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젠더는 자기 몸과 불화하지 않는다고?
젠더 디스포리아라는 말이 있다. 우리 말로 하자면 '성별 불쾌감'이라는 것인데, 출생시 타고난 자신의 지정 성별과 본인의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혼란이나 불쾌감을 뜻한다. (이쯤에서 그건 트젠의 망상인데요? 하실 분들은 제발 뒤로 꺼져주시기 바란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내게 왜 남성기와 여성기가 둘 다 없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는 했다. 6~7살까지는 서서 오줌을 누는 버릇이 있었다. 2차 성징이 오기 시작하고부터는 가슴이 불룩해지는 게 싫었다. 뭔가 있으면 안 될 것,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 내 몸에 달려서 주렁주렁 자라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스키니한 체형을 동경하고, 그렇게 될 수 없는 내 골격상 문제나 선천적인 체형에 대해 끝없이 좌절과 절망을 겪어 왔다. 미친듯이 살을 빼서 44kg을 찍어보았을 때도 내 가슴은 내 몸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나는 그것이 너무, 너무, 너무 싫었다.
그러다 오늘 짝꿍과 다이어트와 체형, 그리고 나의 영원한 컴플렉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이야기. 나는 10대 후반 즈음부터 이미 합법적으로 유방을 절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병에 걸려서라도 말이다. 관리를 하고 있는 요즘, 이 나이가 되었는데도 또 여전히 내 가슴과 나는 불화하고 있고 "나는 내 가슴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할 수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잘라내고 싶어."라고 하자 짝꿍이 말하길 "너 그건 외모 정병이 아니라 바디 디스포리아를 겪는 것 아니야?"라고 말했다.
순간 머리가 띵. 나는 내가 내 가슴을 싫어하는 걸 내가 실제보다 더 뚱뚱해 보이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가슴이 큰 사람은 뭘 어떻게 입어도 부해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게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거지?'라는 끊임없는 질문이 머릿속에 있었기에 내 가슴을 나의 몸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짝꿍에게 '한 번도 가슴이 거기 달려 있다는 것에 의문을 가져본 적 없어? 한 번도 네 몸에 대해, 성기에 대해 고민해본 적 없어?'라고 했더니 짝꿍 왈 '나는 시스젠더니까 전혀 불화해본 적 없지…….'라는 대답을. 이럴 수가. 난 모두가 이런 고민을 거치며 사는 줄 알았는데.
삼십대 초반 즈음에 나는 내가 논바이너리임을 인정했지만 바디 디스포리아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건 그냥 내 외모 정병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제 와 어린 시절부터 꼼꼼히 되살려 생각해 보니 단순한 외모 정병이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내 몸과 불화해 온 이유는, 내 성 정체성과 내 몸이 너무나 맞지 않기 때문이었는지도. 내가 여성적인 내 몸을 싫어하는 이유는 물론 외모적 이유와 대상화 된다는 이유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게 정상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홀리몰리.
바디 디스포리아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 봐야 하는 생각이 든다. 논바이너리에 대해서도. 난 퀴어치고 그쪽 식견을 넓히는 데에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와이프에게 같이 공부하자고 해 보아야지. (물론 이러면 와이프가 공부하고 내가 오~ 응응 그래서? 하고 듣게 될 확률이 크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