면, 올라갈 때보다 훨씬 가벼운 발걸음이 된다.
활기가 고요로 바뀌는 순간, 공항은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온전히 나를 위해 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