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상상들을 이루려고 한다.
나는 상상을 많이 한다. 혼자 있을 때도 그렇고, 운전을 하거나 할 일 없이 걷고 있을 때는 특히 더 그렇다. 주변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생각은 자연스럽게 다른 데로 흘러간다.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가만히 있으면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장면들이 떠오른다.
가장 자주 하는 상상은 복권에 당첨되는 일이다. 당첨금으로 집을 사고, 남은 돈으로 이것저것 투자를 하고, 더 이상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상상한다. 그 돈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는 장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가끔은 초능력이 생기는 상상도 한다. 만화 속 주인공처럼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얻어서 영웅이 되거나, 세상을 바꿔버리는 이야기다. 현실에서는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지만, 상상 속에서는 제법 그럴듯하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면 철없어 보일 것이다. 나이 먹고 무슨 복권 타령이냐, 쓸데없는 망상이나 한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이런 상상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상상들이 쓸모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보다 쓸모가 있다.
상상을 하는 동안 나는 잠시 다른 삶을 산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움직이고, 고민 없이 선택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현실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감정들을 그 짧은 순간에 경험한다. 그래서 이런 상상들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덕분에 나는 기본적으로 하루를 조금은 좋은 기분으로 살아간다. 이유 없이 긍정적인 편이 된 것도, 어쩌면 이런 상상들 덕분일지도 모른다.
이 상상들이 단순히 기분 전환에서 끝나지만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상상들을 하다 보면, 그 안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는 마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 같은 것들이다. 나는 그 상상들을 현실로 그대로 만들지는 못한다. 대신 조금씩 타협한다. 상상 속에서는 크게 그려두고, 현실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낸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꿈은 클수록 좋다고, 그래야 나중에 타협하고 남은 조각들도 커진다고.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 복권에 당첨되는 상상도 하고, 초능력을 얻는 상상도 한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지금의 내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골라낸다. 그렇게 상상은 계획이 되고, 계획은 목표가 된다.
나는 오늘도 상상을 한다. 방금 전에도 엄청난 작가가 되어 방송에 나가는 상상을 했다. 여전히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그 상상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현실을 바라본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목표 삼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꿈에 가까워지려 한다.
안 되면, 또 다른 상상을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지금의 최선들을 다시 꺼내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