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길을 가다가 설문조사를 부탁받은 적이 있었다. 한때, 혹은 지금도 유행 중인지 모르는, 청년들이 찍는 영정사진에 관한 설문조사였는데, 왜 이것들이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 아닌 유행이 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그런 설문조사라고 했다. 그 설문을 마치고 나니 영정사진 말고도 이슈가 되었던 유서를 써보는 것이 떠올랐고, 이러한 “죽음”과 가까운 “영정사진”과 “유서”가 왜 청년들에게 인기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금은 짐작했지만, 그 자리에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청년”과 “죽음”. 무언가 머나먼 사이같이 느껴지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우리는 언제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니까. 또, 그 말은 우리가 다음에 할 거라고 미루어두었던 것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영정사진"과 "유서". 한창 앞만 보며 달려갈 시기에 이러한 것들이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봄으로써 잠시 멈춰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터다.
영화를 보고 영화의 마지막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방금까지 봤던 영화의 내용들을 회상해보고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꺼내 되새겨보고는 했던 것처럼 유서를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며, 그저 그렇게 웃고 있는 자신의 영정사진을 보며 천천히 지나온 날들의 실수와 잘못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그렇게 모질게 굴기도 했던 자신을 떠올리다 후회하기도 하고, 그런 우리들을 사랑해준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하며 지난날들에 바쁘다는 핑계로 무너진 것들을 외면하며 달려온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겠지. 잠시나마 인생의 끝자락에 걸쳐 서서.
그러면서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치열한 사회를 살아오느라 많은 것들을 미루어 왔다는 것을. 가족도, 친구도, 자신도 뒷전으로 미뤄두며 살아왔다는 것을.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