星夏(여름별)

나에게 가장 따뜻한 별

by 여담

나에게는 삼촌이 하나 있다.
학창 시절 내 롤모델이었고, 때로는 정말 친형 같았던 사람이다.
삼촌은 어릴 적 잘 나가는 복싱 선수였다고 한다. 나는 삼촌의 경기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할아버지 집 벽에 걸려 있던 수많은 메달들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 앞에 서 있던 삼촌은 언제나 멋있어 보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삼촌을 따라 복싱을 시작했다. 글러브를 끼고 링에 오르는 일은 무서웠다. 그럼에도 삼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링에 올라갔다. 대회를 다니고 더 이상 링에 올라가는 것이 무섭지 않아 졌을 때 처음으로 삼촌에게 우승매달을 자랑했었다.

삼촌은 내게 운동선수 이전에 삶의 기준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삼촌은 부상 후유증으로 오랜 시간 고생하셨다. 그래서 내가 선수를 계속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보다 더 강하게 반대했다. 몸이 얼마나 쉽게 망가지는지, 그 후에 남는 시간이 얼마나 힘든지를 삼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반대 속에는 늘 걱정이 먼저 담겨 있었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삼촌과 어머니는 학교 근처에서 작은 식당을 하셨다. 수구레를 팔던 가게였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집에 가다 보면 불이 꺼진 가게 안에서 삼촌이 혼자 누워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이곤 했다. 크지 않은 체구를 웅크린 채 잠든 삼촌을 보면 괜히 마음이 쓰여 가게 안으로 들어가 집에 가서 주무시라고 깨우기도 했다.

장사를 하던 동안 삼촌은 우리 집에서 지내셨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면 삼촌이 늘 있었다. 부모님이 일 때문에 늦게 오시는 날이면 삼촌과 둘이 짬뽕을 시켜 먹었다. 큰 대화가 오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삼촌이 자고 있으면 나는 좁은 침대 위로 올라가 함께 잠들었다. 등을 마주 대고 누워 있으면 그 따뜻함이 이상하게도 든든했다. 어른이 되기 전, 나는 삼촌의 등을 보며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개념을 처음 배웠던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나는 늘 삼촌에게 먼저 이야기했다. 좋은 일도, 고민도 그랬다. 아내와 연애를 시작했을 때도 가장 먼저 삼촌에게 말했다. 삼촌은 웃으며 좋은 데 가서 데이트하라며 조용히 돈을 보내주셨다. 큰 말 없이, 늘 그런 식이었다.

돌이켜보면 삼촌은 내 인생에서 항상 한 걸음 뒤에 서 있었다. 앞에서 조언을 하지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지도 않았다. 필요할 때만 빛을 내던 사람이었다. 따뜻하고 밝은 여름별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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