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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준 Jun 21. 2020

하고 싶은 것이 없어 불안한 당신에게

언제부터인가 하고 싶은 것이나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자기계발을 위한 학원도 많이 생

겼으며, 사회 분위기가 은연중에 자기계발을 끊임없이 요구하기도 한다. 퇴근 후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가만히 쉬고 있는 내가 한심해 보일 때도 많다. 이러한 현상은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선망받는 직업으로 떠오르면서 취미였던 것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은 아주 달콤하다. 하고 싶은 것이 없어 불안한 당신에게 초·중·고등학교를 나와 대학교를 졸업하면 회사원이 되는 많은 사람들의 코스를 따라 걷기 싫으면 벗어나도 괜찮다고 알려주니까.


하지만 이런 희망찬 말도 누군가에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정해진 코스대로 살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딱히 잘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없었으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라.”라는 말은 나에게 부담이 되는 말일 뿐이었다. 조금씩 나에게 도태되는 기분을 안겨주는 그런 부담. 하나둘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도 빨리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할 텐데.’라는 생각에 쫓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정해진 코스대로 회사에 다니며 사는 것이 ‘당연한 것’에서 ‘하면 안 되는 것’, ‘하기 싫은 것’으로 바뀌었다. 분명 나름 즐겁게 하던 일이었는데, “너는 하고 싶은 걸 하지 못 하는 도태된 사람이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아 미워졌다. 자유로워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쫓기면서도 막상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워지는 그런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른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것들 중에는 내가 좋아할 만한 일이 없었을 뿐이니까. 내가 세상의 모든 경험을 다 해본 것이 아니므로, 그저 내가 살아오면서 만나본 일들 중에서 나와 맞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며 산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인생을 살면서 경험했던 것 중에 좋아하는 일이 하나쯤 있었다는 거니까. 그 반대의 경우라고 해서 도태되었다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직 좋아하는 것을 만나지 못한 것뿐이니까.


꿈이 있든, 없든 하고 있던 것을 하며 조금씩 경험의 폭을 늘려가면서 살아가면 된다. 굳이 꿈을 가져야 한다는 틀에 갇혀있기보다는 그렇게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자신과 맞는 것을 하면 될 뿐이다. 꿈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니까. 마치 평생 글을 써보지 않았던 내가 우연히 쓰기 시작한 글을 지금까지 써오는 것처럼.


-도서 <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할게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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