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 16. 서른이 넘어 바디 디스포리아를 깨닫다

시스젠더는 자기 몸과 불화하지 않는다고?

by 김맥

젠더 디스포리아라는 말이 있다. 우리 말로 하자면 '성별 불쾌감'이라는 것인데, 출생시 타고난 자신의 지정 성별과 본인의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혼란이나 불쾌감을 뜻한다. (이쯤에서 그건 트젠의 망상인데요? 하실 분들은 제발 뒤로 꺼져주시기 바란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내게 왜 남성기와 여성기가 둘 다 없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는 했다. 6~7살까지는 서서 오줌을 누는 버릇이 있었다. 2차 성징이 오기 시작하고부터는 가슴이 불룩해지는 게 싫었다. 뭔가 있으면 안 될 것,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 내 몸에 달려서 주렁주렁 자라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스키니한 체형을 동경하고, 그렇게 될 수 없는 내 골격상 문제나 선천적인 체형에 대해 끝없이 좌절과 절망을 겪어 왔다. 미친듯이 살을 빼서 44kg을 찍어보았을 때도 내 가슴은 내 몸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나는 그것이 너무, 너무, 너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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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오늘 짝꿍과 다이어트와 체형, 그리고 나의 영원한 컴플렉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이야기. 나는 10대 후반 즈음부터 이미 합법적으로 유방을 절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병에 걸려서라도 말이다. 관리를 하고 있는 요즘, 이 나이가 되었는데도 또 여전히 내 가슴과 나는 불화하고 있고 "나는 내 가슴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할 수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잘라내고 싶어."라고 하자 짝꿍이 말하길 "너 그건 외모 정병이 아니라 바디 디스포리아를 겪는 것 아니야?"라고 말했다.


순간 머리가 띵. 나는 내가 내 가슴을 싫어하는 걸 내가 실제보다 더 뚱뚱해 보이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가슴이 큰 사람은 뭘 어떻게 입어도 부해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게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거지?'라는 끊임없는 질문이 머릿속에 있었기에 내 가슴을 나의 몸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짝꿍에게 '한 번도 가슴이 거기 달려 있다는 것에 의문을 가져본 적 없어? 한 번도 네 몸에 대해, 성기에 대해 고민해본 적 없어?'라고 했더니 짝꿍 왈 '나는 시스젠더니까 전혀 불화해본 적 없지…….'라는 대답을. 이럴 수가. 난 모두가 이런 고민을 거치며 사는 줄 알았는데.


삼십대 초반 즈음에 나는 내가 논바이너리임을 인정했지만 바디 디스포리아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건 그냥 내 외모 정병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제 와 어린 시절부터 꼼꼼히 되살려 생각해 보니 단순한 외모 정병이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내 몸과 불화해 온 이유는, 내 성 정체성과 내 몸이 너무나 맞지 않기 때문이었는지도. 내가 여성적인 내 몸을 싫어하는 이유는 물론 외모적 이유와 대상화 된다는 이유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게 정상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홀리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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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디스포리아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 봐야 하는 생각이 든다. 논바이너리에 대해서도. 난 퀴어치고 그쪽 식견을 넓히는 데에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와이프에게 같이 공부하자고 해 보아야지. (물론 이러면 와이프가 공부하고 내가 오~ 응응 그래서? 하고 듣게 될 확률이 크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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