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aka 스띵을 보내며

2절 3절 4절해도 모른 척 할 테니 애들 대학 간 이야기도 내 줘라

by 김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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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은 와이프였다. '넷플리스에서 <그것>에서 모티브를 따 온 드라마를 만든다더라'는 말에 오픈하자마자 드라마를 켰고, S1E1 <윌 바이어스의 실종>으로부터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나 드디어 오늘 완결 에피소드가 업데이트 되었다. 그 동안 나는 나이 앞자리가 바뀌고 또 그 나이대의 중반을 넘겼다. 그런데도 뭐랄까, 해리포터 키즈처럼 이 사랑스럽고 용감한 크루들과 함께 자라온 것 같은 쓸쓸한 아쉬움이 남는다.


시즌 5를 무려 세 조각으로 쪼개어 방송하는 것에 열불이 터져 12월 내내 스띵 과몰입 환자로 살긴 했지만(……) 걱정했던 것에 비해 전체 마무리가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팬들의 추측도 그렇고 더퍼 브라더스의 인터뷰도 그렇고 다섯 명이 죽는다느니 어쩌느니 해서 우리 애기들 중 하나라도 죽이면 I'll kill all of you and kill my self. 할 결심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결말은 아니어서…… 마음 놓고 엉엉 울었다.


이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구체적인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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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았던 점은 역시 될컾될이었다는 점이다! ㅠㅠ 시즌 내내 쌓아 온 조이스랑 호퍼 주식 오늘 천장 뚫는 날이었음. 엔조에서 데이트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는데 호퍼가 무릎 꿇고 청혼할 줄은 진짜 몰랐음 진짜 이 두 부모님의 인생 2막 기대합니다ㅠㅠㅠㅠㅠㅠ 바닷소리가 들리는 아름다운 곳에서 새 인생 시작해서 백년해로하기를 기원함ㅠㅠ


그리고 맥스랑 루카스가 약속했던 대로 영화관 데이트를 하러 간 장면도 정말 좋았다. 사실 처음에 루카스와 맥스 엮일 때는 약간 뜬금……없지 않나? 하고 생각했는데 시즌 진행될 수록 둘이 죽이 진짜 잘 맞고 시즌 5에 이르러서는 루카스가 코마 상태인(사실은 헨리의 의식 속에 갇혔던) 맥스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며 1년 넘게 병실을 지켰다는 게……. 그리고 결국 맥스를 끌어안고 라디오까지 품에 안고 탈출해서 맥스가 깨어날 수 있도록 해 주었다는 게 진짜 너무 감동이고 루카스 너 임마 잘했다. 넌 맥스의 키스 받을 자격 있다. 세이디 싱크가 연기를 너무 잘한 나머지 마지막 루맥스 키스신에서 진짜…… 사랑과 고마움을 비롯한 온갖 감정이 넘쳐 흐르는 맥스의 눈빛 때문에 울었다. ㅠ.ㅠ 얘들아 행복해야 해


마이크는…… 마이크는 비록 엘을 잃었지만 내 뇌피셜로는 잠시 잃었을 뿐, 결국 둘이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마이크가 마지막에 세웠던 가설이 사실일 거라고. 사실 마지막 엘의 정신 속에서 둘이 대화 나눌 때 마이크 표정이 왜 이렇게 어정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ㅋㅋ) 만약 마이크가 그 사실을 전부 알고 있었던 거라면, 엘이 말해준 거라면, 그러면 어리둥절하고 당황하고 슬퍼서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엘을 잃고도 씩씩하게 인생의 다음 장을 열어가는 마이크가 장한 한편 어쨌든 그 두 사람은 언젠가 다시 재회할 것 같다. 아니 재회해야 해 날 위해서(……) 참고로 마지막 엘 장면 쵤영한 장소가 아이슬란드였다는데 마이크가 유명 작가가 되어 폭포 세 개 있는 곳으로 취재를 갔다가 엘과 다시 만날 것이라고 확신함. 그래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게 되는데(호퍼 말대로 딸일 거라 생각함) 엘 출산하는 내내 병원에서 호퍼 손에 바트 심슨처럼 목 졸릴 마이크가 보고 싶음. 아니 그렇게 될 것임 이것은 캐논임!!! (ㅋㅋㅋ)


이 시리즈가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서도 여러 모티브를 따 왔는데(그놈의 멜론 생각만 해도 웃긴다) 엘의 마지막도 프로도의 마지막과 닮은 부분이 있지 않은가. 사우론에 의해 상처를 입은 프로도는 자신의 고향에서는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없기에 영원한 환희와 행복, 일종의 해방으로 여겨지는 서쪽으로 떠나갔다. 엘 역시 자신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이 호킨스에서는 아픈 기억이나 상처를 모두 치유할 수 없기 때문에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서쪽을 향해 떠나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서쪽은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는 서쪽이 아니므로 마이크와 엘은 언젠가 재회할 것.


그밖에 영 어덜트(조너선, 낸시, 스티브 그리고 로빈)들도 각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 스콰크 옥상에서 술 한 잔 하는 모습 너무 마음 좋았다. 애들도 그랬지만 얘네도 황금 같은 20대를 그놈의 괴물 쫓느라 다 보내고……. 정신 차리고 보니 30대가 다 되어버린 것 아니야……. ㅠㅠㅋㅋㅋㅋㅋ 하지만 각자 적성 잘 찾아갔다는 것도 너무 좋고 특히 스티브 헤어 해링턴 시즌 내내 베이비시팅 하던 것으로 모자라 이젠 돈 받고 베이비시팅 하게 된 것도 너뭌ㅋㅋㅋ 스티브다운 엔딩이라 좋았음. 그리고 낸시 숏컷한 거 진짜 핫했다 나중에 헤럴드 사회면 부서 부장 같은 것 되어서 기사 검토하는 모습이 너무 잘 상상되었네ㅠ.ㅠ


좋은 점은 이것 말고도 많은데 아쉬운 점도 말해보자면 역시 첫 번째는 비키. 로빈이 비키와 어떻게 되었는지, 로빈과의 관계는 어떤지 언급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없어서 아쉬웠다. 회수 안 된 자잘한 떡밥들도 보는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웠지만, 창작자 입장에서 더퍼즈를 아주 조금 변호해 주자면 그거 다 회수하다가는 드라마 영원히 못 끝내고 지지부진해지니 어쩔 수 없었다, 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비키 이야기는 풀어줬어야지 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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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인드 플레이어가 찐보스였던 것치고 마지막 전투가 조금 허무하게 끝나지 않았나 싶기도. 러닝 타임 생각하면 그보다 더 오래 끌 수는 없었을 테고 전투가 길어지면 십중팔구 부상자 또는 사망자가 나올 테니까 윌과 엘이 베크나를 조져버리는 것이 가장 좋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 그것과는 별개로 조이스가 베크나 막타 친 건 진짜 좋았다. 조이스만의 감정, 조이스만의 상실이 제대로 조망된 적이 없어서 그렇지 솔직히 시즌 내내 마음 고생 몸 고생 개고생 제일 많이 한 사람이 조이스였을듯. 아들은 해마다 죽을 뻔하고 해마다 괴물 만나고 애인도 다 죽고(호퍼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하……. 물론 호퍼도 고생이야 했겠지. 딸냄 데리고 조용히 살고 싶은데 그놈의 문은 닫으면 열리고 닫으면 열리고 소련이고 나발이고 폭탄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었겠지만 조이스만 했겠냐고 ㅠㅠ 막타 잘 쳤어 도끼질 완전 대박이었어 조이스 엄마 사랑해


베크나가 있던 본거지가 '거미의 시체'처럼 보인다, 그래서 마인드 플레이어가 본체(거미의 모습)를 되찾는 것 아니냐는 팬 가설을 봤는데 실제로 그 가설이 맞았던 것도 놀라웠다. 계속 잊고 지냈는데(?) 아 이게 과연 <그것>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게 맞구나 싶고. 앞에서 헨리가 거미에 매료되었다는 것도 마인드 플레이어 본체가 거미였기 때문이었군 싶고……. 하긴 그 거미 같은 형태 자체는 시즌 2부터 꾸준히 나왔으니 힌트가 있긴 있었던 셈이구나. 몸통이 두툼하지 않아서 거미 같은데 거미 같지 않은 무언가라고 생각했다(ㅋㅋ)


수지 이야기가 전혀 없었던 것도 좀 아쉽다. 에리카의 비중이 그만큼 늘어난 것 같아 좋았지만 시즌 3, 시즌 4에서 수지가 큰 역할을 했는데 한 번 등장해도 좋았을걸. 하지만 더스틴이랑은 언제든 어디서든 근시일 내에 또 만날 거라 생각해. 같은 분야의 천재들끼리는 안 만날 수가 없으니까. 컨퍼런스든 뭐든 어디선가는 만나게 되어 있어! ㅋㅋㅋㅋㅋ 더스틴과 수지가 꼭 이어지지 않아도 된다. 어쨌든 둘의 우정은 영원할 것이라고 또 뇌피셜 행복회로 돌려 봄.


뭐 그 정도의 아쉬운 점을 빼면 전체적으로 멋진 마무리였고 눈물 펑펑 터지는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해에는 시즌 1부터 다시 정주행을, 영자막으로 해 볼 생각이다. 진짜 대사를 거의 외우도록 봤으니ㅋㅋㅋ 실제 대사는 어땠는지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번역으로는 놓치는 부분이 많기도 했으니까.


이제 스띵 새 시즌을 기다릴 수 없다니 아직도 믿을 수 없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진짜로 열 살, 열한 살 이랬던 애기들이 스띵과 함께 성장하면서 어른이 된 것도 참 눈물나고 기특하다ㅠㅠ 얘들아 이모가 항상 응원한다. 배우의 길을 계속 걷든 감독의 길을 걷든 아무튼 너희의 인생이 잘 풀리기를 바라고 제발 사고만 치지 말아다오. 이모 스띵 굿즈 와장창 샀다. 알겠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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